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네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사막보다 오래 남은 장면들

얼마 전 무이네에 며칠 머물렀는데, 이상하게도 가장 선명하게 남은 건 붉은 모래언덕도, 지프 투어도 아니었다. 새벽 5시 40분쯤 어촌 앞에 서 있던 냄새, 햇빛이 올라오기 전 파란 골목, 낮잠 든 개 한 마리 옆으로 조심히 지나가던 순간들이 더 오래 따라왔다.
무이네여행을 검색하면 보통 화이트 샌듄, 레드 샌듄, 요정의 샘이 먼저 나온다. 나도 다녀오긴 했다. 그런데 솔직히 그곳들은 사진을 찍기엔 좋지만, 오래 머물고 싶다는 느낌은 덜했다. 오히려 하루에 2만 보 가까이 걸으며 들어간 동네 길에서 이곳의 진짜 속도가 보였다.
관광지 사이에 숨어 있던 무이네의 평범한 시간
무이네는 베트남 남부 판티엣에서 조금 더 동쪽으로 들어간 해안 마을이다. 호찌민에서 슬리핑버스로 보통 4시간 30분에서 5시간 정도 걸리고, 여행자들은 함티엔 거리 주변에 숙소를 많이 잡는다. 큰길에는 리조트, 환전소, 마사지숍, 해산물 식당이 이어지지만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나는 일부러 큰길보다 골목 쪽 숙소를 골랐다. 밤에는 파도 소리보다 오토바이 소리가 더 크게 들리기도 했지만, 아침마다 집 앞을 쓸고 있는 사람들,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어른들, 교복을 입고 오토바이 뒤에 타는 아이들을 가까이 볼 수 있었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생활권에 조용히 머무는 기분이었다.
- 사람이 적은 시간대는 오전 6시 전후와 오후 3시 전후였다.
- 큰길 식당보다 골목 안 현지 식당이 보통 20~40% 정도 저렴했다.
- 햇볕이 강한 오전 10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걷기보다 쉬는 편이 낫다.
새벽 어촌에서 본 무이네여행의 다른 얼굴
무이네 피싱빌리지는 유명한 편이지만, 단체 지프가 도착하기 전에는 전혀 다른 얼굴을 한다. 나는 오전 5시 20분쯤 숙소에서 그랩 오토바이를 타고 갔다. 길에는 아직 어둠이 조금 남아 있었고, 항구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젓갈처럼 짭짤한 냄새가 진해졌다.
해변 아래에는 둥근 바구니배가 여러 척 떠 있었고, 작은 생선을 고르는 사람들이 바쁘게 손을 움직였다. 관광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대화 소리는 대부분 베트남어였고, 사진을 찍는 사람보다 물건을 나르는 사람이 훨씬 많았다. 그 차이가 좋았다. 내가 끼어들 수 없는 일상이 눈앞에서 계속 흘러가고 있었다.
조용히 보려면 조금 비껴서기
어촌에서는 가까이 들이대기보다 한두 걸음 물러서는 게 편했다. 생선 상자 옆은 일하는 공간이라 오래 서 있으면 방해가 된다. 나는 방파제 쪽에 앉아 30분 정도 바라봤다. 해가 수평선 위로 완전히 올라오자 바다가 은색으로 바뀌었고, 그때부터 지프 투어 차량이 하나둘 늘었다. 같은 장소라도 40분 차이로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졌다.
함티엔 골목에서 먹고 걸은 오후
낮의 무이네는 생각보다 덥다. 3월에 갔을 때도 정오 체감은 35도에 가까웠고, 모래가 있는 곳은 더 뜨거웠다. 그래서 나는 한낮을 관광지에 쓰지 않고, 함티엔 골목의 그늘을 따라 천천히 걸었다. 큰길에서 바다 반대편으로 난 작은 길들이 있는데, 그 안에는 빨래가 걸린 집, 작은 잡화점, 현지식 국수집이 이어진다.
한 골목 식당에서 먹은 분짜 비슷한 돼지고기 국수는 4만 동 정도였다. 리조트 거리의 해산물 볶음밥이 9만~12만 동쯤 했으니 꽤 차이가 났다. 맛이 특별해서라기보다, 선풍기 바람 아래 앉아 얼음 든 차를 마시며 천천히 먹었던 시간이 좋았다. 여행 중에는 그런 식사가 은근히 오래 기억난다.
- 현금은 1만 동, 2만 동, 5만 동 지폐로 나눠두면 골목 식당에서 편하다.
- 메뉴판이 없어도 사진을 보여주면 대부분 가격을 먼저 알려준다.
- 로컬 식당은 오후 2시 이후 잠깐 닫는 곳이 있어 점심은 조금 일찍 먹는 게 좋았다.
요정의 샘은 이른 아침에 걸을 때 가장 덜 꾸며져 있었다
요정의 샘은 무이네에서 꽤 알려진 장소지만, 오전 7시쯤 들어가면 의외로 조용하다. 신발을 벗고 얕은 물길을 따라 걷는 코스인데, 물은 발목 아래로 찰랑거리고 옆으로는 붉은 흙벽과 야자수가 번갈아 나타난다. 이름만 들으면 조금 과장된 관광지 같지만, 사람이 적을 때는 산책로에 더 가깝다.
다만 늦은 오전이 되면 단체 손님이 들어오고, 입구 주변 호객도 조금 많아진다. 나는 왕복으로 천천히 걸어 1시간 10분 정도 걸렸다. 중간중간 사진을 찍고 발을 씻는 시간까지 포함한 것이다. 길이 어렵진 않지만 바닥에 잔자갈이 있어 발바닥이 예민한 사람은 얇은 아쿠아슈즈를 챙기면 편하다.
유명한 곳도 시간을 바꾸면 조금 달라진다
사람 없는 여행지를 찾는다고 해서 이름난 장소를 전부 피할 필요는 없었다. 대신 도착 시간을 바꾸면 된다. 레드 샌듄도 해질 무렵엔 사람이 몰리지만, 오후 3시 30분쯤 가니 가장 높은 능선 쪽만 제외하면 꽤 한산했다. 사진 명소의 정중앙보다 옆 능선을 걷는 편이 훨씬 조용했다.
무이네에서 덜 알려진 길을 고르는 방법
무이네여행에서 내가 가장 자주 쓴 방법은 간단했다. 지도에서 별점 높은 곳을 찍고 바로 가지 않고, 그 주변 골목을 먼저 걸었다. 유명 식당에서 200m만 벗어나도 가격과 분위기가 달라졌고, 해변도 리조트 앞보다 어촌과 주택가 사이의 작은 진입로가 더 조용했다.
물론 모든 길이 아름답진 않다. 공사 중인 곳도 있고, 개가 짖는 골목도 있고, 바닷가에 쓰레기가 밀려온 구간도 있었다. 근데 그런 장면까지 포함해야 무이네가 납작한 휴양지 사진으로만 남지 않는다. 나는 그게 좋았다. 완벽하게 꾸며진 풍경보다, 생활이 조금 묻어 있는 장소가 더 믿음직했다.
- 오토바이를 빌린다면 국제면허와 보험 조건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 도보 이동은 짧게 나눠야 한다. 1km도 한낮에는 꽤 길게 느껴진다.
- 조용한 해변을 찾을 때는 숙소 직원에게 현지인이 가는 입구를 물어보면 좋다.
무이네는 사막과 바다가 함께 있는 독특한 여행지지만, 내게는 그보다 골목의 속도가 더 크게 남았다. 새벽 어촌의 분주함, 뜨거운 오후의 빈 골목, 저녁마다 낮아지던 파도 소리. 유명한 장면을 다 보고도 마음이 조금 비어 있다면, 다음 날은 아무 일정 없이 동네 안쪽으로 걸어 들어가도 괜찮다. 그쪽에 무이네의 덜 반짝이지만 오래 가는 얼굴이 있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