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주가볼만한곳을 골목 기준으로 직접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장면들

무심천 옆길에서 시작한 청주의 속도
얼마 전 청주에 갔을 때, 일부러 지도에 크게 뜨는 장소를 먼저 누르지 않았다. 청주가볼만한곳을 검색하면 성안길, 수암골, 상당산성 같은 이름이 먼저 나오는데, 사실 나는 그런 곳보다 사람들이 조금 덜 보는 옆길이 궁금했다. 그래서 첫 걸음은 무심천으로 잡았다. 강변이라고 해도 서울 한강처럼 큰 소리로 북적이는 분위기는 아니고, 평일 오후 3시쯤에는 자전거 타는 사람 몇 명, 천천히 걷는 동네 어르신들, 벤치에 앉아 통화하는 사람 정도가 전부였다.
무심천은 청주 시내를 가로지르는데, 걷다 보면 도시가 갑자기 넓어지는 느낌이 있다. 차도 소리는 옆에서 계속 들리지만 물가 쪽으로 한 발만 내려가도 소리가 조금 눌린다. 나는 서문교 근처에서 내려가 청주대교 방향으로 걸었고, 대략 30분 정도 천천히 움직였다. 여행지라기보다 동네의 호흡을 보는 장소에 가깝다. 사진을 크게 건질 만한 포인트가 계속 나오는 건 아니지만, 청주가 어떤 리듬으로 사는 도시인지 알고 싶다면 꽤 좋은 시작점이었다.
성안길보다 한 발 옆, 중앙공원과 오래된 골목
성안길은 청주의 중심가라 사람이 아주 없지는 않다. 그런데 메인 거리에서 조금만 벗어나 중앙공원 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진다. 상가 간판은 오래된 것이 많고, 가게 앞 의자는 햇빛을 오래 받은 색을 하고 있다. 중앙공원은 크고 화려한 공원은 아니지만, 청주 읍성 흔적과 망선루 같은 오래된 구조물이 남아 있어 도시의 나이를 조용히 보여준다.
내가 갔던 날은 주말 전 금요일이었는데, 점심시간이 지난 뒤라 그런지 공원 안은 꽤 한산했다. 벤치에 앉아 있는 분들이 대부분 동네 사람처럼 보였고, 여행객 특유의 빠른 걸음은 거의 없었다. 솔직히 누군가에게 “여기 꼭 가야 해”라고 말할 만큼 강한 장면은 아니다. 근데 그래서 더 좋았다. 청주가볼만한곳을 유명도 순서가 아니라 체류감으로 고른다면, 중앙공원 주변은 한 번쯤 천천히 걸을 만하다.
걷는 순서
- 성안길 큰길에서 시작해 중앙공원으로 들어간다.
- 공원 안에서는 망선루 주변을 천천히 보고 벤치에 잠깐 앉아본다.
- 다시 큰길로 바로 나가지 말고 오래된 상가 골목을 한 바퀴 돈다.
운천동 고인쇄박물관 주변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청주에는 직지 이야기가 빠지지 않는다. 그래서 청주고인쇄박물관은 이름만 들으면 단체 관람객이 많을 것 같았는데, 내가 방문한 평일 오전에는 의외로 차분했다. 박물관 자체도 좋지만, 나는 그 주변의 낮은 동네 분위기가 더 오래 남았다. 큰 관광지처럼 기념품 가게가 줄지어 있는 구조가 아니라, 박물관과 주택가, 학교와 생활도로가 자연스럽게 섞여 있다.
박물관 관람은 1시간 안팎이면 넉넉했다. 직지와 금속활자에 관한 설명이 중심이라 아주 가볍기만 한 공간은 아니지만, 전시 동선이 복잡하지 않아 부담은 적었다. 관람 뒤에는 근처 골목을 조금 걸었다. 낮은 담장, 오래된 나무, 조용한 횡단보도가 이어졌다. 유명한 포토존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다. 대신 청주라는 도시가 가진 오래된 지층을 가까이서 보는 느낌이 있다.
수동과 탑동 사이, 언덕 아래 동네 풍경
청주에서 가장 많이 알려진 언덕 동네는 수암골이다. 벽화와 전망 때문에 주말에는 사람이 몰릴 때가 있다. 나는 그 자체보다 수동과 탑동 사이로 내려오는 길이 더 좋았다. 언덕을 조금 내려오면 카메라를 든 사람보다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이 더 자주 보인다. 계단은 짧게 이어지고, 집 앞 화분은 누가 봐주지 않아도 제자리에 있었다.
이 구간은 길이 아주 반듯하지 않다. 그래서 편한 신발이 낫다. 경사가 있는 골목을 오르내리다 보면 20분 걷는 데도 생각보다 다리에 힘이 들어간다. 하지만 높은 곳에서 시내가 잠깐 열리는 순간이 있고, 곧바로 다시 생활감 있는 골목으로 접힌다. 그 대비가 청주의 매력처럼 느껴졌다. 관광지와 주거지가 너무 가깝게 붙어 있어 조심스러운 마음도 든다. 사진을 찍을 때는 집 창문이나 현관이 정면으로 들어오지 않게 한 발 물러서는 게 좋겠다.
상당산성은 유명하지만, 시간만 바꾸면 달라진다
상당산성은 이미 청주가볼만한곳으로 많이 알려져 있다. 그래서 숨은 장소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시간대를 잘 고르면 전혀 다른 느낌으로 걸을 수 있었다. 나는 오후 늦게, 해가 조금 기울기 시작할 때 올라갔다. 주차장 가까운 구간은 사람이 있었지만 성곽길을 따라 조금만 벗어나면 발소리가 또렷하게 들릴 만큼 조용해졌다.
성곽을 전부 욕심내서 돌기보다 짧게 일부 구간만 걸었다. 40분 정도면 무리 없이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성벽 너머로 보이는 청주 시내는 높은 빌딩 숲이라기보다 낮게 번진 도시처럼 보인다. 바람이 꽤 잘 지나가서 여름에도 해가 약해진 시간이라면 걷기 괜찮았다. 단, 겨울이나 비 온 뒤에는 돌길이 미끄러울 수 있으니 그때는 속도를 줄이는 편이 낫다.
내가 다시 간다면 이렇게 움직일 것 같다
- 오전에는 운천동 고인쇄박물관을 보고 주변 골목을 걷는다.
- 점심 뒤에는 중앙공원과 성안길 옆 골목을 천천히 지난다.
- 해 질 무렵에는 무심천이나 상당산성 일부 구간을 고른다.
청주는 첫인상이 강하게 달려드는 도시는 아니었다. 대신 한 블록씩 걸을수록 표정이 조금씩 보였다. 번쩍이는 장소를 기대하면 밋밋할 수 있지만, 오래된 공원과 강변, 박물관 옆 동네, 언덕 아래 골목을 이어 걷다 보면 여행이 생활 쪽으로 가까워진다. 나는 그런 청주가 좋았다. 유명한 이름을 하나 더 찍고 오는 여행보다, 낯선 동네의 오후를 잠깐 빌려 걷는 시간이 더 오래 남는 날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