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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골목 이모카세, 퇴근길에 직접 앉아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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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암동 골목 이모카세, 퇴근길에 직접 앉아봤더니

얼마 전 상암동에서 약속 시간이 애매하게 비었는데, 큰길 쪽 번쩍이는 식당들보다 뒤편 골목의 불빛이 더 눈에 들어왔다. 디지털미디어시티역 주변은 늘 회사원 발걸음이 빠르고, 방송국 쪽은 점심과 저녁 피크가 분명한 동네다. 그런데 조금만 옆으로 빠지면 의외로 조용한 골목이 있다. 그날 내가 들어간 곳도 간판이 크지 않았고, 메뉴판보다 주방 안 이모의 손놀림이 먼저 보이는 작은 술집이었다.

상암동 이모카세라는 말은 사실 거창한 코스 요리보다, 그날그날 이모가 내주는 안주를 믿고 앉는 분위기에 더 가깝다. 예약 앱에서 고르는 코스가 아니라, 냉장고 사정과 손님 수, 그날의 공기에 따라 접시가 달라지는 식이다. 그래서 화려함을 기대하고 가면 조금 심심할 수 있지만, 동네 저녁의 밀도는 오히려 이런 곳에서 잘 느껴진다.

큰길에서 한 블록 벗어나면 달라지는 상암동

상암동은 처음 보면 회사 건물과 방송국, 프랜차이즈가 많은 동네처럼 보인다. 점심시간에는 10분만 늦어도 줄이 길어지고, 저녁 6시 30분쯤엔 회식 손님들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근데 골목 안쪽은 조금 다르다. 8시가 넘어가면 소리가 낮아지고, 가게마다 손님 두세 팀이 천천히 술잔을 비우는 분위기가 생긴다.

내가 앉은 곳은 테이블이 많지 않았다. 네 명 테이블 몇 개와 바에 가까운 작은 자리. 벽에는 오래된 소주 포스터가 붙어 있었고, 주방 쪽에서는 된장 냄새와 구운 생선 냄새가 번갈아 올라왔다. 인테리어가 예쁜 곳은 아니었다. 솔직히 사진을 찍어도 예쁘게 나오기 어려운 조명이다. 그런데 그래서 더 편했다. 카메라보다 젓가락이 먼저 가는 곳이었다.

상암동 이모카세에서 나온 접시들

처음 나온 건 따뜻한 두부와 볶은 김치였다. 흔한 조합인데, 퇴근길 빈속에는 이런 접시가 제일 정확하게 들어온다. 그다음에는 계란말이, 오징어초무침, 작은 생선구이가 차례로 나왔다. 양은 과하지 않았다. 둘이 앉아 소주 한 병 반 정도 천천히 마시기 좋은 흐름이었다.

가격은 가게마다 차이가 크지만, 내가 간 곳은 1인 기준으로 대략 2만 원대 후반에서 3만 원대 초반 느낌이었다. 여기에 술값을 더하면 둘이 7만 원 안팎으로 잡으면 크게 벗어나지 않았다. 홍대나 연남동에서 이름난 술집을 가면 같은 가격에도 조금 더 연출된 접시가 나오는데, 상암동 골목의 이모카세는 연출보다 생활감이 앞선다. 접시가 나올 때마다 설명이 길지 않고, 그냥 이거 따뜻할 때 먹어 하는 말 한마디가 더 오래 남는다.

좋았던 점

  • 손님이 몰리는 시간만 피하면 대화 소리가 크게 부딪히지 않았다.
  • 안주가 자극적이기보다 밥반찬에 가까워서 오래 앉기 편했다.
  • 혼자보다는 둘이 가면 양과 분위기가 가장 맞았다.
  • 상암동 특유의 회사 동네 느낌과 골목 술집의 느슨함이 같이 있었다.

가기 전에 알고 있으면 좋은 것들

이런 가게는 기대치를 조금 낮춰야 제대로 보인다. 메뉴가 매일 같지 않을 수 있고, 사장님이 바쁜 날에는 접시 사이 간격이 길어질 때도 있다. 나는 그 간격이 나쁘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 오늘 일이 어땠는지 이야기하는 소리가 들리고, 주방에서는 프라이팬 긁는 소리가 나고, 바깥으로는 퇴근한 사람들이 하나둘 골목을 빠져나갔다.

다만 사람 적은 곳을 좋아한다고 해서 아무 시간에나 조용한 건 아니다. 상암동은 회사원이 많은 동네라 평일 저녁 7시 전후가 가장 붐빈다. 조금 느긋하게 가고 싶다면 8시 이후가 낫다. 금요일은 작은 가게도 금방 차니, 아주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화요일이나 수요일 저녁이 더 잘 맞는다. 주말은 주변 회사가 쉬는 만큼 골목 자체가 차분하지만, 영업하지 않는 곳도 있어서 헛걸음할 수 있다.

유명 맛집보다 동네 저녁에 가까운 곳

상암동 이모카세를 특별한 미식 코스로 기대하면 아쉬울 수 있다. 엄청난 제철 재료가 나오거나, 접시마다 설명이 붙는 식당은 아니었다. 대신 냉장고에서 바로 꺼낸 반찬, 방금 부친 계란, 살짝 탄 가장자리의 생선 같은 것들이 있었다. 사실 그런 음식은 여행지에서 일부러 찾지 않으면 만나기 어렵다. 너무 유명해지면 사라지는 표정이기도 하다.

내가 좋았던 건 상암동의 속도가 잠깐 느려지는 순간이었다. 낮에는 모니터와 회의, 점심 줄로 바쁜 동네가 밤에는 의외로 평범해진다. 골목의 작은 식당에서 누군가는 혼자 국물을 떠먹고, 누군가는 오늘 촬영이 길었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말없이 잔만 기울인다. 여행이 꼭 멀리 가는 일만은 아니라면, 이런 저녁도 충분히 여행에 가깝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배를 아주 비우고 가기보다, 조금 출출한 상태로 천천히 앉고 싶다. 상암동 이모카세는 배부르게 먹었다는 기억보다 오래 앉아 있었다는 감각이 더 또렷한 곳이었다. 큰길의 밝은 간판들 사이에서 살짝 비켜난 저녁, 그 정도의 조용함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잘 맞는 골목이다.

상암동 골목 이모카세, 퇴근길에 직접 앉아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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