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연휴에 군산 골목을 걸어봤더니, 명절 냄새가 남아 있던 조용한 하루

얼마 전 설 연휴가 가까워질 때 군산을 다시 떠올렸습니다. 명절 여행이라고 하면 바다 전망 좋은 호텔이나 이름난 시장부터 생각나는데, 솔직히 저는 그런 곳보다 문 닫힌 가게 셔터 앞에 햇빛이 비스듬히 걸리는 골목이 더 오래 남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설연휴국내여행은 군산 월명동과 영화동 주변을 천천히 걷는 쪽으로 잡았습니다.
군산은 이미 꽤 알려진 도시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과 길을 조금만 피하면 분위기가 확 달라집니다. 초원사진관, 이성당 같은 이름난 지점에서 5분만 옆 골목으로 들어가도 발소리가 작게 들릴 만큼 조용한 구간이 나옵니다. 명절이라 더 그랬습니다. 문을 닫은 가게도 많았고, 대신 집 앞에 세워진 차와 담벼락의 오래된 페인트, 낮은 지붕 사이로 보이는 하늘이 여행의 속도를 늦춰줬습니다.
사람 많은 곳 옆에서 조용한 길을 찾았다
제가 걸은 길은 군산 근대역사박물관에서 시작해 해망로 쪽으로 가지 않고, 월명동 안쪽 주택가로 비스듬히 들어가는 코스였습니다. 박물관 앞은 연휴에도 가족 단위 방문객이 꽤 있었지만, 두 블록만 지나면 분위기가 낮아집니다. 관광 안내판보다 생활 표지판이 더 자주 보이고, 카페보다 작은 철물점과 오래된 여관 간판이 눈에 들어옵니다.
사실 군산 여행을 처음 온 사람이라면 유명한 장소를 아예 빼기는 어렵습니다. 저도 초원사진관 앞을 지나갔습니다. 다만 오래 머물지는 않았습니다. 사진 한 장 찍고 바로 옆 골목으로 빠졌더니, 낡은 벽돌집과 낮은 담장 사이로 바람이 지나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때부터 여행이 조금 제 것이 되는 느낌이었습니다.
- 추천 시간대: 설 당일 오후 2시 이후, 또는 연휴 마지막 날 오전
- 걷기 거리: 월명동 안쪽 골목 기준 1.5km 정도
- 소요 시간: 사진 찍고 쉬엄쉬엄 걸으면 1시간 30분 안팎
- 분위기: 관광지와 주택가가 맞닿아 있어 조용함과 낡은 생활감이 함께 있음
가는 길은 조금 느리게 잡는 편이 좋았다
서울에서 출발한다면 KTX로 익산역까지 간 뒤 버스를 타고 군산으로 들어가는 방법이 편합니다. 익산역에서 군산 시내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대략 40~60분 정도 걸렸습니다. 자가용은 연휴 첫날과 마지막 날에 고속도로 시간이 크게 흔들릴 수 있어서, 저는 기차와 버스를 섞는 쪽이 마음이 편했습니다.
군산역으로 바로 가는 열차도 있지만, 시내 중심부까지 다시 이동해야 합니다. 그래서 숙소를 월명동이나 영화동 근처에 잡는다면 익산역 환승도 나쁘지 않았습니다. 근데 중요한 건 이동 시간을 촘촘하게 채우지 않는 겁니다. 설 연휴에는 문 여는 식당이 평소보다 줄어들고, 버스 배차도 체감상 넉넉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점심과 저녁 중 한 끼는 편의점이나 작은 분식집으로 가볍게 해결할 생각을 해두면 괜히 조급해지지 않습니다.
제가 좋았던 동선
숙소에 짐을 놓고 바로 유명한 빵집 줄에 서기보다, 월명동 골목을 먼저 걸었습니다. 오래된 일본식 가옥이 남아 있는 길과 평범한 주택가가 이어지는데, 그 사이의 간격이 군산답게 느껴졌습니다. 관광용으로 예쁘게 다듬어진 장면도 있지만, 그보다 생활의 자국이 더 많습니다. 저는 그런 불균형이 좋았습니다.
해가 조금 내려갈 때 영화동 쪽으로 넘어가면 간판 불이 하나둘 켜집니다. 설 연휴라 문 닫은 가게가 많아 아쉬울 수 있지만, 오히려 골목의 빈칸이 잘 보였습니다. 시끌벅적한 맛집 여행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습니다. 대신 낮은 소리로 오래 걷고 싶은 사람에게는 맞는 도시입니다.
명절 분위기가 남아 있는 동네의 장면들
설 연휴의 로컬 여행은 평소 여행과 조금 다릅니다. 문 닫힌 가게가 많다는 건 단점이기도 하지만, 동네가 잠시 쉬는 얼굴을 볼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군산 월명동에서는 셔터에 붙은 휴무 안내문, 골목 안쪽 집 앞에 놓인 과일 상자, 좁은 길을 천천히 지나는 택시 같은 장면이 기억에 남았습니다.
특히 좋았던 곳은 월명공원으로 올라가는 길목이었습니다. 공원 자체는 군산 시민에게 익숙한 산책 장소에 가깝습니다. 입구마다 분위기가 조금 다른데, 저는 주택가 쪽 작은 계단으로 올라갔습니다. 숨이 찰 만큼 높은 길은 아니지만, 위로 갈수록 바다 쪽 바람이 살짝 느껴졌습니다. 전망대까지 욕심내지 않아도 됩니다. 벤치에 앉아 10분쯤 쉬면 명절 특유의 들뜬 기분이 조금 가라앉습니다.
- 조용히 쉬기 좋은 곳: 월명공원 주택가 쪽 진입로 주변
- 사진 찍기 좋은 시간: 오후 4시 전후, 골목 그림자가 길어질 때
- 피하면 좋은 시간: 점심 직후 유명 식당 주변, 빵집 대기 줄이 길어지는 시간
밥은 거창하게 잡지 않아도 괜찮았다
연휴 여행에서 가장 어려운 건 의외로 밥입니다. 검색에서 본 식당이 문을 닫았거나, 열었더라도 대기 시간이 길 수 있습니다. 저는 그런 날에는 메뉴를 크게 정하지 않고 움직입니다. 군산에서는 동네 백반집이 열려 있으면 들어가고, 아니면 편의점에서 따뜻한 컵국과 삼각김밥을 사서 숙소에서 쉬었습니다.
조금 아쉽지 않냐고 물을 수 있는데, 저는 괜찮았습니다. 여행의 중심을 식당에 두지 않으니 길이 더 잘 보였습니다. 물론 군산까지 갔으니 짬뽕이나 물짜장을 먹고 싶은 마음도 생깁니다. 다만 설 연휴에는 꼭 한 끼만 성공해도 충분하다고 생각하면 마음이 훨씬 가벼워집니다. 실제로 저는 다음 날 오전, 사람이 덜 몰리는 시간에 작은 중국집에 들어가 따뜻한 짬뽕 한 그릇을 먹었습니다. 특별한 맛집이라는 느낌보다 동네 사람들이 조용히 식사하는 분위기가 더 좋았습니다.
조용한 여행을 원한다면 챙길 것
- 영업 여부는 당일 오전에 전화로 확인하기
- 현금 조금 챙기기, 작은 가게는 카드 단말기 상황이 불안할 때가 있음
- 걷기 편한 신발 신기, 군산 골목은 생각보다 오르내림이 있음
- 일정을 70%만 채우기, 명절에는 빈 시간이 여행을 살려줌
설연휴국내여행을 꼭 멀리, 화려하게 잡을 필요는 없다고 느꼈습니다. 군산의 조용한 골목을 걷다 보면 명절의 소란에서 반 발짝 떨어져 있는 기분이 듭니다. 누군가에게는 심심한 여행일 수 있지만, 저는 그 심심함이 오래 남았습니다. 문 닫힌 가게 앞을 지나고, 공원 벤치에 앉아 바람을 듣고, 저녁에는 숙소 창문으로 낮은 동네 불빛을 보는 것. 그런 장면들이 모여서 설 연휴 하루를 꽤 단단하게 만들어줬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