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나 타고 여수에 내려, 사람 적은 항구 골목을 걸어본 후기

얼마 전 아시아나 비행기를 타고 여수에 내려갔는데, 공항에서 나오자마자 이상하게 유명한 풍경보다 조용한 골목이 먼저 궁금해졌다. 여수 하면 보통 밤바다, 케이블카, 오동도 같은 이름이 먼저 떠오르지만, 나는 사람이 너무 몰리는 길에서는 발걸음이 조금 빨라지는 편이다. 그래서 이번에는 지도에서 별표가 많이 찍힌 곳을 일부러 비켜 갔다. 대신 버스가 천천히 지나가고, 동네 슈퍼 앞에 플라스틱 의자가 놓인 곳들을 따라 걸었다.
아시아나를 타고 내려온 뒤, 바로 관광지로 가지 않았다
비행기에서 내린 시간은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때였다. 공항 안은 생각보다 분주했지만, 밖으로 나오니 공기가 금방 달라졌다. 택시를 타면 중심가까지 빠르게 갈 수 있었지만, 나는 버스 정류장에 15분쯤 서 있었다. 여행의 속도를 일부러 낮추고 싶었다.
공항에서 시내로 들어가는 길은 화려하지 않다. 낮은 건물, 창고, 논과 도로가 번갈아 보이고, 중간중간 오래된 간판이 눈에 들어온다. 그런데 그런 풍경이 오히려 좋았다. 여기에 사는 사람들은 매일 이 길을 지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면 여행지가 조금 덜 낯설어진다.
아시아나를 탔다는 건 내게 단순한 이동 수단 이상의 느낌이었다. 비행기를 타고 멀리 왔지만, 막상 도착해서는 가장 일상적인 장소를 고르는 일. 그 간격이 마음에 남았다.
국동항 주변, 관광지 옆에 숨은 조용한 생활감
처음 오래 머문 곳은 국동항 근처였다. 이름은 들어봤지만, 여수의 대표 관광 코스처럼 강하게 소비되는 장소는 아니다. 항구에는 작업복을 입은 사람들이 오가고, 작은 식당에서는 점심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다. 바다를 보러 왔다기보다 바다 옆에서 생활하는 동네를 보러 온 느낌에 가까웠다.
솔직히 말하면 사진으로 크게 예쁘게 나오는 장소는 아니다. 색감이 화려한 벽화가 있는 것도 아니고, 잘 꾸며진 전망대가 있는 것도 아니다. 대신 배가 묶인 줄, 젖은 바닥, 생선 상자, 오래된 오토바이 같은 것들이 있었다. 나는 그런 것들이 여행의 표면을 조금 벗겨준다고 느낀다.
- 점심 전에는 사람이 많지 않아 골목을 천천히 걷기 좋았다.
- 항구 쪽은 바람이 꽤 불어서 얇은 겉옷이 있으면 편했다.
- 식당은 큰 검색보다 문 앞 메뉴판과 손님층을 보고 고르는 편이 낫다.
- 차량이 드나드는 길이 많아 사진 찍을 때는 한 걸음 물러서는 게 좋았다.
나는 작은 백반집에 들어가 9천 원짜리 점심을 먹었다. 반찬은 대단히 특별하지 않았지만, 갓 나온 국과 짭짤한 생선조림이 있었다. 옆자리에서는 동네 사람들이 날씨 이야기를 하고 있었다. 여행자가 끼어들 틈은 없지만, 잠깐 같은 시간 안에 앉아 있는 느낌이 좋았다.
봉산동 골목에서 느린 오후를 보냈다
밥을 먹고는 봉산동 쪽으로 걸었다. 지도 앱으로 보면 별것 없어 보이는 동네다. 그런데 실제로 걸어보면 오래된 주택, 낮은 담장, 세탁소, 미용실, 동네 빵집이 이어진다. 유명 관광지에서는 10분마다 기념품 가게를 만나지만, 여기서는 누군가의 생활 리듬이 더 자주 보였다.
길은 완전히 평평하지 않다. 살짝 오르막이 있고, 골목 폭도 넓지 않다. 그래서 빠르게 많이 보겠다는 마음으로 가면 조금 답답할 수 있다. 나처럼 목적지를 느슨하게 잡고 걷는 사람에게는 괜찮았다. 한 블록을 지나면 바람 방향이 바뀌고, 또 한 블록을 지나면 멀리 바다가 잠깐 보인다.
사람이 적다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뜻은 아니었다
사실 조용한 동네를 찾는다고 하면 가끔 너무 비어 있는 곳을 상상하게 된다. 그런데 봉산동 골목은 비어 있다기보다 천천히 움직이고 있었다. 분식집 앞에는 학생 몇 명이 있었고, 철물점 주인은 밖에 나와 물건을 닦고 있었다. 관광객에게 맞춰 꾸민 풍경은 아니지만, 그래서 더 오래 보게 된다.
나는 골목 끝 작은 카페에서 4천5백 원짜리 아메리카노를 마셨다. 의자는 조금 삐걱였고, 음악도 크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배달 오토바이가 두 번 지나갔다. 그 정도의 사건이면 충분한 오후였다.
유명한 여수와 로컬 여수 사이에서
물론 여수의 유명한 장소들이 별로라는 뜻은 아니다. 밤바다도 좋고, 케이블카에서 보는 풍경도 분명 매력이 있다. 다만 그런 장소들은 이미 많은 사람의 기대가 겹쳐져 있어서, 내 감정보다 먼저 이미지가 도착하는 경우가 있다. 반면 국동항이나 봉산동 골목에서는 내가 보는 속도대로 장소가 다가왔다.
아시아나를 타고 빠르게 도착했지만, 그 뒤의 하루는 느리게 흘렀다. 공항에서 중심가까지 이동하는 데 약 40분, 항구 주변을 걷는 데 1시간 반, 봉산동 골목과 카페까지 더해 총 4시간 남짓이었다. 유명한 코스 하나를 제대로 돈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몸에는 여행을 다녀온 감각이 남았다.
- 사람 많은 전망 명소보다 생활감 있는 바다 동네를 좋아한다면 국동항 쪽이 잘 맞는다.
- 사진보다 걷는 시간이 중요한 사람에게는 봉산동 골목이 편안하다.
- 일정을 빽빽하게 잡기보다 한 동네에 2시간 이상 머무는 편이 좋다.
다음에도 나는 조금 비켜난 길을 고를 것 같다
여행을 다니다 보면 꼭 봐야 한다는 말이 많다. 그런데 나는 요즘 그 말에서 조금씩 멀어지는 중이다. 모두가 가는 곳을 놓쳤다고 해서 여행이 덜 완성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동네 식당의 점심 냄새, 항구의 바람, 낮은 담장 위에 놓인 화분 같은 것들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아시아나 비행기에서 내려 곧장 유명한 여수로 들어가지 않았던 하루. 그 선택이 꽤 마음에 들었다. 다음에 또 비행기를 타고 어딘가에 도착한다면, 나는 아마 공항에서 가장 빠른 길보다 조금 돌아가는 버스 노선을 먼저 볼 것 같다. 여행은 멀리 가는 일 같지만, 가끔은 낯선 동네의 느린 오후를 빌려 앉는 일에 더 가깝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