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먼플레이스
제너럴리스트의 色다른 이야기

부산제주항공권 끊고 골목만 걸어봤더니, 제주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Last Updated :
부산제주항공권 끊고 골목만 걸어봤더니, 제주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얼마 전 김해공항에서 제주행 비행기를 탔는데, 이상하게 여행을 시작한다는 느낌보다 동네 버스를 갈아타는 기분이 먼저 들었습니다. 부산에서 제주까지는 비행 시간이 짧고, 공항도 익숙해서 그런지 마음이 크게 들뜨기보다 조용히 가방 끈을 고쳐 잡게 되더라고요. 저는 유명한 해변이나 줄 서는 카페보다, 버스 정류장 뒤 골목이나 오래된 슈퍼 앞 평상 같은 장면을 더 오래 기억하는 편입니다.

이번에도 부산제주항공권을 찾을 때부터 기준이 조금 달랐습니다. 가장 싼 표만 보지는 않았고, 제주에 도착해서 사람들이 몰리는 시간대를 피할 수 있는지를 먼저 봤습니다. 제가 끊은 표는 평일 오전 출발 편도 3만 원대였고, 돌아오는 항공권은 주말을 비껴간 오후 시간대로 6만 원대였습니다. 성수기나 연휴에는 당연히 달라지지만, 부산 출발 제주 노선은 항공편이 꽤 자주 있는 편이라 날짜를 하루만 옮겨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길은 짧지만, 시간 선택이 여행 분위기를 바꿉니다

김해공항 국내선은 생각보다 동선이 단순합니다. 저는 서면에서 출발해 도시철도와 경전철을 갈아타고 갔고, 집을 나선 뒤 공항까지 50분 정도 걸렸습니다. 수속과 보안검색 시간을 넉넉히 잡아도 국내선은 국제선처럼 크게 부담스럽지는 않았습니다. 그래도 아침 첫 비행기나 금요일 저녁 비행기는 공항 안 공기부터 조금 다릅니다. 다들 빨리 떠나고 싶어 하는 얼굴이라, 여행 시작부터 속도가 붙습니다.

사람 적은 제주를 원한다면 부산제주항공권을 볼 때 가격 옆에 시간을 같이 봐야 합니다. 제 경험으로는 평일 오전 9시 이후, 또는 점심 무렵 출발이 꽤 편했습니다. 너무 이른 시간은 공항까지 가는 길이 피곤하고, 늦은 오후 도착은 숙소 주변만 보고 하루가 끝나버립니다. 오전에 도착하면 유명 관광지를 바로 찍기보다 동네 식당에서 밥을 먹고, 숙소 근처 골목을 천천히 볼 여유가 생깁니다.

  • 평일 출발은 같은 노선이라도 체감 혼잡도가 낮았습니다.
  • 왕복보다 편도 조합으로 보면 시간 선택 폭이 넓어졌습니다.
  • 렌터카를 바로 빌리지 않으면 도착 첫날 동선이 훨씬 가벼웠습니다.

제가 먼저 간 곳은 바다가 아니라 동네 시장 뒤편이었습니다

제주공항에 내리면 많은 사람이 곧장 애월이나 성산 쪽으로 흩어집니다. 저도 예전에는 그랬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공항에서 멀리 가지 않고, 제주시 오래된 동네 쪽으로 먼저 걸었습니다. 큰길에서는 차가 많고 정신없는데,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세탁소 간판과 작은 분식집, 낮은 담장이 이어집니다. 제주에 왔다는 느낌이 거창하게 오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을 잠깐 빌려 걷는 기분이 들었습니다.

동문시장도 중심 통로는 늘 붐비지만, 저는 시장 바깥 골목이 더 좋았습니다. 생선 상자 정리하는 소리, 오토바이가 천천히 지나가는 소리, 오래된 여관 간판 같은 것들이 남아 있습니다. 관광객이 완전히 없는 곳은 아니지만, 사진을 찍으려고 멈춘 사람보다 장을 보러 나온 사람이 더 많아지는 지점이 있습니다. 그때부터 여행이 조금 편해집니다.

공항 가까운 첫날 동선

첫날은 멀리 가지 않는 게 좋았습니다. 부산에서 제주까지 비행은 짧아도, 공항 이동과 대기까지 합치면 몸은 이미 반나절을 쓴 상태입니다. 저는 공항에서 제주시 원도심으로 이동해 점심을 먹고, 칠성로 뒷길과 산지천 주변을 걸었습니다. 총 이동 거리는 길지 않았지만, 골목의 밀도가 있어서 느리게 걷기 좋았습니다.

  • 제주시 원도심은 첫날이나 마지막 날에 넣기 좋았습니다.
  • 산지천 주변은 해가 기울 때 걸으면 소음이 조금 낮아졌습니다.
  • 시장 안보다 시장 뒤편 골목에서 더 오래 머물렀습니다.

부산제주항공권은 싸게 사는 것보다 덜 지치는 게 중요했습니다

솔직히 항공권 가격만 보면 새벽 출발이나 밤늦은 귀가가 가장 매력적으로 보일 때가 많습니다. 그런데 그런 표를 끊으면 여행 하루가 묘하게 거칠어집니다. 잠을 줄이고 공항에 가면 제주에 도착해도 커피부터 찾게 되고, 돌아오는 날 밤 비행기는 다음 날까지 피곤함이 남습니다. 저는 몇 번 그렇게 다녀온 뒤로, 만 원이나 이만 원 차이라면 몸이 덜 상하는 시간을 고릅니다.

부산제주항공권을 볼 때 제가 실제로 확인하는 건 세 가지입니다. 첫째, 공항까지 가는 첫차나 막차 시간이 맞는지. 둘째, 제주 도착 후 첫 목적지까지 버스나 택시 이동이 과하지 않은지. 셋째, 돌아오는 날 숙소 체크아웃 이후 시간이 너무 비지 않는지입니다. 항공권은 비행기 안에서만 쓰는 표가 아니라, 여행 하루의 리듬을 정하는 작은 약속 같았습니다.

사람 적은 제주를 원하면 숙소 위치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예쁜 숙소가 많은 바닷가 마을도 좋지만, 저는 이번에 일부러 생활권 가까운 곳을 골랐습니다. 편의점, 동네 빵집, 버스 정류장이 가까운 숙소였습니다. 창밖으로 바다가 보이지는 않았지만 아침에 문을 열면 출근하는 사람들 발걸음이 보였고, 밤에는 술집 불빛보다 주택가 창문 불빛이 먼저 들어왔습니다. 그런 숙소는 화려하지 않아도 이상하게 마음이 놓입니다.

둘째 날에는 버스를 타고 조용한 해안 마을로 갔습니다. 이름난 포토존이 있는 곳은 아니었고, 방파제 끝에 낚시하는 분 몇 명만 있었습니다. 카페도 한두 곳뿐이라 선택지는 적었지만, 그래서 오히려 오래 앉아 있을 수 있었습니다. 바람이 세게 불면 할 수 있는 게 줄어드는데, 제주에서는 가끔 그게 좋습니다. 뭔가를 채우려고 애쓰지 않게 되니까요.

조용한 여행을 위해 남겨둔 기준

  • 하루에 큰 이동은 한 번만 넣었습니다.
  • 리뷰 수가 많은 장소보다 영업시간이 안정적인 동네 가게를 골랐습니다.
  • 사진 명소는 오전보다 늦은 오후에 지나가듯 들렀습니다.
  • 비 오는 날 갈 수 있는 시장, 책방, 작은 식당을 미리 표시해뒀습니다.

제주는 멀리 갈수록 좋은 곳만은 아니었습니다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항공권을 끊으면, 괜히 섬 전체를 다 써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생깁니다. 서쪽도 가고 동쪽도 가고, 오름도 하나쯤 오르고, 바다 사진도 남겨야 할 것 같습니다. 그런데 그렇게 움직이다 보면 제주가 점점 체크리스트처럼 느껴집니다. 이번에는 반대로 해봤습니다. 공항에서 가까운 동네에 오래 있고, 하루 한두 곳만 보고, 마음에 드는 골목은 다음 날 다시 갔습니다.

그랬더니 제주가 조금 덜 관광지처럼 보였습니다. 가게 문을 여는 사람, 비닐봉지를 들고 천천히 걷는 어르신, 학교 끝나고 편의점 앞에 모인 학생들 같은 장면이 여행의 중심으로 들어왔습니다. 부산제주항공권은 짧은 비행을 위한 표였지만, 제게는 속도를 낮추는 핑계가 됐습니다. 다음에 또 간다면 더 싼 표를 찾기보다, 도착해서 바로 숨을 고를 수 있는 시간대를 먼저 고를 것 같습니다. 제주를 많이 보는 일보다, 제주에 잠깐 섞여 있는 일이 저한테는 더 오래 남았습니다.

부산제주항공권 끊고 골목만 걸어봤더니, 제주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 요약
부산제주항공권 끊고 골목만 걸어봤더니, 제주가 조금 다르게 보였다 | 커먼플레이스 : https://commonplace.kr/9294
제너럴리스트의 色다른 이야기
커먼플레이스 © commonplace.kr All rights reserved. powered by modoo.i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