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란맛집을 찾으러 골목으로 들어가 봤더니, 시장 냄새가 먼저 반겨준 날

모란역 앞에서 조금만 비껴 걸었다
얼마 전 모란역 근처에 볼일이 있어 갔다가, 점심시간보다 조금 이른 11시 20분쯤 골목 안으로 들어갔다. 모란은 역 앞만 보면 꽤 분주한 동네인데, 큰길에서 두 블록만 벗어나면 공기가 달라진다. 오래된 간판, 낮게 열린 식당 문, 배달 오토바이 소리, 시장 쪽에서 넘어오는 기름 냄새가 섞여 있었다.
사실 모란맛집을 검색하면 화려한 술집이나 줄 서는 집도 많이 나오지만, 내가 좋아하는 쪽은 조금 다르다. 사람이 많아지기 전의 시장 골목, 손님보다 사장님 움직임이 먼저 보이는 식당, 메뉴판이 짧은 집. 그런 곳은 대단한 여행지처럼 기억되지는 않아도, 하루의 온도는 꽤 오래 남긴다.
이날은 모란시장 장날을 피해서 갔다. 모란민속5일장은 매월 4일, 9일, 14일, 19일, 24일, 29일에 열리는데, 장날에는 확실히 사람도 많고 주차도 복잡하다. 한적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장날 바로 다음 날 오전이나 평일 늦은 점심 무렵이 더 편하다.
시장 가까운 밥집은 빠르게 먹고 나가는 분위기였다
첫 끼는 시장 쪽으로 이어지는 골목의 오래된 밥집에서 먹었다. 이름보다 분위기가 먼저 기억나는 곳이었다. 테이블은 6개 정도였고, 혼자 온 손님 둘과 근처에서 일하는 듯한 분들이 조용히 앉아 있었다. 메뉴는 순대국, 해장국, 제육 같은 익숙한 것들. 가격대는 대체로 9천 원에서 1만 원 안쪽이라 요즘 외식 물가를 생각하면 부담이 덜했다.
순대국은 특별히 꾸민 맛은 아니었다. 그런데 국물이 너무 진하게 밀어붙이지 않아서 좋았다. 들깨를 많이 넣지 않아도 잡내가 크게 올라오지 않았고, 다대기를 풀기 전에는 맑은 편에 가까웠다. 반찬은 깍두기와 양파, 고추 정도로 단출했다. 솔직히 사진 찍기 좋은 상차림은 아니다. 대신 밥 한 공기를 천천히 비우기에는 부족함이 없었다.
모란 쪽 밥집의 좋은 점은 회전이 빠르다는 데 있다. 오래 머물며 분위기를 즐기는 식당이라기보다는, 동네 사람들이 생활 리듬 안에서 들르는 곳에 가깝다. 그래서 낯선 여행자가 앉아 있어도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나도 그 점이 편했다.
한적하게 먹고 싶다면 이 시간대가 괜찮았다
- 평일 오전 11시 10분부터 11시 40분 사이에는 비교적 조용했다.
- 장날에는 점심 전부터 시장 주변 골목이 빨리 붐빈다.
- 혼밥은 역 앞 번화가보다 시장 뒤편 작은 식당이 더 편했다.
- 카드 결제가 되는 곳도 많지만, 시장 안쪽은 현금이나 계좌이체가 마음 편하다.
모란시장 골목의 맛은 반듯함보다 생활감에 가까웠다
모란시장 쪽으로 더 걸어가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큰 시장 특유의 거친 활기가 있다. 건어물, 채소, 즉석 먹거리, 오래된 포장마차가 이어지고, 길이 넓은 듯하면서도 어느 순간 사람과 물건 사이로 비집고 지나가게 된다. 장날이 아니어도 몇몇 가게는 문을 열고 있었고, 부침개 냄새와 국수 삶는 냄새가 골목을 채웠다.
시장 안쪽에서는 칼국수 한 그릇이 가장 모란답게 느껴졌다. 30년 넘게 이어온 칼국수 이야기가 이 동네에서 자주 들리는 것도 이해가 갔다. 면발이 아주 세련된 쪽은 아니지만, 손으로 밀어낸 듯한 울퉁불퉁함이 있다. 국물은 멸치 향이 먼저 오고, 뒤에 밀가루의 따뜻한 냄새가 따라왔다. 이런 맛은 멀리서 일부러 찾아와 긴 줄을 설 만큼 극적인 맛이라기보다, 근처에 살았다면 한 달에 한두 번 생각날 맛에 가깝다.
근데 나는 그런 맛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서울의 유명한 맛집처럼 접시 하나하나가 계산되어 있는 곳도 좋지만, 모란의 식당들은 조금 덜 정돈된 대신 동네의 표정이 그대로 묻어난다. 젓가락 통이 낡아 있고, 물컵이 제각각이고, 옆자리 손님이 사장님과 짧게 안부를 묻는 장면 같은 것들.
식사 뒤에는 참기름 골목 쪽 카페가 좋았다
밥을 먹고 바로 역으로 돌아가기 아쉬워 성남동 참기름 골목 쪽으로 걸었다. 그 골목에서 눈에 들어온 곳이 카페 모손이었다. 주소는 성남시 중원구 둔촌대로 75-2로 안내되어 있고, 영업시간은 매일 10시부터 19시까지로 확인했다. 모란집 손주가 만든 카페라는 소개가 붙어 있어, 시장 근처 카페치고는 이야기가 또렷했다.
아메리카노가 3천 원, 카페라떼가 4천 원대라 부담이 크지 않았다. 나는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들고 창가 쪽에 앉았다. 내부가 넓지는 않았지만, 참기름 골목 특유의 오래된 공기와 새로 생긴 카페의 깨끗한 느낌이 같이 있었다. 밖에서는 차가 지나가고, 안에서는 토스트 굽는 냄새가 났다.
모란맛집을 찾는다면 식당 하나만 찍고 돌아가기보다, 식사 뒤에 이런 골목 카페까지 이어서 걸어보는 편이 더 좋다. 여행이 꼭 먼 곳으로 가야만 생기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낯선 동네의 낮은 의자에 앉아 20분쯤 쉬는 것만으로도 하루가 조금 달라진다.
사람 적은 모란을 원한다면 이렇게 움직였다
모란은 밤에 술집이 많고, 장날에는 시장이 커진다. 그래서 조용한 로컬 여행을 원한다면 시간 선택이 꽤 중요하다. 나는 평일 낮, 장날을 피한 날, 역에서 바로 번화가로 들어가지 않고 시장 뒤편과 성남동 골목을 잇는 방식이 가장 편했다.
- 모란역 5번 출구나 6번 출구 쪽에서 시작하면 시장 방향으로 걷기 쉽다.
- 장날의 활기가 궁금하면 4일과 9일이 들어간 날짜를 고르면 된다.
- 조용한 식사를 원하면 장날을 피하고 오전 11시대나 오후 2시 이후가 낫다.
- 시장 안쪽 식당은 외투에 냄새가 밸 수 있어 가벼운 옷차림이 편하다.
- 방문 전 영업시간은 한 번 더 확인하는 편이 좋다. 작은 가게는 쉬는 날이 유동적일 때가 있다.
참고로 다녀오기 전에는 모란시장 장날 정보와 카페 모손의 영업시간, 주변 식당 후기를 함께 확인했다. 모란시장 관련 정보는 https://www.siksinhot.com/theme/magazine/12453 와 https://www.siksinhot.com/theme/magazine/8000 에서 장날과 방문 시간 정보를 봤고, 카페 모손 정보는 https://mosoncafe.bizw.kr/ 에서 확인했다.
모란은 예쁘게 포장된 동네는 아니다. 길이 조금 복잡하고, 냄새도 강하고, 어떤 골목은 처음 가면 망설여진다. 그런데 그 사이에 진짜 밥을 먹는 사람들, 오래 같은 자리를 지킨 가게들, 점심 한 끼를 빠르게 해결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는 움직임이 있다. 나는 그런 장면을 보러 다시 모란에 갈 것 같다. 유명한 한 접시보다, 동네가 가진 평범한 온기가 더 오래 남는 날이 있으니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