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비켜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관광지 옆 골목으로 한 블록만 빠졌을 때
얼마 전 일본여행을 다녀오면서, 이번에는 일부러 유명한 전망대나 큰 쇼핑 거리를 조금씩 비켜 걸었다. 사실 일본은 워낙 동네마다 작은 가게와 생활 풍경이 촘촘해서, 지도를 크게 확대하지 않으면 지나치기 쉬운 곳들이 많다. 오사카에서도 난바 한복판보다 지하철 두세 정거장 떨어진 주택가가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편의점 앞에 자전거가 줄지어 있고, 오후 4시쯤이면 초등학생들이 모자를 흔들며 집으로 돌아가는 그런 장면들 말이다.
관광객이 많이 가는 곳은 분명 편하다. 표지판도 많고, 메뉴판도 친절하고, 실패할 확률이 낮다. 그런데 사람 적은 동네로 들어가면 속도가 달라진다. 걸음이 느려지고, 사진을 찍기보다 잠깐 멈춰 서게 된다. 일본여행을 여러 번 해본 사람이라면 아마 이 조용한 간격이 더 반가울 때가 있을 것이다.
교토에서는 절보다 생활 골목이 더 오래 남았다
교토에 가면 대부분 기요미즈데라나 아라시야마를 먼저 떠올린다. 나도 처음에는 그랬다. 그런데 최근에 다시 갔을 때는 유명한 사찰을 길게 보는 대신, 데마치야나기 근처와 가모강 북쪽 동네를 천천히 걸었다. 역에서 10분 정도만 벗어나도 풍경이 꽤 달라진다. 낮은 주택, 오래된 찻집, 작은 빵집, 강가에서 책 읽는 사람들. 관광 안내 사진 속 교토보다 생활에 가까운 교토였다.
특히 가모강은 남쪽으로 내려갈수록 사람이 많아지지만, 북쪽으로 조금 올라가면 훨씬 여유롭다. 벤치가 따로 없어도 돌 위에 앉아 물소리를 들을 수 있고, 자전거 타는 동네 사람들 사이로 여행자가 조용히 섞인다. 근데 이런 곳은 뭔가를 하려고 가면 심심할 수도 있다. 커피 한 잔 들고 30분쯤 아무 계획 없이 앉아 있을 때 제일 좋았다.
교토에서 조용히 걷기 좋았던 방식
- 오전 8시 전후에 숙소 근처 골목부터 걷기
- 유명 사찰은 한 곳만 정하고 나머지는 강변이나 주택가로 빼기
- 큰 카페보다 동네 빵집이나 작은 찻집 이용하기
도쿄는 번화가보다 생활권 역 주변이 편했다
도쿄 일본여행에서 의외로 좋았던 건 시모키타자와나 기치조지처럼 이미 알려진 동네보다, 그 주변의 한두 정거장 떨어진 역들이었다. 예를 들면 고엔지에서 조금 더 걸어 들어간 주택가, 혹은 니시오기쿠보의 작은 상점가 같은 곳. 화려하진 않은데, 저녁 6시쯤 퇴근한 사람들이 장을 보고 라멘집 앞에 두세 명만 기다리는 풍경이 자연스럽다.
니시오기쿠보에서는 큰 목적 없이 골목을 돌다가 오래된 생활용품 가게에 들어갔다. 가격표가 손글씨로 붙어 있었고, 접시 하나가 700엔, 컵 하나가 500엔 정도였다. 기념품 가게에서 본 물건보다 훨씬 조용하고 현실적인 물건들이었다. 솔직히 여행에서 꼭 무언가를 사야 하는 건 아니지만, 그 동네의 가격과 취향을 보는 재미가 있다. 관광지의 일본이 아니라 누군가의 일상 속 일본을 잠깐 빌려 보는 느낌이었다.
후쿠오카는 버스를 타고 바닷가 동네로 빠지는 맛이 있다
후쿠오카는 짧은 일본여행으로 많이 가는 도시라 텐진, 하카타, 나카스 주변에 일정이 모이기 쉽다. 나도 첫날은 그렇게 움직였는데, 둘째 날에는 버스를 타고 조금 바깥으로 나갔다. 모모치 해변처럼 이름난 곳도 있지만, 그보다 더 좋았던 건 해변 근처 주택가와 작은 공원들이었다. 바람이 세게 불고, 편의점에서 산 따뜻한 캔커피가 금방 식는 날이었다.
일본 동네 여행의 장점은 이동 거리가 짧아도 기분이 꽤 바뀐다는 점이다. 도심에서 버스로 20~30분만 움직여도 건물 높이가 낮아지고, 사람들의 옷차림도 조금 느슨해진다. 후쿠오카에서는 시장보다 동네 슈퍼가 더 재미있었다. 과일 가격, 도시락 종류, 저녁 할인 스티커가 붙는 시간 같은 것들이 그 도시의 리듬을 보여준다. 오후 7시가 가까워지자 도시락 코너 앞에 사람들이 조용히 모였고, 나도 괜히 그 줄에 섞여 연어 도시락을 하나 골랐다.
사람 적은 일본여행을 위해 실제로 챙긴 것들
한적한 곳을 다니려면 유명 맛집 목록보다 동선이 중요했다. 하루에 여러 도시를 찍는 방식보다는 한 동네에 3~4시간 머무는 편이 훨씬 낫다. 예를 들어 오전에는 큰 역 주변 숙소에서 출발하고, 점심 전까지 생활권 골목을 걷고, 오후에는 강변이나 작은 공원에서 쉬는 식이다. 이렇게 하면 교통비도 줄고, 여행 피로도 덜하다.
나는 보통 목적지를 2개만 정했다. 하나는 밥 먹을 곳, 하나는 쉬어갈 곳. 나머지는 걷다가 바꿨다. 일본은 골목이 촘촘해서 길을 조금만 틀어도 작은 신사, 오래된 목욕탕, 동네 문구점 같은 것이 나온다. 다만 주택가에서는 사진을 조심하는 편이 좋다. 사람이 적다고 해서 마음대로 카메라를 들이대도 되는 건 아니다. 가게 안에서도 촬영 가능 여부를 먼저 보는 게 편했다.
- 숙소는 큰 터미널보다 두세 정거장 떨어진 역 근처가 조용했다
- 아침 산책은 오전 7시부터 9시 사이가 가장 좋았다
- 동네 식당은 점심 영업이 짧은 곳이 많아 시간을 미리 봐야 했다
- 현금만 받는 작은 가게가 아직 있어 동전 지갑이 은근히 유용했다
조용한 여행은 비어 있는 시간이 있어야 좋다
일본여행을 계획할 때 예전에는 빈칸이 있으면 불안했다. 여기까지 왔는데 더 봐야 하지 않을까 싶었다. 그런데 몇 번 다녀보니, 내게 오래 남는 장면은 입장권을 끊고 들어간 곳보다 길 위에서 우연히 만난 순간들이었다. 비 오는 오후의 상점가, 막 문을 연 빵집 냄새, 역 앞 꽃집에서 화분을 고르던 노부부, 강가에서 아무 말 없이 앉아 있던 시간.
유명한 곳을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다. 다만 하루 일정 안에 사람 많은 장소와 조용한 동네를 섞어두면 여행의 온도가 달라진다. 일본은 특히 그런 균형이 잘 맞는 나라다. 전철 한 번, 버스 한 번이면 낯익은 관광지에서 누군가의 평범한 오후로 넘어갈 수 있다. 나는 앞으로도 일본에 가면 큰길보다 한 블록 안쪽을 먼저 걸을 것 같다. 그쪽에 여행이 조금 더 천천히 놓여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