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맛집 찾아 골목으로 들어갔다가, 시장 옆 조용한 한 끼에 오래 앉아 있었다

얼마 전 모란역에서 일부러 큰길을 벗어났다
얼마 전 모란역 근처를 걸었는데, 역 앞은 생각보다 훨씬 바빴다. 버스가 계속 서고, 횡단보도 앞에는 사람들이 몰리고, 간판은 낮에도 환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소리가 조금 낮아진다. 모란맛집을 찾는다고 하면 보통 줄 선 고깃집이나 술집 골목을 먼저 떠올리지만, 나는 그런 곳보다 점심 지나 조용해진 식당의 공기 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날도 검색창에 뜨는 유명한 곳을 몇 군데 지나쳤다. 평점은 높고 사진은 화려했지만, 문 앞에 대기 의자가 길게 놓인 집은 발걸음이 쉽게 가지 않았다. 대신 모란시장 방향으로 천천히 걸었다. 모란역 5번 출구 쪽에서 성남대로를 등지고 골목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식당과 작은 카페, 반찬가게가 섞여 있다. 점심 피크가 지난 오후 1시 40분쯤이라 그런지 골목은 꽤 한산했다.
시장 옆 골목에서 만난 조용한 밥집
내가 들어간 곳은 화려한 간판이 있는 집은 아니었다. 유리문 너머로 네 개 정도의 테이블이 보였고, 안쪽 벽에는 손글씨 메뉴가 붙어 있었다. 제육볶음, 순두부찌개, 된장찌개, 고등어구이. 가격은 메뉴마다 대략 8천 원에서 1만 원 사이였다. 모란역 근처에서 이 정도면 요즘 기준으로 꽤 현실적인 편이다.
가게 안에는 동네 손님으로 보이는 두 팀만 있었다. 한쪽에서는 작업복을 입은 분들이 찌개를 나눠 먹고 있었고, 다른 테이블에는 혼자 온 손님이 휴대폰을 세워두고 천천히 밥을 먹고 있었다. 관광지 맛집에서 자주 느껴지는 빠른 회전의 압박이 없었다. 사장님도 메뉴판을 들이밀기보다 물부터 놓아주고 잠깐 기다려줬다. 이런 작은 속도 차이가 여행지의 인상을 바꾼다.
나는 순두부찌개를 골랐다. 사실 모란맛집이라는 키워드로 찾으면 고기나 회, 닭갈비 같은 메뉴가 많이 나오는데, 한적한 로컬 여행에서는 이런 평범한 한 끼가 더 잘 맞을 때가 있다. 찌개는 뚝배기에서 한동안 끓고 있었고, 반찬은 콩나물무침, 무생채, 어묵볶음, 김치가 나왔다. 특별히 과장된 맛은 아니었지만 간이 세지 않아 좋았다. 밥 한 공기를 다 비우고도 입이 피곤하지 않았다.
모란맛집을 고를 때 내가 보는 것들
모란은 성남에서도 유동 인구가 많은 동네다. 지하철역, 버스 환승, 시장, 술집 골목이 가까워서 시간대에 따라 분위기가 확 달라진다. 저녁 7시 이후의 모란은 활기가 크고, 점심이 지난 평일 오후의 모란은 의외로 생활감이 잘 보인다. 그래서 사람이 적은 장소를 좋아한다면 시간대를 조금 비켜 가는 게 좋다.
- 평일 오후 1시 30분 이후에는 식당이 비교적 조용한 편이다.
- 모란역 바로 앞보다 시장 옆 골목이나 주택가 방향이 덜 붐빈다.
- 메뉴가 너무 많은 집보다 점심 메뉴가 4~6개 정도인 곳이 안정적이었다.
- 혼밥 손님이 있는 식당은 대체로 오래 앉아도 부담이 적었다.
물론 모든 집이 그렇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몇 번 걸어보니, 모란에서는 간판보다 시간과 방향이 더 중요했다. 같은 가게도 토요일 저녁에는 시끄럽고, 화요일 오후에는 동네 밥집처럼 느껴질 수 있다. 여행을 꼭 멀리 떠나야만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면 이런 차이가 꽤 재미있다.
시장을 지나며 보이는 모란의 생활감
밥을 먹고 나와 모란시장 쪽으로 걸었다. 모란민속5일장이 열리는 날이면 이 주변은 완전히 다른 표정을 가진다. 장날에는 사람도 많고 소리도 크다. 그런데 장이 서지 않는 날의 시장 주변은 훨씬 느슨하다. 셔터가 내려간 점포 사이로 작은 분식집이 문을 열고, 과일가게 앞에는 상자가 낮게 쌓여 있고, 길가 의자에는 동네 어르신들이 잠깐 앉아 있다.
나는 이런 장면을 좋아한다. 유명한 포토존처럼 선명하지는 않지만, 동네가 실제로 굴러가는 방식이 보인다. 모란맛집을 찾으러 왔다가 이런 골목을 함께 걷게 되면 식사 하나가 조금 더 넓어진다. 밥집에서 나온 김치 냄새, 정육점 앞의 조명, 오래된 미용실 창문에 붙은 가격표 같은 것들이 여행의 배경이 된다.
혼자 가도 괜찮았던 이유
이 골목의 밥집들은 대체로 혼자 들어가기 어렵지 않았다. 테이블 간격이 넓은 편은 아니지만, 손님이 적은 시간에는 오히려 편했다. 주문하고 음식이 나올 때까지 8분 정도 걸렸고, 식사까지 합쳐 35분쯤 머물렀다. 사장님이 말을 많이 거는 스타일도 아니어서 혼자 노트를 펼치고 앉아 있기 좋았다. 여행 중 혼자 밥 먹는 시간을 어색하게 느끼는 사람에게는 이런 무심함이 꽤 큰 장점이다.
화려하진 않아도 다시 생각나는 모란의 한 끼
모란에서 찾은 그 밥집을 유명 맛집이라고 부르기에는 조금 조심스럽다. 줄을 서서 먹는 집도 아니고, 사진 한 장으로 사람을 끌어당기는 메뉴도 아니었다. 그런데 여행에서 매번 강한 맛만 필요한 건 아니다. 가끔은 조용한 테이블, 적당히 뜨거운 찌개, 창밖으로 지나가는 동네 사람들만으로도 충분하다.
모란맛집을 찾는다면 역 앞의 밝은 골목도 좋지만, 한 번쯤은 시장 옆으로 방향을 틀어보는 쪽을 권하고 싶다. 특히 평일 낮, 식사 시간이 살짝 지난 뒤라면 모란의 다른 얼굴이 보인다. 오래 머물 장소는 아니어도, 잠깐 앉아 동네의 리듬을 느끼기에는 꽤 괜찮은 동네다. 나는 다음에 모란에 가면 찌개 대신 고등어구이를 먹어볼 생각이다. 이런 작은 이유가 생기면, 그 동네는 다시 갈 만한 곳이 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