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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동부여행을 골목길로만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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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동부여행을 골목길로만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얼마 전 미국동부여행 사진을 다시 넘겨보다가, 이상하게도 유명한 전망대나 박물관보다 동네 세탁소 앞 벤치와 낡은 벽돌 골목이 먼저 떠올랐습니다.

뉴욕, 보스턴, 필라델피아라는 이름만 들으면 대개 큰 건물과 긴 줄, 바쁘게 움직이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되죠. 그런데 조금만 방향을 틀면 전혀 다른 여행이 시작됩니다. 지하철 두세 정거장, 혹은 버스 20분 정도의 거리만 지나도 관광객보다 장바구니를 든 주민이 더 많은 길이 나옵니다. 저는 그런 길에서 오래 걷는 쪽을 좋아합니다.

뉴욕에서는 맨해튼보다 퀸스 골목이 오래 남았다

뉴욕에 처음 간 날에는 저도 타임스스퀘어 쪽을 걸었습니다. 불빛은 화려했고, 사람은 정말 많았습니다. 근데 솔직히 한 시간쯤 지나니 어디에 서 있어도 계속 밀려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다음 날 아침에는 퀸스 쪽으로 넘어갔습니다. 지하철에서 내리자마자 공기가 달랐습니다. 번쩍이는 간판보다 작은 빵집, 동네 약국, 오래된 식료품점이 먼저 보였습니다.

특히 아스토리아의 주택가 골목은 산책하기 좋았습니다. 낮 10시 무렵이었는데 길은 조용했고, 창문마다 작은 화분이 놓여 있었습니다. 카페 한 곳에 앉아 커피를 마셨는데, 손님 대부분이 노트북을 펼친 여행자가 아니라 서로 이름을 아는 동네 사람들이었습니다. 이런 장면은 지도 앱의 별점보다 오래 기억에 남습니다.

  • 추천 시간대는 평일 오전 9시부터 11시 사이입니다.
  • 중심가보다 주택가 쪽으로 3블록만 들어가도 분위기가 차분해집니다.
  • 혼자 걷기에도 부담은 적지만, 늦은 밤 산책은 피하는 편이 마음이 편했습니다.

보스턴은 오래된 학교보다 강가의 동네가 좋았다

보스턴에서는 유명 대학가도 걸었지만, 제 발걸음이 오래 머문 곳은 찰스강 주변의 조용한 길이었습니다. 강변 산책로에는 뛰는 사람도 있고, 벤치에 앉아 책을 읽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관광지 특유의 흥분보다는 일상이 흘러가는 느낌이 강했습니다.

사실 보스턴은 생각보다 도보 여행에 잘 맞습니다. 하루에 1만 5천 보 정도는 쉽게 걷게 되는데, 골목 간격이 촘촘해서 중간중간 쉬어가기 좋습니다. 저는 비컨힐의 좁은 길을 천천히 걸었습니다. 벽돌집 사이로 오래된 가로등이 서 있고, 자동차 소리보다 발소리가 더 크게 들리는 순간도 있었습니다. 유명한 사진 명소 앞에는 사람이 몰렸지만, 바로 옆 골목은 의외로 비어 있었습니다.

조용한 보스턴을 걷는 작은 기준

사람이 적은 곳을 찾고 싶다면 큰 공원 입구나 역 바로 앞보다, 생활권 골목을 기준으로 잡는 게 좋았습니다. 세탁소, 작은 마트, 우체통, 학교 담장 같은 것들이 보이면 대체로 여행객의 속도보다 동네의 속도에 가까워집니다.

필라델피아에서는 오래된 시장보다 주택가 벽돌길이 편했다

필라델피아는 미국동부여행 중에서도 조금 거친 인상이 있다고들 말합니다. 저도 처음에는 긴장했습니다. 그런데 낮 시간에 걸었던 오래된 주택가와 작은 광장들은 꽤 다정했습니다. 큰길에서는 차 소리가 세게 지나갔지만,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면 벽돌집과 나무 그늘이 이어졌습니다.

제가 좋았던 건 사우스 필라델피아 쪽의 생활감이었습니다. 빨래가 걸린 창문, 현관 앞 의자, 골목 모퉁이의 작은 식당이 자연스럽게 이어졌습니다. 점심값도 뉴욕보다 덜 부담스러웠습니다. 간단한 샌드위치와 커피를 먹고 15달러 안팎이면 충분했던 날도 있었습니다. 물론 지역마다 분위기 차이가 크기 때문에, 해가 지기 전 움직이고 길이 어두워지면 대중교통이나 차량 이동을 택하는 게 편했습니다.

한적한 동부 여행을 만들 때 챙긴 것들

유명 관광지를 완전히 피하자는 이야기는 아닙니다. 다만 하루 일정을 전부 대표 명소로 채우면, 도시의 표정이 비슷하게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저는 오전에는 사람이 적은 동네를 걷고, 오후에 한두 곳만 이름난 장소를 넣는 방식이 가장 잘 맞았습니다.

  • 숙소는 중심가 바로 안보다 지하철이나 버스로 20분 안쪽 동네가 좋았습니다.
  • 아침 산책은 카페가 문 여는 시간에 맞추면 길이 덜 붐볐습니다.
  • 식사는 유명 맛집 대기 줄보다 동네 사람들이 많이 들어가는 작은 가게가 실패가 적었습니다.
  • 걷는 거리는 하루 8km 안팎으로 잡으면 지치지 않고 골목을 볼 여유가 생겼습니다.

미국동부여행은 빠르게 움직이면 도시 이름만 모으는 여행이 되기 쉽습니다. 그런데 걸음을 조금 늦추면 뉴욕은 퀸스의 아침 냄새로, 보스턴은 강가의 바람으로, 필라델피아는 벽돌 골목의 낮은 소리로 남습니다. 저는 그런 기억이 여행을 더 오래 붙잡아 준다고 느꼈습니다. 다음에 다시 동부로 간다면, 지도에 크게 표시된 곳보다 동네 사람들이 아무렇지 않게 지나가는 길을 먼저 걸을 것 같습니다.

미국동부여행을 골목길로만 걸어봤더니 남은 장면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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