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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맛집을 일부러 골목으로만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밥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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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맛집을 일부러 골목으로만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밥집들

얼마 전 안동에 갔을 때, 저는 일부러 유명한 간판을 따라가지 않았다. 안동역에서 내려 택시를 타면 금방 닿는 곳도 많지만, 그날은 구시장 근처 골목을 20분쯤 천천히 걸었다. 사실 안동맛집이라고 검색하면 찜닭, 간고등어, 헛제사밥이 먼저 나오는데, 저는 그 음식보다도 그 음식을 먹으러 가는 길의 공기가 더 궁금했다.

안동은 생각보다 조용한 도시다. 하회마을이나 월영교처럼 이름난 곳은 사람이 모이지만, 한 블록만 벗어나도 셔터가 반쯤 내려간 오래된 가게, 낮은 주택, 동네 어르신들이 오가는 식당이 눈에 들어온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생활 반경 안에 잠깐 들어온 느낌이 든다.

유명한 찜닭골목도 시간만 비껴가면 달라진다

안동에서 찜닭을 빼놓기는 어렵다. 안동찜닭은 안동 구시장 닭골목에서 자리 잡은 음식으로 알려져 있고, 간장 양념에 닭과 당면, 감자, 채소가 한 냄비에 푸짐하게 담긴다. 그런데 솔직히 주말 점심 12시 반쯤 가면 조용한 로컬 여행과는 조금 멀어진다. 사람 소리, 호출벨 소리, 냄비 끓는 소리가 한꺼번에 올라온다.

제가 좋았던 시간은 오후 3시가 조금 넘은 때였다. 점심 손님이 빠지고 저녁 준비가 시작되기 전, 골목 안쪽 식당들은 문은 열려 있지만 숨을 고르는 중이었다. 2인분 기준으로 양이 꽤 많아서 둘이 먹어도 남을 정도였고, 당면은 양념을 오래 머금어 밥보다 먼저 손이 갔다. 맛은 자극적이라기보다 단짠한 쪽에 가깝다. 서울에서 먹던 찜닭보다 국물이 조금 더 진하고, 감자는 부서지기 직전까지 익어 있었다.

  • 붐비는 시간이 싫다면 오후 2시 30분 이후가 편했다.
  • 혼자라면 찜닭보다 국밥이나 칼국수 쪽이 부담이 적다.
  • 구시장 안쪽으로 들어갈수록 관광지 느낌이 조금 옅어진다.

간고등어는 큰 식당보다 동네 백반집에서 더 편했다

안동의 간고등어는 오래전 내륙 도시였던 안동까지 생선을 들여오기 위해 소금간을 했던 이야기와 자주 함께 나온다. 지금은 관광 메뉴가 됐지만, 막상 먹어보면 특별한 기술보다 밥상 전체의 균형이 중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생선 한 토막이 짭짤하게 구워져 나오고, 옆에는 나물과 김치, 된장국이 조용히 붙는다.

제가 들른 곳은 시장 큰길에서 살짝 벗어난 백반집이었다. 메뉴판에 간고등어가 제일 크게 적혀 있지도 않았고, 손님도 네 테이블뿐이었다. 1인분 가격은 관광지 중심 식당보다 2천 원에서 4천 원 정도 낮은 편이었고, 반찬은 화려하지 않았다. 대신 밥이 따뜻했고, 국은 싱겁게 끓여져 생선의 짠맛을 받아줬다. 이런 밥상은 사진으로 보면 평범한데, 걷다가 앉아 먹으면 오래 기억난다.

헛제사밥은 안동다운 속도를 가진 음식이었다

안동을 이야기할 때 헛제사밥도 자주 나온다. 제사 음식을 닮았지만 실제 제사는 아닌 밥상이라는 이야기가 붙어 있다. 비빔밥처럼 보이지만 고추장 대신 간장으로 비비는 경우가 많아 맛이 차분하다. 처음 한 숟갈은 심심하다고 느낄 수 있는데, 몇 번 씹다 보면 나물 향과 기름 냄새가 천천히 올라온다.

이 음식은 여행 중간보다 늦은 아침에 잘 맞았다. 전날 찜닭처럼 강한 음식을 먹었다면 다음 날 헛제사밥이 속도를 낮춰준다. 저는 도산서원 쪽으로 가기 전 시내에서 먹었는데, 30분쯤 조용히 앉아 있으니 식당 안 라디오 소리와 그릇 놓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안동맛집을 찾는다고 해서 늘 강한 맛을 따라갈 필요는 없다는 걸 그때 느꼈다.

제가 다시 간다면 이렇게 걷겠다

안동에서 사람 적은 밥집을 찾는 가장 쉬운 방법은 유명 메뉴를 포기하는 게 아니라, 시간과 골목을 조금 바꾸는 것이다. 구시장 찜닭골목은 늦은 오후에, 간고등어 백반은 큰길보다 시장 바깥 생활 골목에서, 헛제사밥은 관광 동선이 시작되기 전 이른 시간에 찾는 편이 좋았다.

  • 첫날 늦은 점심: 구시장 안쪽 찜닭골목
  • 저녁: 숙소 근처 동네 국밥집이나 백반집
  • 다음 날 아침: 헛제사밥 또는 간고등어 백반
  • 카페는 월영교 바로 앞보다 강 건너 조용한 골목 쪽

근데 이런 방식은 실패할 수도 있다. 문이 일찍 닫힌 식당을 만나기도 하고, 검색 후기가 거의 없는 집이라 맛이 예상과 다를 때도 있다. 그래도 저는 안동에서 그런 시간이 더 좋았다. 맛집이라는 말이 꼭 줄 서는 집만 가리키는 건 아니니까. 밥을 먹고 나와 골목 끝에서 바람을 맞을 때, 그 도시가 조금 내 쪽으로 가까워지는 느낌이면 충분했다.

안동맛집을 일부러 골목으로만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밥집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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