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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피해 걸어봤더니 보였던 동네의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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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피해 걸어봤더니 보였던 동네의 얼굴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블카 줄 대신 골목을 택한 날

얼마 전 미국여행을 하면서 가장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의외로 금문교도, 타임스퀘어도 아니었다. 샌프란시스코에서 케이블카를 타려고 파월 스트리트 근처에 갔는데, 줄이 거의 한 블록 가까이 이어져 있었다. 기다리면 분명 멋진 장면을 볼 수 있었겠지만, 그날은 이상하게 발걸음이 옆 골목으로 먼저 갔다.

관광객이 몰리는 길에서 두 블록만 벗어났는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언덕 아래로 작은 세탁소가 보였고, 창가에 앉은 노인이 커피를 마시고 있었다. 길가에는 주차된 차 사이로 낡은 자전거가 기대어 있었고, 집 앞 계단에는 누군가 말려둔 운동화가 놓여 있었다. 그 장면이 좋았다. 미국이라는 큰 나라가 갑자기 지도 위의 목적지가 아니라 누군가의 생활권처럼 느껴졌다.

사실 미국여행은 이동 거리부터 만만치 않다. 뉴욕에서 보스턴까지 기차로 4시간 안팎, 로스앤젤레스 안에서도 차로 30분 거리가 평소엔 1시간 넘게 걸리기도 한다. 그래서 유명한 장소만 찍고 다니면 계속 ‘이동 중’이라는 감각이 남는다. 반대로 하루에 한 동네만 정해 천천히 걸으면, 이상하게 여행이 덜 피곤해진다.

사람 적은 동네는 중심지에서 15분쯤 비켜나 있었다

미국에서 한적한 로컬 장소를 찾을 때 내가 자주 보는 기준은 꽤 단순하다. 중심 관광지에서 도보나 대중교통으로 10분에서 20분 정도 떨어진 곳, 큰 쇼핑몰보다 동네 마켓이 있는 곳, 그리고 평일 오전에 주민들이 실제로 움직이는 길이다. 유명한 명소 바로 옆은 대부분 붐비지만, 그 주변의 생활 동선은 생각보다 조용하다.

뉴욕에서도 그랬다. 맨해튼 한복판은 어디를 가도 사람과 소리가 밀려왔지만, 브루클린의 주거 골목으로 들어가니 공기가 달랐다. 작은 베이커리 앞에 유모차가 세워져 있고, 개를 산책시키는 사람들이 서로 짧게 인사를 나눴다. 카페 안에서는 노트북을 펼친 사람보다 신문을 읽는 사람이 더 눈에 띄었다. 커피 한 잔 가격은 4달러에서 6달러 정도였고, 관광지 카페보다 좌석 간격이 넓어 오래 앉아 있어도 눈치가 덜 보였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해변 이름만 보고 움직이면 산타모니카나 베니스처럼 이미 알려진 곳으로 향하기 쉽다. 그런데 조금 북쪽이나 안쪽 동네로 들어가면 작은 서점, 오래된 타코 가게, 낮은 담장의 집들이 이어진다. 간판이 화려하지 않은 식당일수록 점심시간에 동네 사람들이 조용히 들어와 혼자 밥을 먹고 나가는 경우가 많았다. 솔직히 그런 곳이 더 오래 남았다.

내가 로컬 장소를 고를 때 보는 것들

  • 지도 리뷰 수가 너무 많지 않은 카페나 식당
  • 관광버스 정류장보다 동네 버스 정류장에 가까운 길
  • 오전 9시에서 11시 사이에 주민 이동이 자연스러운 거리
  • 기념품 가게보다 세탁소, 약국, 식료품점이 먼저 보이는 블록
  • 사진 명소보다 벤치와 그늘이 있는 작은 공원

작은 공원과 동네 마켓에서 보이는 미국여행의 속도

미국의 도시들은 크고 넓다. 그래서 처음엔 차가 없으면 아무것도 못 할 것 같은 느낌이 든다. 그런데 막상 동네 하나를 정해 걷기 시작하면, 도시마다 자기 속도가 있다는 걸 느끼게 된다. 보스턴의 오래된 주택가에서는 벽돌집 사이로 학생들이 빠르게 지나가고, 포틀랜드의 주말 마켓에서는 채소를 고르는 손길이 느렸다. 시애틀의 주택가 언덕에서는 비가 온 뒤 젖은 나무 냄새가 오래 남았다.

특히 동네 마켓은 그 지역의 온도를 보여준다. 대형 슈퍼마켓은 어디서나 비슷하지만, 작은 마켓에는 지역 사람들이 실제로 사는 물건이 놓인다. 2달러짜리 바나나 묶음, 직접 만든 듯한 샌드위치, 지역 신문, 학교 행사 전단 같은 것들. 여행자가 꼭 뭔가를 많이 사지 않아도 된다. 물 한 병을 사고 계산대 직원과 짧게 인사하는 것만으로도 그 동네의 리듬에 아주 잠깐 섞인다.

근데 이런 장소들은 사진 한 장으로 강하게 설명되지는 않는다. 대신 기억이 천천히 남는다. 예를 들면, 오후 4시쯤 작은 공원 벤치에 앉았을 때 옆 농구장에서 공 튀는 소리가 들리던 순간. 길 건너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이 나오고, 보호자들이 차 문을 열어 기다리던 장면. 여행인데도 이상하게 평일 같은 시간이었다.

유명 관광지를 완전히 피하진 않아도 된다

나는 유명 관광지가 나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미국여행까지 갔는데 뉴욕의 센트럴파크, 샌프란시스코의 금문교, 시카고의 강변을 그냥 지나치기는 어렵다. 다만 그 장소를 하루의 전부로 만들지 않으려고 한다. 오전에 대표 장소를 짧게 보고, 오후에는 그 주변 동네로 걸어 들어가는 식이 내게는 잘 맞았다.

예를 들어 시카고에서는 밀레니엄 파크 근처를 본 뒤 강변을 따라 조금 걷고, 다시 관광객이 줄어드는 블록으로 빠졌다. 빌딩 숲은 그대로인데 사람의 표정이 달라졌다. 점심시간이 지나자 정장을 입은 사람들이 사무실로 돌아가고, 거리 청소차가 지나가고, 작은 델리 앞에는 늦은 점심을 사려는 사람들이 서 있었다. 그 장면이 도시의 진짜 일상에 가까웠다.

시간 배분도 중요했다. 하루에 명소를 5곳 넣으면 계속 다음 장소를 확인하게 된다. 반대로 2곳만 정하고 중간에 빈 시간을 두면, 우연히 들어간 빵집이나 조용한 주택가 산책이 생긴다. 미국은 도시 규모가 커서 즉흥 이동이 늘 좋은 선택은 아니지만, 한 구역 안에서 비워둔 2시간은 꽤 자주 좋은 기억을 만들어줬다.

조용한 미국여행을 위해 챙기면 좋은 감각

사람 적은 곳을 찾아다닐 때는 안전도 같이 봐야 한다. 조용하다고 무조건 좋은 동네는 아니다. 낮 시간에 걷고, 해가 진 뒤에는 낯선 주거 골목보다 큰길과 대중교통 가까운 길을 택하는 편이 낫다. 현지 분위기가 애매하면 카페나 상점 직원에게 주변을 걸어도 괜찮은지 짧게 물어보는 것도 도움이 된다. 미국에서는 동네마다 분위기 차이가 꽤 크다.

그리고 렌터카가 있다면 주차 시간을 꼭 확인해야 한다. 동네 골목의 표지판은 생각보다 복잡하다. 요일별 청소 시간, 2시간 제한, 거주자 전용 구역이 섞여 있다. 나는 한 번 20분 정도 표지판을 읽다가 결국 유료 주차장으로 들어간 적이 있다. 비용은 조금 들었지만 마음은 훨씬 편했다.

조용한 여행은 대단한 비밀 장소를 찾는 일이 아니었다. 유명한 곳에서 조금 비켜나, 누군가 매일 걷는 길을 잠깐 빌려 걷는 일에 가까웠다. 미국여행을 떠올리면 큰 도로와 높은 빌딩이 먼저 생각나지만, 내 마음에 남은 건 낮은 울타리, 작은 마켓의 종소리, 오래 앉아 있어도 아무도 재촉하지 않던 동네 카페였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또 그런 길을 먼저 찾게 될 것 같다.

미국여행에서 유명한 곳을 피해 걸어봤더니 보였던 동네의 얼굴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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