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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골목에서 능소화 명소를 직접 걸어봤더니, 여름이 조금 천천히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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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동 골목에서 능소화 명소를 직접 걸어봤더니, 여름이 조금 천천히 보였다

얼마 전 성북동 골목을 걷다가 멈춘 순간

얼마 전 한성대입구역에서 성북동 쪽으로 천천히 걸어 올라갔는데, 담장 위로 능소화가 툭 흘러내려 있었다. 꽃이 피었다기보다 오래된 집의 표정이 잠깐 밝아진 느낌에 가까웠다. 유명한 능소화 명소처럼 줄을 서서 사진을 찍는 분위기는 아니었고, 장바구니를 든 동네 분들이 지나가고 배달 오토바이가 낮게 지나가는 평범한 골목이었다.

능소화는 대개 6월 말부터 8월 초 사이에 가장 보기 좋다. 물론 해마다 장마와 더위가 달라서 정확히 같은 날 피지는 않는다. 내가 갔던 날은 7월 초 평일 오전 10시쯤이었고, 햇빛은 이미 강했지만 골목 안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꽃은 담장을 타고 아래로 내려오고, 그 아래에는 작은 대문과 낡은 우편함, 오래된 계단이 있었다. 솔직히 꽃 자체보다 그 배경이 더 오래 남았다.

사람 많은 명소보다 골목 능소화가 좋은 이유

능소화 명소를 찾다 보면 궁궐 담장이나 한옥 밀집 지역, 큰 카페 앞처럼 이미 사진으로 많이 알려진 곳이 먼저 나온다. 그런 곳도 예쁘다. 그런데 사람이 많으면 꽃을 보는 시간보다 구도를 피하는 시간이 길어진다. 누군가의 촬영을 기다리고, 내 뒤의 사람을 의식하고, 결국 몇 장 찍고 빠져나오게 된다.

성북동의 좋은 점은 속도가 느리다는 데 있다. 한성대입구역 5번 출구에서 시작해 성북천 방향으로 잠깐 걷다가, 큰길보다 안쪽 골목으로 방향을 틀면 분위기가 금방 달라진다. 길 폭은 넓지 않고, 오르막이 조금 있다. 그래서 운동화가 낫다. 대략 1.5km 정도를 천천히 걸으면 40분에서 1시간은 금방 지나간다. 꽃을 찾아 걷는다기보다 담장과 나무 그림자를 따라가다 우연히 만나는 식이다.

근데 그 우연함이 능소화와 잘 맞는다. 능소화는 화단 안에서 반듯하게 피는 꽃이 아니라, 벽을 타고 넘어오고 지붕 아래로 내려오는 꽃이다. 조금 삐뚤고, 조금 과하고, 그래서 골목과 잘 어울린다.

내가 걸은 코스와 조용했던 시간대

나는 한성대입구역에서 출발해 성북동주민센터 근처를 지나, 최순우 옛집 주변 골목까지 걸었다. 최순우 옛집은 자체로도 차분한 장소라서 여름 오전에 들르기 좋다. 다만 내부 관람일과 시간은 바뀔 수 있으니 가기 전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편하다. 이 동네 능소화는 특정 한 지점에 몰려 있다기보다, 골목 사이사이에 흩어져 있다.

  • 추천 시간: 평일 오전 9시 30분부터 11시 사이
  • 걷기 거리: 왕복 기준 약 2km 안팎
  • 소요 시간: 사진을 천천히 찍으면 1시간 30분 정도
  • 복장: 얇은 긴팔이나 모자, 미끄럽지 않은 신발
  • 주의할 점: 대부분 주거지라 대문 앞 장시간 촬영은 피하는 게 좋다

비슷한 꽃이라도 시간대에 따라 느낌이 많이 달랐다. 오전에는 주황빛이 맑고, 담장 그림자가 선명했다. 오후 늦게는 색이 조금 더 짙어지지만 골목이 어두워지는 구간이 있다. 사진만 생각하면 오전이 편했고, 산책 기분은 해가 기울기 시작하는 오후 5시 무렵이 더 좋았다.

능소화 명소를 찾을 때 보는 작은 기준

사실 능소화는 꽃이 예쁘다고 무조건 좋은 장소가 되지는 않는다. 주변이 너무 번잡하면 금방 피곤해진다. 내가 능소화 명소를 고를 때는 세 가지를 본다. 첫째, 대중교통으로 걸어서 닿을 수 있는지. 둘째, 꽃이 사유지 안쪽에만 있지 않은지. 셋째, 주변에 잠깐 쉬어갈 작은 카페나 그늘이 있는지.

성북동은 이 기준에 꽤 잘 맞았다. 지하철역에서 시작할 수 있고, 버스도 자주 다닌다. 오래된 주택가라 그늘이 완벽하진 않지만 큰길로 나가면 쉬어갈 곳이 있다. 무엇보다 꽃을 보러 왔다는 느낌보다 동네를 걸으러 왔는데 꽃까지 만났다는 기분이 든다. 나는 그 차이가 꽤 크다고 생각한다.

사진을 찍는다면 조금 덜 가까이

능소화는 가까이 들이대면 꽃잎의 주름과 색이 강하게 잡힌다. 그런데 이 꽃은 주변을 조금 넣었을 때 더 예쁘다. 담장, 전선, 오래된 창문, 작은 계단 같은 것들이 함께 있어야 여름 골목의 장면이 된다. 렌즈를 꽃에만 맞추기보다 한두 걸음 물러서면 훨씬 자연스럽다.

그리고 주거지에서는 조용히 움직이는 게 좋다. 대문 안쪽을 향해 찍지 않고, 사람이 지나가면 카메라를 잠깐 내리는 정도면 충분하다. 여행이 동네의 일상을 빌려 보는 일이라면, 그만큼의 거리감은 필요하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이렇게 걸을 것 같다

다음에 성북동 능소화를 보러 간다면 나는 조금 더 일찍 갈 것 같다. 오전 8시 30분쯤 도착해서 햇빛이 담장 위로 막 올라오는 시간을 보고 싶다. 그때는 카페도 대부분 열기 전이라 골목 소리가 더 잘 들릴 것 같다. 빗자루 쓰는 소리, 버스가 멀리서 서는 소리, 여름 잎이 바람에 뒤집히는 소리 같은 것들.

능소화 명소라는 말은 조금 크고 화려하게 들리지만, 내가 좋아하는 능소화는 대체로 조용한 집 앞에 있었다. 일부러 멀리 가지 않아도 되고, 오래 머물지 않아도 된다. 잠깐 멈춰서 담장 위의 주황빛을 보고, 다시 천천히 걷는 정도. 그런 여행이 요즘 내게는 더 오래 남는다.

성북동 골목에서 능소화 명소를 직접 걸어봤더니, 여름이 조금 천천히 보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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