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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동부여행에서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보였던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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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동부여행에서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보였던 것들

뉴욕의 이름 없는 아침 골목에서 시작한 미국동부여행

얼마 전 미국동부여행을 하면서, 이상하게도 유명한 전망대보다 아침 8시의 주택가 골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뉴욕 맨해튼의 큰길은 늘 사람이 많았고, 사진을 찍으려고 멈추는 순간마다 누군가의 어깨가 스쳤다. 그런데 지하철을 타고 브루클린의 캐럴가든스 쪽으로 조금만 내려가니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역에서 나와 10분쯤 걸었을까. 빨간 벽돌집 앞에는 작은 화분이 놓여 있었고, 빵집에서는 갓 구운 사워도우 냄새가 천천히 흘러나왔다. 관광객이 아예 없는 건 아니었지만, 타임스스퀘어처럼 방향을 잃을 정도의 인파는 없었다. 사실 이런 골목에서는 할 일이 많지 않다. 그래서 더 좋았다. 커피 한 잔을 들고 천천히 걷고, 동네 사람들이 개를 산책시키는 속도에 맞춰 걸음을 늦추게 된다.

미국동부여행이라고 하면 뉴욕, 보스턴, 워싱턴 D.C.의 대표 명소를 떠올리기 쉽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직접 다녀보니 도시의 인상은 유명한 건물보다 그 주변의 조용한 동네에서 더 선명해졌다.

사람 적은 동네를 고르는 나만의 기준

로컬 장소를 찾을 때는 지도에서 별점 높은 곳만 보지 않는다. 오히려 역에서 15분 이상 걸어야 하는 곳, 리뷰 수가 200개 이하인 카페, 큰 공원 바로 옆이 아닌 주택가 안쪽을 먼저 본다. 미국 동부 도시는 대중교통이 괜찮은 편이라, 중심지에서 20~40분만 벗어나도 여행의 밀도가 달라진다.

  • 뉴욕에서는 브루클린 하이츠보다 캐럴가든스와 포트그린 안쪽 골목이 더 조용했다.
  • 보스턴에서는 퀸시마켓 주변보다 자메이카플레인 동네 산책로가 훨씬 편했다.
  • 필라델피아에서는 독립기념관 근처보다 퀸빌리지와 벨라비스타 골목이 기억에 남았다.
  • 워싱턴 D.C.에서는 내셔널몰을 본 뒤 듀폰서클 북쪽 주택가를 걸었을 때 숨이 좀 트였다.

물론 이런 곳들은 한 번에 강한 감동을 주지는 않는다. 대신 30분, 1시간 지나면서 천천히 좋아진다. 빽빽한 일정표에 넣기엔 애매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에는 이상하게 그 시간이 자꾸 생각난다.

보스턴에서 만난 조용한 오후

보스턴은 오래된 학교와 벽돌 건물이 많은 도시라서, 조금만 걸어도 책장 사이를 지나가는 기분이 든다. 하지만 프리덤 트레일 근처는 계절에 따라 사람이 꽤 많다. 내가 더 오래 머문 곳은 자메이카플레인 쪽이었다. 다운타운에서 전철과 도보를 합쳐 30분 정도 걸렸고, 도착하자마자 도시의 소리가 한 겹 낮아졌다.

동네 카페에는 노트북을 펴고 앉은 주민들이 많았고, 창가 자리에서는 나무가 바로 보였다. 커피 가격은 4~5달러 정도였는데, 관광지 카페보다 특별히 싸지는 않았다. 대신 앉아 있는 시간이 편했다. 직원은 빠르게 주문을 받았지만 재촉하는 느낌이 없었고, 손님들도 낮은 목소리로 이야기했다.

근처 연못길을 따라 걸으니 조깅하는 사람, 유모차를 미는 가족, 벤치에 혼자 앉아 책을 읽는 사람이 보였다. 대단한 장면은 아니었다. 그런데 여행 중에는 이런 평범한 장면이 꽤 귀하다. 내 생활과 다른 도시의 생활이 잠깐 겹치는 느낌이 들기 때문이다.

필라델피아 골목에서 좋았던 건 속도였다

필라델피아는 뉴욕과 보스턴 사이에 끼어 있어서 그런지, 여행 일정에서 하루만 머무는 경우가 많다. 나도 예전에는 독립기념관과 리딩터미널마켓만 보고 지나쳤다. 이번에는 일부러 퀸빌리지 쪽에 시간을 남겼다. 낮 2시쯤 걸었는데, 큰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도 공기가 달라졌다.

낮은 주택, 좁은 보도, 오래된 철제 난간이 이어졌다. 어떤 골목은 차 한 대가 겨우 지나갈 만큼 좁았다. 뉴욕처럼 압도적인 풍경은 아니지만, 대신 눈높이에 맞는 풍경이 있었다. 집 앞 계단에 앉아 전화를 하는 사람, 작은 식료품점 앞에서 빵을 고르는 사람, 벽돌담에 비친 오후 햇빛 같은 것들.

솔직히 말하면 필라델피아는 처음부터 마음을 확 빼앗는 도시는 아니었다. 근데 두세 시간 걸어보니 조금씩 정이 갔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생활권에 조심스럽게 들어온 느낌이었다. 그래서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 자주 멈춰 서게 됐다.

워싱턴 D.C.는 큰길보다 주택가가 더 부드러웠다

워싱턴 D.C.의 내셔널몰은 스케일이 크다. 박물관과 기념비가 넓게 펼쳐져 있고, 걸어야 하는 거리도 생각보다 길다. 링컨기념관에서 국회의사당 방향으로 걷다 보면 한 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하지만 그 넓음이 때로는 조금 피곤했다.

그날 오후에는 듀폰서클 북쪽으로 걸었다. 대사관이 있는 길을 지나 주택가로 들어가니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나무 그늘이 많았고, 집마다 계단과 작은 정원이 있었다. 중심 관광지에서 크게 멀지 않은데도 사람은 훨씬 적었다. 도보로 20분 정도였으니, 일정 사이에 넣기에도 부담이 적었다.

이런 동네를 걸을 때는 목적지를 너무 촘촘히 잡지 않는 편이 낫다. 카페 하나, 서점 하나, 공원 벤치 하나 정도면 충분하다. 남는 시간은 길이 알아서 채워준다. 사실 로컬 여행의 재미는 계획한 장소보다 길에서 우연히 만나는 장면에 더 자주 있다.

미국동부여행을 조금 덜 바쁘게 만드는 법

미국동부여행은 도시 간 이동이 비교적 쉽다. 뉴욕에서 필라델피아는 기차로 약 1시간 20분, 필라델피아에서 워싱턴 D.C.는 약 2시간 안팎, 뉴욕에서 보스턴은 약 4시간 정도 걸린다. 그래서 일정을 빡빡하게 짜기 쉽다. 하지만 도시마다 반나절만이라도 동네 산책 시간을 남겨두면 여행의 표정이 달라진다.

내 기준에서는 오전에 대표 명소를 하나 보고, 오후에는 중심지에서 20~30분 떨어진 동네로 빠지는 방식이 가장 좋았다. 걷는 시간은 하루 2만 보를 넘기지 않으려고 했고, 해가 지기 전에는 숙소 방향으로 돌아왔다. 낯선 골목을 좋아해도 안전과 피로는 늘 같이 봐야 한다.

  • 해가 진 뒤에는 처음 가는 주택가 깊숙한 곳을 피했다.
  • 구글맵 평점보다 최근 리뷰 날짜와 영업시간을 더 꼼꼼히 봤다.
  • 한 동네에 최소 2시간은 남겨두고 걸었다.
  • 사진보다 길의 분위기를 먼저 느끼려고 휴대폰을 자주 넣어뒀다.

유명한 장소를 보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뉴욕의 미술관도, 보스턴의 오래된 거리도, 워싱턴 D.C.의 박물관도 충분히 볼 만하다. 다만 그 사이사이에 조용한 동네를 끼워 넣으면 여행이 조금 내 것이 된다. 나는 다음에 미국 동부를 다시 간다면, 더 느린 속도로 골목 이름을 외우며 걸을 것 같다. 오래 남는 여행은 늘 그렇게 조금 덜 화려한 쪽에 있었다.

미국동부여행에서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보였던 것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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