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리셔스신혼여행, 리조트 밖 동네길까지 걸어봤더니 남은 것들

리조트 문을 나서자 여행이 조용해졌다
얼마 전 모리셔스신혼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수영장도 샴페인도 아니었다. 아침 8시쯤 숙소 앞 작은 길로 나가면 빵 봉지를 든 동네 사람들, 느리게 지나가는 버스, 가게 문을 반쯤 올리는 소리가 먼저 하루를 열었다. 모리셔스는 신혼여행지로 워낙 리조트 이미지가 강하지만, 섬을 조금만 벗겨 보면 생활의 속도가 꽤 선명하게 보인다.
우리는 서쪽 해안에 4박, 남서쪽 산자락 근처에 2박을 잡았다. 공항에서 서쪽까지는 차로 대략 1시간 10분에서 1시간 30분 정도 걸렸고, 섬 안에서는 렌터카보다 현지 기사 차량을 하루 단위로 이용했다. 왼쪽 주행이 낯설고, 좁은 동네길에 오토바이가 자주 끼어들어서 첫 방문이라면 운전보다 이동을 맡기는 쪽이 마음이 편했다.
플릭앙플락의 아침은 관광지보다 동네에 가까웠다
플릭앙플락은 이름난 해변이라 사람이 많을 거라 생각했는데, 해가 높아지기 전에는 전혀 달랐다. 오전 7시 30분쯤 긴 해변을 따라 걸었더니 관광객보다 조깅하는 주민과 낚싯대를 세워둔 아저씨들이 더 많았다. 해변 뒤쪽 골목에는 작은 슈퍼와 과일 가게가 띄엄띄엄 있고, 버스 정류장 주변으로 로컬 식당들이 문을 열기 시작했다.
점심은 해변 앞 식당보다 한 블록 안쪽에서 먹는 편이 좋았다. 우리는 볶음면 한 접시와 로티, 음료 두 병을 시켰고 둘이서 500루피 안팎이 나왔다. 리조트 점심 한 끼 가격을 생각하면 꽤 큰 차이다. 맛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양파, 고추, 달걀 냄새가 바로 팬에서 올라와서 더 좋았다. 신혼여행이라고 매 끼니를 근사하게 채울 필요는 없었다.
- 한적한 시간: 오전 7시부터 9시 전후
- 걷기 좋은 구간: 공공 해변 남쪽 끝에서 북쪽 그늘길까지
- 좋았던 점: 바다를 보면서도 생활 소음이 섞여 있음
- 아쉬운 점: 낮에는 단체 여행객과 주차 차량이 확 늘어남
샤마렐에서는 풍경보다 마을의 온도가 먼저 왔다
샤마렐은 칠색토와 폭포로 알려진 곳이라 일정표에는 늘 들어가지만, 사실 나는 그 입장지보다 마을 자체가 더 좋았다. 해안에서 차로 20분 정도 올라가면 공기가 조금 식고, 길가에 커피와 파인애플을 파는 작은 표지판이 보인다. 유명 포인트에 도착하기 전, 우리는 기사님에게 잠깐만 천천히 가 달라고 했다. 창문을 내리니 습한 숲 냄새와 나무 타는 냄새가 섞여 들어왔다.
칠색토는 오전 일찍 가면 사진 찍는 줄이 짧다. 하지만 오래 머물 곳은 아니었다. 오히려 그 뒤에 마을 카페에서 마신 커피 한 잔이 더 길게 남았다. 테이블은 몇 개 없고, 직원은 손님이 급하지 않다는 걸 이미 아는 사람처럼 움직였다. 서울에서라면 10분 안에 마셨을 커피를 거기서는 40분 넘게 붙잡고 있었다. 솔직히 신혼여행의 느슨함은 이런 데서 온다.
마헤부르 시장, 생활감이 가장 또렷했던 곳
동쪽의 마헤부르는 리조트 밀집 지역과 분위기가 꽤 다르다. 오래된 항구 마을 느낌이 있고, 거리 폭도 넓은 편이라 걷기가 생각보다 수월했다. 우리는 월요일 오전에 시장 쪽으로 갔는데, 생선과 채소, 향신료, 옷가게가 뒤섞여 있었다. 관광객용 기념품보다 실제 장을 보는 사람이 많아서 사진기를 꺼내는 손이 조금 조심스러워졌다.
시장 근처에서 먹은 달푸리는 이번 여행에서 가장 로컬에 가까운 한 끼였다. 얇은 반죽 안에 콩과 카레가 들어가고, 매운 소스를 조금 얹어 먹는다. 가격은 몇십 루피 수준이라 부담이 없었다. 근데 양이 적어 보이는데도 은근히 든든하다. 이런 음식을 먹고 나면 섬이 휴양지라는 말보다 여러 문화가 매일 섞여 사는 곳이라는 생각이 먼저 든다.
사람 적은 시간을 고르는 작은 기준
모리셔스에서 한적함은 장소보다 시간에 더 크게 좌우됐다. 같은 해변도 오전 8시와 오후 2시는 완전히 달랐다. 리조트 조식이 끝나는 10시 이후부터 유명 해변과 전망대가 붐비기 시작했고, 해 질 무렵에는 다시 조용해지는 곳이 많았다. 우리는 인기 장소를 아침에 보고, 낮에는 마을 식당이나 숙소 근처 그늘에서 쉬는 식으로 움직였다.
- 유명 자연 명소는 개장 직후에 가는 편이 낫다
- 점심시간에는 해변 바로 앞보다 안쪽 골목 식당이 덜 붐빈다
- 일몰 명소는 해가 지기 1시간 30분 전부터 사람이 모인다
- 비가 짧게 지나간 뒤에는 시장과 골목이 의외로 차분해진다
모리셔스신혼여행을 조용하게 보내고 싶다면
모리셔스신혼여행을 준비할 때 전 일정 리조트 안에만 머물러도 충분히 편하다. 다만 그 섬을 조금 더 오래 기억하고 싶다면 하루쯤은 수영복 대신 편한 신발을 신는 편이 좋다. 플릭앙플락의 이른 아침, 샤마렐의 산길, 마헤부르 시장의 얇은 달푸리 같은 장면은 화려한 사진보다 늦게 떠오르지만 더 오래 남는다.
우리에게 모리셔스는 완벽한 허니문 섬이라기보다, 완벽하지 않아서 더 좋았던 섬에 가까웠다. 버스는 느렸고, 날씨는 갑자기 흐렸고, 골목 식당의 의자는 삐걱거렸다. 그런데 둘이 나란히 앉아 그런 것들을 별일 아닌 듯 넘기던 시간이 신혼여행답게 느껴졌다. 사람이 적은 곳을 찾는다는 건 결국 풍경을 독차지하려는 마음보다, 그곳의 평소 얼굴을 잠깐 빌려 보는 일에 가까운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