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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여행, 유명한 곳을 비켜 걸었더니 보였던 조용한 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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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여행, 유명한 곳을 비켜 걸었더니 보였던 조용한 동네들

사람 많은 제주를 피해 골목으로 들어갔다

얼마 전 제주에 다녀왔는데, 공항에 내리자마자 렌터카 줄과 유명 카페 대기 명단을 보고 살짝 힘이 빠졌다. 제주도여행이라고 하면 바다 전망 좋은 카페, 사진 명소, 줄 서는 식당이 먼저 떠오르지만 사실 나는 그런 곳보다 동네 사람들이 장을 보고, 버스가 천천히 지나가고, 낮은 돌담 사이로 바람이 드나드는 길이 더 오래 남는다.

이번 여행은 3박 4일이었다. 성산일출봉, 협재해수욕장, 애월 카페거리처럼 많이 알려진 곳은 일부러 일정에서 조금 빼고, 대신 숙소 근처 동네를 아침마다 걸었다. 하루에 8천 보에서 1만 2천 보 정도 걸었고, 차로 이동한 시간보다 골목에서 멈춰 선 시간이 더 길었다. 유명한 장소를 안 갔다기보다,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과 방향을 조금 비켜 간 셈이다.

솔직히 제주에서 완전히 사람이 없는 곳을 찾기는 어렵다. 다만 10분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같은 바다라도 주차장 바로 앞 바다와 마을 끝 방파제에서 보는 바다는 소리부터 다르다. 파도 소리 사이에 생활 소음이 섞이고, 그게 오히려 더 자연스럽다.

조천의 아침 골목은 관광지보다 생활에 가까웠다

첫날 아침에는 조천 쪽에 머물렀다. 함덕 해변까지 차로 10분도 걸리지 않는 동네였지만, 숙소 주변 골목은 꽤 조용했다. 오전 8시쯤 밖으로 나왔더니 문을 여는 작은 식당, 채소 상자를 정리하는 가게, 등교하는 아이들이 먼저 보였다. 관광지의 활기와는 다른 속도였다.

조천 골목은 돌담이 낮고 길이 넓지 않아서 천천히 걷기 좋다. 큰 길에서 한 블록만 들어가면 렌터카 소리가 줄고, 바람에 흔들리는 빨랫줄이나 대문 앞 화분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이런 장면은 일부러 꾸민 포토존보다 오래 기억난다.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 그냥 서서 보는 시간이 많아졌다.

근데 조용한 동네를 걸을 때는 조금 조심스러워야 한다. 대문 안쪽을 들여다보거나, 주민이 있는 공간을 배경처럼 소비하면 금방 불편한 여행이 된다. 나는 골목을 걸을 때 카메라를 자주 내렸다. 사진으로 남기지 않아도 괜찮은 장면들이 있다. 오히려 그런 장면이 여행의 밀도를 만들어준다.

조천에서 좋았던 작은 동선

  • 아침 8시 전후, 큰길보다 마을 안쪽 골목을 30분 정도 걷기
  • 해변 바로 앞 식당보다 동네 안쪽 국수집이나 분식집 이용하기
  • 차를 오래 세워두기보다 공영주차장에 두고 짧게 걷기

서쪽 바다는 노을보다 낮은 마을길이 좋았다

둘째 날에는 한림과 귀덕 사이를 천천히 돌았다. 협재나 금능은 언제 가도 예쁘지만, 사람이 많을 때는 바다보다 주차 공간부터 찾게 된다. 그래서 이번에는 해수욕장 중심이 아니라 마을길과 작은 포구를 따라 움직였다. 같은 서쪽 바다인데도 느낌이 꽤 달랐다.

귀덕 쪽 포구는 유명 명소처럼 넓게 펼쳐지는 장면보다 가까운 생활감이 좋았다. 배가 묶여 있고, 방파제 옆으로 동네 어르신들이 지나가고, 작은 슈퍼 앞 평상에는 잠깐 앉아 쉬는 사람들이 있었다. 바다는 멀리 감상하는 풍경이 아니라 매일 드나드는 공간처럼 보였다. 사실 제주도여행에서 이런 감각을 만나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는다.

낮 12시부터 오후 2시까지는 관광객 이동이 많아서 도로가 붐비는 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점심을 조금 늦게 먹고, 오후 3시쯤 다시 걸었다. 그 시간이 좋았다. 햇빛은 아직 밝지만 사람들은 카페나 숙소로 들어가는 시간이라 길이 한결 느슨해진다. 노을 명소를 기다리지 않아도, 낮은 담장과 바다 사이에 이미 충분한 장면이 있었다.

동쪽에서는 목적지를 줄였더니 더 많이 보였다

셋째 날은 동쪽으로 갔다. 보통 성산 쪽을 가면 일출봉, 섭지코지, 우도까지 하루에 묶는 일정이 많다. 나도 예전에는 그렇게 움직였다. 그런데 이번에는 목적지를 두 개만 잡았다. 작은 오름 하나와 근처 마을 산책. 이동 시간을 줄이니 이상하게도 여행이 더 넓게 느껴졌다.

오름은 이름이 많이 알려진 곳보다 주차 공간이 작고 탐방로가 짧은 곳을 골랐다. 왕복 40분 정도였고, 정상에서 오래 머물기보다 중간의 숲길이 더 좋았다. 사람이 적은 길에서는 발소리가 잘 들린다. 흙이 눌리는 소리, 나뭇잎이 부딪히는 소리, 멀리서 들리는 차 소리까지 또렷하다. 그런 소리를 듣고 있으면 제주가 관광지가 아니라 하나의 섬이라는 감각이 돌아온다.

내려와서는 근처 마을 버스정류장에 잠깐 앉았다. 버스 배차 간격은 40분 안팎이라 여행자에게는 조금 불편할 수 있다. 하지만 그 불편함 덕분에 주변을 더 보게 된다. 정류장 옆 게시판, 오래된 담장, 바람을 막으려고 세운 낮은 돌담 같은 것들. 빠르게 이동했으면 그냥 지나쳤을 장면이다.

조용한 제주도여행을 위해 내가 지킨 기준

사람 적은 제주를 찾는다고 해서 무조건 외진 곳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 오히려 유명한 동네 근처에서도 시간과 동선을 조금 바꾸면 충분히 한적해진다. 오전 7시부터 9시,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가 특히 좋았다. 점심 직후와 해 질 무렵 유명 전망대는 피하는 편이 마음이 편했다.

  • 하루에 대표 명소는 1곳만 넣고, 나머지는 숙소 주변 산책으로 채우기
  • 카페는 전망보다 동네 안쪽 위치와 좌석 간격을 먼저 보기
  • 포구나 골목에서는 오래 머물되 주민 생활 공간을 침범하지 않기
  • 비가 오면 무리해서 이동하지 않고 시장, 책방, 작은 식당 위주로 걷기

제주는 날씨가 일정하지 않다. 10분 전까지 맑다가 갑자기 비가 오고, 바람 때문에 체감 온도가 확 내려가기도 한다. 그래서 너무 촘촘한 일정은 제주와 잘 맞지 않는다고 느낀다. 특히 로컬 동네를 걷는 여행이라면 빈 시간이 있어야 한다. 예상 못 한 길로 빠질 여유가 있어야 작은 가게도 보이고, 잠깐 앉을 벤치도 보인다.

이번 제주도여행에서 가장 오래 남은 건 유명한 전망이 아니었다. 조천의 조용한 아침길, 귀덕 포구 앞 슈퍼, 동쪽 마을 버스정류장에서 기다리던 20분이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지만 그래서 더 좋았다. 누군가에게 제주가 꼭 화려한 여행지가 아니어도 된다면, 나는 이런 느린 동선이 꽤 잘 맞을 거라고 생각한다. 조금 덜 보고, 조금 더 오래 머무는 쪽. 제주에서는 그게 생각보다 큰 차이를 만든다.

제주도여행, 유명한 곳을 비켜 걸었더니 보였던 조용한 동네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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