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한 일산맛집 줄에서 살짝 벗어나 걸어봤더니 보인 골목 밥집들

얼마 전 평일 낮에 일산을 걸었는데, 유명한 식당 앞에는 이미 대기 명단이 길게 붙어 있었습니다. 이상하게 저는 그런 줄을 보면 발걸음이 조금 느려집니다. 맛있는 곳을 싫어해서가 아니라, 밥 한 끼 먹으러 간 길이 너무 빽빽해지는 순간 여행의 기분이 사라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이날은 일산맛집으로 많이 불리는 큰길 가게보다 한 블록 뒤, 생활도로 쪽으로 방향을 틀었습니다.
일산은 생각보다 넓습니다. 정발산역 주변의 반듯한 거리, 백석역 근처의 오래된 상가, 일산시장 쪽의 낮은 골목, 그리고 밤리단길로 불리는 정발산동 주택가까지 분위기가 꽤 다릅니다. 같은 일산맛집을 찾더라도 어디서 내리고 어느 시간에 걷느냐에 따라 완전히 다른 하루가 됩니다.
줄 서는 곳보다 한 블록 뒤가 편했다
정발산역에서 내려 호수공원 방향으로 바로 가지 않고, 주택가 쪽으로 10분쯤 걸었습니다. 주말 오후에는 카페 앞까지 사람들이 차오르는 길이지만 평일 11시 30분쯤에는 창문 닦는 소리, 식재료 박스 내려놓는 소리, 골목 안쪽에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가 더 먼저 들렸습니다. 이런 시간이 좋습니다. 가게도 바쁘기 전이라 음식이 급하게 나오지 않고, 혼자 앉아도 눈치가 덜 보입니다.
이 동네에서 마음에 남는 일산맛집은 대단한 간판을 가진 곳보다 메뉴가 5개 안팎인 작은 식당들이었습니다. 돈가스면 돈가스, 국수면 국수, 생선구이면 생선구이처럼 한 가지를 오래 붙들고 있는 집들입니다. 메뉴판이 얇으면 괜히 믿음이 생깁니다. 실제로 20석 남짓한 식당에서 밥을 먹었는데, 손님 대부분이 근처 사무실에서 온 듯한 사람들이었습니다. 관광객의 말투보다 단골의 짧은 주문이 많은 곳은 확실히 공기가 다릅니다.
백석역 주변은 생활 밥집의 밀도가 높다
백석역 근처는 화려하게 꾸민 거리보다 출퇴근과 점심시간의 리듬이 강한 동네입니다. 역에서 5분만 벗어나면 오래된 상가와 새 건물이 섞여 있고, 점심에는 혼밥 손님과 회사원 두세 명 단위의 손님이 빠르게 드나듭니다. 그래서 조용한 식사를 원한다면 12시 정각보다 11시 20분이나 1시 20분쯤이 훨씬 낫습니다. 체감상 그 1시간 차이가 대기 20분을 없애줍니다.
백석동에서 좋은 밥집을 고를 때는 외관보다 회전의 흔적을 봅니다. 입구 옆에 밥솥 김이 보이거나, 반찬통이 작게 자주 채워지는 집이 있습니다. 그런 곳은 음식이 과하게 멋을 부리지 않습니다. 된장국은 조금 짭짤하고, 제육은 달기보다 불맛이 있고, 생선구이는 겉이 바삭한 대신 집 안에 냄새가 오래 남을 법한 솔직함이 있습니다. 사실 여행 중에 이런 밥이 더 오래 기억납니다.
제가 피하는 시간
- 토요일 12시부터 2시 사이의 웨이팅 많은 식당가
- 호수공원 행사 직후 사람들이 한꺼번에 빠져나오는 저녁 시간
- 카페 거리의 사진 촬영 손님이 몰리는 오후 3시 전후
일산시장 쪽은 걷는 속도가 달라진다
일산시장 근처로 가면 분위기가 더 낮아집니다. 건물이 낮고, 골목 폭도 좁고, 가게 앞에 놓인 플라스틱 의자까지 오래된 동네의 표정이 남아 있습니다. 시장 안쪽에서는 분식, 국밥, 만두, 칼국수 같은 메뉴가 자연스럽게 눈에 들어옵니다. 여기는 일부러 멀리서 찾아온 사람보다 장을 보다가 앉는 사람이 많아 보였습니다.
시장 밥집의 장점은 속도가 빠르다는 것입니다. 주문하고 7분쯤 지나 김이 나는 그릇이 나오고, 옆자리에서는 이미 두 번째 반찬을 덜고 있습니다. 대신 오래 앉아 분위기를 즐기는 곳은 아닙니다. 짧게 먹고, 천천히 시장 골목을 한 바퀴 도는 편이 더 잘 맞습니다. 일산맛집이라는 말이 꼭 예쁜 접시와 예약표를 뜻할 필요는 없습니다. 어떤 날은 김치 냄새와 뜨거운 국물, 계산대 옆 사탕 바구니가 더 여행 같습니다.
밤리단길은 유명하지만 골라 걷는 재미가 있다
밤리단길은 이미 많이 알려졌습니다. 그래서 사람 적은 로컬 장소라고 말하기에는 조금 애매합니다. 그런데 큰길에서 바로 보이는 카페와 식당만 지나치면, 아직 조용한 골목이 남아 있습니다. 특히 평일 오후 4시 전후에는 점심 손님은 빠지고 저녁 손님은 오기 전이라 골목이 잠깐 비어 있습니다. 그 시간에 작은 카페 창가에 앉으면 일산이 왜 살기 좋은 동네로 자주 이야기되는지 조금 알 것 같습니다.
이쪽에서 식사를 고를 때는 너무 많은 후기를 믿기보다 자리 수와 소음의 정도를 먼저 봅니다. 2인 테이블 6개 정도의 작은 가게, 주방에서 바로 접시가 나오는 거리, 혼자 온 손님이 어색하지 않은 분위기. 그런 조건이면 음식이 아주 특별하지 않아도 만족도가 높았습니다. 솔직히 여행의 절반은 맛이고, 나머지 절반은 내가 그 시간을 편하게 보냈는지에 달려 있습니다.
조용한 일산맛집을 찾을 때 보는 것들
- 역에서 도보 5분보다 10분 거리의 골목을 먼저 본다
- 메뉴가 너무 넓은 곳보다 3~6개 정도로 좁은 곳을 고른다
- 평일 점심 전후, 저녁 시작 전처럼 동네가 비는 시간을 노린다
- 사진보다 단골 손님의 주문 방식과 테이블 회전감을 본다
일산에서 밥을 먹는다는 것
일산은 큰 쇼핑몰과 호수공원만 떠올리면 조금 번잡한 도시처럼 보입니다. 하지만 한 정거장만 옆으로 움직이고, 큰길에서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생활의 온도가 남아 있는 식당들이 꽤 많습니다. 이름난 일산맛집을 일부러 피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줄이 너무 길거나 마음이 급해지는 날이라면, 그 옆 골목으로 살짝 걸어 들어가도 충분히 좋은 한 끼를 만날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밥집에서 여행이 조금 더 오래 남는다고 느낍니다. 화려한 맛보다 동네 사람이 아무렇지 않게 앉아 먹는 장면, 계산하고 나와도 바로 다음 일정으로 뛰지 않아도 되는 거리, 식사 뒤 15분쯤 천천히 걸을 수 있는 보도. 일산에서 다시 밥을 먹는다면 아마 또 유명한 간판 앞에서 잠깐 망설이다가, 조용한 골목 쪽으로 몸을 틀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