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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여행, 유명한 곳 옆 골목만 걸어봤더니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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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여행, 유명한 곳 옆 골목만 걸어봤더니 남은 것들

얼마 전 치앙마이에서 새벽 시장 골목을 걷다가, 관광 지도에는 없는 작은 두유 가게 앞에 한참 서 있었습니다. 플라스틱 의자 세 개, 김이 올라오는 냄비 하나, 출근길에 봉지를 받아 가는 사람들. 그 장면이 이상하게 오래 남았습니다. 동남아시아여행을 떠올리면 보통 바다, 야시장, 사원, 루프톱 바 같은 단어가 먼저 나오지만, 저는 요즘 그런 장면보다 동네가 깨어나는 시간이 더 좋습니다.

유명한 장소를 완전히 피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조금만 옆으로 빠져도 여행의 온도가 달라집니다. 사람이 몰리는 입구 대신 뒷골목으로 걷고, 검색 결과 상단에 뜨는 식당 대신 현지 사람들이 식판을 들고 앉는 곳에 들어가 보면, 도시가 여행자를 위해 꾸민 얼굴 말고 평소의 얼굴을 보여줄 때가 있습니다.

치앙마이에서 골목을 고르는 법

치앙마이는 동남아시아여행 초보자에게도 비교적 편한 도시입니다. 올드타운 안쪽은 길이 반듯하고, 성벽을 기준으로 방향을 잡기도 쉽습니다. 그런데 사람이 적은 시간을 원한다면 님만해민의 카페 거리보다 올드타운 북동쪽 주택가를 천천히 걷는 쪽이 더 좋았습니다.

제가 가장 좋아했던 시간은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였습니다. 이 시간에는 여행자보다 등교하는 학생, 문 여는 가게 주인, 오토바이로 반찬을 사러 온 주민이 더 많습니다. 골목 안쪽에는 30밧 안팎의 국수집이 있고, 작은 사원 앞에는 신발 몇 켤레만 놓여 있습니다. 유명 사원처럼 사진 줄이 생기지는 않지만, 나무 그늘 아래 앉아 있으면 종소리와 새소리가 같이 들립니다.

  • 큰 도로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기
  • 카페보다 아침 식당이 먼저 문 여는 골목 고르기
  • 오전 10시 이전이나 해 질 무렵에 걷기
  • 오토바이가 너무 빠르게 다니는 길은 피하기

솔직히 치앙마이에서 가장 근사했던 순간은 유명 카페에서 찍은 사진이 아니었습니다. 비가 잠깐 그친 뒤, 세탁소 앞에 널린 셔츠들이 바람에 흔들리고, 옆집 아주머니가 화분에 물을 주던 5분이 더 선명합니다.

루앙프라방은 강변보다 뒷길이 조용했다

라오스 루앙프라방은 도시 전체가 느리게 걷는 사람에게 잘 맞습니다. 메콩강변 산책로도 좋지만, 해가 질 무렵에는 생각보다 사람이 많습니다. 저는 오히려 남칸강 쪽 작은 다리 주변과 숙소 뒤편 흙길에서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루앙프라방의 골목은 넓지 않습니다. 낮에는 닭이 지나가고, 아이들이 자전거를 타고, 작은 가게에서는 바나나와 생수를 팝니다. 물가도 방콕이나 싱가포르와는 체감이 다릅니다. 간단한 국수 한 그릇은 현지 식당 기준으로 몇만 킵 정도였고, 강변의 전망 좋은 식당은 그보다 확실히 비쌌습니다. 같은 도시 안에서도 어디에 앉느냐에 따라 여행의 리듬과 지출이 꽤 달라졌습니다.

근데 조용한 곳을 찾겠다고 너무 깊이 들어갈 필요는 없습니다. 루앙프라방은 해가 지면 골목 조명이 약한 편이라, 밤에는 익숙한 길 위주로 움직이는 게 마음이 편했습니다. 저는 낮에 걸어둔 길을 저녁에 다시 걷는 방식을 자주 썼습니다. 낯선 도시에서도 두 번째로 걷는 길은 조금 덜 낯섭니다.

페낭 조지타운에서 벽화보다 오래 본 것

말레이시아 페낭 조지타운은 벽화와 카페로 유명합니다. 주말 낮에는 특정 벽화 앞에 줄이 생기고, 사진을 찍는 사람들 사이로 인력거와 오토바이가 지나갑니다. 그래서 저는 벽화 지도를 따라가기보다, 오전에 리틀 인디아와 차이나타운 사이의 생활 골목을 걸었습니다.

향신료 냄새, 사원에서 들리는 노랫소리, 철문을 올리는 소리, 오래된 타일 바닥. 이런 것들이 조지타운을 더 잘 설명해준다고 느꼈습니다. 유명한 벽화는 1분이면 지나가지만, 코피티암에서 마신 진한 커피 한 잔은 30분을 붙잡습니다. 현지식 아침 세트는 보통 부담 없는 가격대였고, 관광객이 많은 카페의 브런치와 비교하면 2배 이상 차이가 나는 곳도 있었습니다.

사실 조지타운은 길을 잃기 좋은 도시입니다. 하지만 완전히 길을 잃는 느낌은 아닙니다. 블록이 촘촘하고 큰 도로가 자주 나와서, 방향만 잡으면 다시 익숙한 곳으로 돌아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이 도시에서 일부러 목적지를 하나만 정했습니다. 나머지는 걷다가 보이는 간판과 그늘을 따라갔습니다.

호이안에서는 올드타운 밖을 걸었다

베트남 호이안은 등불이 켜지는 밤이 유명합니다. 물론 예쁩니다. 다만 그 시간의 중심부는 사람의 흐름이 빠르고, 사진을 찍는 손들이 계속 올라옵니다. 저는 호이안에서 가장 마음이 편했던 곳을 꼽으라면 올드타운 바깥의 주거 골목과 논길 쪽을 말하고 싶습니다.

자전거를 빌려 15분쯤만 나가도 풍경이 바뀝니다. 노란 벽의 가게들이 줄어들고, 작은 집과 채소밭, 물소가 보이는 길이 나옵니다. 길가 식당에서 먹은 쌀국수는 중심부보다 간이 소박했고, 주인도 오래 말을 걸지 않았습니다. 그런 무심함이 오히려 편했습니다. 여행자를 반기는 화려함보다, 그냥 자기 하루를 사는 사람들 사이에 잠깐 앉아 있는 느낌이었습니다.

다만 호이안 외곽은 한낮에 꽤 덥습니다. 4월부터 8월 사이에는 오전이나 늦은 오후가 낫고, 물은 꼭 챙기는 편이 좋습니다. 자전거 도로가 완벽히 분리된 곳은 많지 않아서, 사진을 보며 달리기보다는 멈춰서 보는 쪽이 안전했습니다.

사람 적은 동남아시아여행을 위해 남겨둔 기준

여러 도시를 걷다 보니 제 나름의 기준이 생겼습니다. 첫째, 유명 관광지에서 걸어서 10분 떨어진 곳을 먼저 봅니다. 택시를 타고 멀리 갈 필요 없이, 대개 인파는 생각보다 짧은 반경 안에 몰려 있습니다. 둘째, 점심 직전보다 아침이 좋습니다. 셋째, 예쁜 간판보다 오래된 생활 시설이 많은 골목을 고릅니다. 세탁소, 철물점, 학교, 시장 입구가 있는 길은 대체로 동네의 결이 살아 있습니다.

그리고 조용한 장소를 찾을수록 더 조심해야 합니다. 사진을 찍기 전에 사람이 사는 공간인지 먼저 봐야 하고, 사원이나 주거지에서는 옷차림과 목소리도 낮추는 편이 좋습니다. 로컬 여행은 남들이 모르는 곳을 차지하는 일이 아니라, 잠깐 지나가는 사람으로서 그곳의 속도를 해치지 않는 일에 가깝습니다.

동남아시아여행은 아직도 제게 화려한 휴양지보다 골목의 기억으로 남아 있습니다. 미지근한 커피, 젖은 보도블록, 낮잠 자는 가게 주인, 천천히 지나가는 자전거. 그런 장면들은 여행이 끝난 뒤에도 오래 따라옵니다. 다음에 또 떠난다면 저는 유명한 곳을 완전히 빼지는 않겠지만, 하루에 한두 시간은 꼭 아무 표시 없는 골목을 위해 남겨둘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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