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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여행에서 유명한 뷰포인트 대신 동네 길을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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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서부여행에서 유명한 뷰포인트 대신 동네 길을 걸어봤더니

얼마 전 미서부여행을 다녀오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그랜드캐니언의 장대한 전망보다도 작은 동네 세탁소 앞 벤치와 아침 햇빛이 들어오던 골목이었다. 물론 유명한 장소가 주는 힘은 분명 있다. 그런데 사람이 몰리는 시간과 줄 서는 동선에 지치다 보면, 여행이 점점 체크리스트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나는 이번에 로스앤젤레스, 팜스프링스, 조슈아트리 근처, 그리고 샌디에이고 외곽을 돌았다. 총 9일 일정이었고, 하루 평균 운전 시간은 2시간 안팎으로 잡았다. 욕심내면 더 멀리 갈 수 있었지만, 일부러 하루에 한두 동네만 오래 머물렀다. 그러자 미서부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거대한 풍경 사이사이에 아주 조용한 일상이 있었다.

유명 관광지보다 동네 시간이 느리게 흘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할리우드 거리보다 로스펠리즈와 앳워터 빌리지 쪽 골목이 더 좋았다. 오전 8시쯤 가면 카페 앞에 반려견을 데리고 나온 주민들이 몇 명 있고, 오래된 간판을 단 식료품점이 천천히 문을 연다. 관광객이 완전히 없는 건 아니지만, 사진을 찍기 위해 몰려드는 분위기는 아니다.

특히 앳워터 빌리지의 주택가 길은 차 소리보다 나뭇잎 흔들리는 소리가 더 크게 들렸다. 블록 하나를 지나면 작은 베이커리, 또 한 블록을 지나면 중고 서점이 나오는 식이다. 나는 거기서 커피 한 잔을 들고 40분 정도 걸었는데, LA라는 도시가 갑자기 덜 거칠고 덜 빠르게 느껴졌다.

사막 마을에서는 목적지를 줄이는 게 좋았다

팜스프링스와 조슈아트리 주변은 많은 사람이 국립공원만 보고 지나간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사실 이 지역은 해가 낮아지는 오후 4시 이후부터 동네의 표정이 살아난다. 낮에는 35도 가까이 오르는 날도 있어서 오래 걷기 어렵지만, 해가 기울면 사막 특유의 건조한 바람이 꽤 부드러워진다.

조슈아트리 마을에서는 큰 식당보다 작은 빈티지 숍과 로컬 마켓이 기억에 남았다. 가게 안에는 여행 기념품보다 누군가 실제로 쓰던 컵, 낡은 데님 재킷, 사막 사진 엽서가 많았다. 가격도 관광지 기념품점보다 과하게 높지 않았다. 엽서 한 장은 2달러, 오래된 머그잔은 8달러 정도였다.

근데 이 동네는 밤이 빨리 조용해진다. 저녁 7시만 넘어도 문 닫는 가게가 많아서, 늦게까지 돌아다니는 여행을 기대하면 조금 허전할 수 있다. 대신 숙소 근처에서 별을 보거나, 작은 바에서 맥주 한 잔을 마시는 시간이 잘 어울린다.

샌디에이고 외곽에서 만난 조용한 바다

샌디에이고에서는 라호야 코브도 좋지만, 사람이 적은 바다를 원한다면 엔시니타스와 솔라나 비치 쪽이 훨씬 편했다. 주말 낮에는 현지 사람들도 꽤 나오지만, 평일 오전 10시 전후에는 해변 산책로가 여유롭다. 서퍼들이 조용히 보드를 들고 내려가고, 벤치에 앉은 사람들은 바다를 오래 본다.

내가 갔던 날은 흐린 아침이었다. 바다는 선명한 파란색보다 회색에 가까웠고, 그래서 더 좋았다. 사진으로 남기기엔 화려하지 않았지만, 걷는 동안 마음이 자꾸 가라앉았다. 미서부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강한 햇빛, 긴 도로, 붉은 협곡을 떠올리는데 이런 흐린 바다도 분명 미서부의 얼굴이었다.

  • 엔시니타스 해변 주차는 오전이 비교적 수월했다.
  • 작은 카페는 대부분 오전 7시 전후에 열었다.
  • 해변 근처 식당은 점심보다 브런치 시간이 덜 붐볐다.

차로 이동할 때는 큰 도로보다 생활 도로가 기억에 남았다

미서부는 차가 없으면 이동이 어렵다. 그런데 차를 탄다고 해서 계속 고속도로만 달릴 필요는 없었다. 일정에 여유가 있는 날에는 10분, 15분 정도 더 걸리더라도 동네 안쪽 길을 택했다. 그러면 주유소 옆 타코 트럭, 작은 우체국, 동네 야구장 같은 장면들이 지나간다.

솔직히 이런 장소들은 지도에 저장해도 나중에 다시 설명하기 어렵다. 특별한 이름이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여행이 끝나고 나면 오히려 그런 장면이 오래 남는다. 어디였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 교차로, 사막 먼지를 뒤집어쓴 픽업트럭, 오후 햇빛이 길게 누워 있던 주차장 같은 것들.

내가 실제로 덜 붐볐다고 느낀 시간대

  • 도시 동네 산책: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
  • 사막 마을 구경: 오후 4시부터 해질 무렵
  • 해변 산책: 평일 오전, 특히 흐린 날
  • 로컬 카페 방문: 오픈 직후 1시간

미서부여행을 조금 조용하게 만드는 작은 기준

이번 여행에서 세운 기준은 단순했다. 유명한 장소는 하루에 하나만 넣고, 나머지 시간은 가까운 동네에 남겨두는 것. 그리고 별점이 높은 곳만 찾기보다, 숙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가게를 한 번쯤 들어가는 것.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여행의 온도가 꽤 달라졌다.

물론 모든 숨은 장소가 낭만적인 건 아니다. 어떤 동네는 생각보다 볼 게 없었고, 어떤 카페는 맛보다 분위기만 남았다. 그래도 그런 빈틈까지 포함해서 여행 같았다. 미서부는 워낙 크고 유명한 풍경이 많아서 자꾸 멀리 가야 할 것 같지만, 실제로는 어느 작은 블록에 잠깐 멈췄을 때 더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이 있었다. 나는 다음에도 유명한 표지판보다 동네 슈퍼 앞 그늘을 먼저 찾게 될 것 같다.

미서부여행에서 유명한 뷰포인트 대신 동네 길을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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