동네 롯데리아 구석자리에서 리아불고기레드 먹어봤더니

얼마 전 비가 오다 말다 하는 오후에, 버스 정류장 뒤쪽 골목으로 살짝 들어가 봤습니다. 큰길 쪽은 늘 차 소리와 사람들 발걸음이 겹치는데,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이상하게 동네의 속도가 느려지더라고요. 그 길 끝에 오래된 롯데리아가 하나 있었고, 창가 자리보다 더 조용해 보이는 벽 쪽 2인석에 앉아 리아불고기레드를 주문했습니다.
솔직히 리아불고기레드는 여행지 맛집처럼 거창한 메뉴는 아닙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프랜차이즈 매장도 동네마다 분위기가 꽤 다르다고 느낍니다. 번화가 매장은 잠깐 먹고 나가는 사람들로 바쁘지만, 주택가 근처 매장은 학생 한두 명, 장 본 뒤 쉬어가는 어르신, 혼자 감자튀김을 먹는 직장인처럼 생활의 장면이 더 오래 남습니다. 그래서 이번에도 햄버거보다 그 주변의 공기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사람 적은 시간에 들어가니 메뉴도 다르게 느껴졌습니다
제가 들른 시간은 오후 3시 40분쯤이었습니다. 점심 피크는 지나고 저녁 전이라 매장 안에는 손님이 세 팀 정도뿐이었어요. 키오스크 앞에 줄이 없어서 괜히 마음이 편했고, 주문 후 번호가 뜨기까지도 5분 남짓 걸렸습니다. 이런 애매한 시간이 로컬 여행자에게는 꽤 좋은 시간대입니다. 유명한 곳을 가도 덜 붐비고, 평범한 매장에서도 동네 표정이 보입니다.
리아불고기레드는 이름 그대로 익숙한 불고기버거에 매운맛을 더한 느낌에 가깝습니다. 첫입은 달달한 불고기 소스가 먼저 오고, 그 뒤로 붉은 소스의 매콤함이 천천히 올라왔습니다. 아주 강하게 혀를 치는 매운맛은 아니고, 불고기버거의 단맛을 살짝 끊어주는 정도였습니다. 매운 음식을 자주 먹는 사람에게는 순한 편일 수 있고, 맵찔이에게는 세 번째 입부터 물이 생각날 수 있는 선입니다.
리아불고기레드 맛은 익숙한데 끝맛이 조금 다릅니다
기본 불고기버거가 부드럽고 달큰한 쪽이라면, 리아불고기레드는 그 위에 얇은 빨간 필터가 덧씌워진 느낌이었습니다. 패티의 고기 맛이 아주 선명하게 드러나는 스타일은 아니지만, 소스 조합이 확실해서 한 끼 간단히 먹기에는 괜찮았습니다. 빵은 평소 롯데리아 버거에서 기대하는 정도의 촉촉함이었고, 양상추가 너무 적지 않아 식감도 무난했습니다.
다만 소스가 가운데에 몰려 있으면 한입은 진하고 한입은 심심할 수 있습니다. 제가 받은 버거도 처음에는 달고 매운 맛이 꽤 좋았는데, 뒤쪽으로 갈수록 빵과 패티 맛이 더 강해졌습니다. 이런 부분은 매장이나 조리 상태에 따라 차이가 날 것 같습니다. 가격 대비 만족도는 세트보다 단품으로 먹을 때 더 괜찮게 느껴졌습니다. 감자튀김과 탄산까지 곁들이면 익숙한 패스트푸드 한 끼가 되고, 단품에 물만 곁들이면 동네 산책 중 가볍게 쉬어가는 간식에 가깝습니다.
동네 매장에서 먹을 때 보이는 작은 장면들
제가 앉은 자리 옆에는 콘센트가 있었고, 창밖으로는 작은 세탁소와 문 닫은 미용실 간판이 보였습니다. 관광지에서 일부러 꾸며낸 레트로가 아니라, 그냥 오래 그 자리에 있었던 풍경이었습니다. 햄버거를 반쯤 먹었을 때 중학생 둘이 들어와 아이스크림만 주문했고, 조금 뒤에는 배달 기사님이 조용히 픽업 번호를 확인하고 나갔습니다. 이런 장면은 유명 카페 리뷰에는 잘 남지 않지만, 동네를 걸을 때는 오래 기억납니다.
리아불고기레드 자체만 놓고 보면 특별한 여행 목적지가 되기는 어렵습니다. 근데 조용한 동네 매장에서 먹으면 이야기가 조금 달라집니다. 메뉴가 가진 익숙함 덕분에 오히려 주변을 더 편하게 보게 됩니다. 낯선 도시에서 너무 특별한 것만 찾다 보면 긴장하게 되는데, 아는 맛 하나가 있으면 그 동네의 낯섦이 조금 부드러워집니다.
먹기 좋은 상황을 고르자면
- 점심과 저녁 사이, 매장이 한산한 시간에 혼자 쉬고 싶을 때
- 달달한 불고기버거는 좋지만 조금 덜 느끼한 맛을 원할 때
- 시장이나 주택가 골목을 걷다가 오래 앉기 부담스럽지 않은 곳이 필요할 때
- 새로운 맛집보다 동네의 생활감을 보고 싶은 날
개인적으로는 일부러 먼 길을 찾아갈 메뉴라기보다, 걷다가 가까운 지점이 보이면 들어가도 괜찮은 메뉴였습니다. 특히 사람이 적은 매장에서는 패스트푸드 특유의 빠른 분위기가 덜해서 좋았습니다. 20분 정도 앉아 있으니 비가 그쳤고, 남은 콜라 얼음을 굴리다가 다시 골목으로 나왔습니다. 대단한 맛의 발견은 아니었지만, 여행이 늘 대단해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리아불고기레드보다 오래 남은 건 조용한 자리였습니다
먹고 나와서 가장 먼저 생각난 건 버거의 매운맛보다 매장 안의 낮은 소음이었습니다. 주문 알림음이 가끔 울리고, 직원이 감자튀김 바스켓을 털고, 밖에서는 우산 접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런 소리들이 겹쳐지니 평범한 프랜차이즈 매장도 잠깐의 쉼터처럼 느껴졌습니다.
리아불고기레드는 익숙한 불고기버거에 살짝 매운 방향을 더한 메뉴였습니다. 엄청난 개성은 아니지만, 너무 튀지 않아서 동네 산책과는 잘 맞았습니다. 저는 다음에도 낯선 동네를 걷다가 한산한 롯데리아가 보이면 그냥 지나치지 않을 것 같습니다. 어떤 장소는 유명해서 기억나는 게 아니라, 그날의 날씨와 빈자리와 별일 없던 시간이 같이 묶여 조용히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