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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으로 국내여행을 다녀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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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으로 국내여행을 다녀봤더니

기차역에서 세 정거장만 더 가면 달라지는 풍경

얼마 전 강릉에 갔다가 바다 쪽으로 바로 가지 않고, 일부러 버스를 한 번 더 갈아탔다. 지도에는 크게 표시되지 않는 동네였고, 카페 이름도 검색 결과 맨 위에 뜨는 곳은 아니었다. 그런데 그런 곳일수록 이상하게 발걸음이 느려진다. 사진을 찍어야겠다는 마음보다, 여기 사람들은 어떤 속도로 하루를 보내는지 궁금해지는 느낌이 먼저 든다.

국내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이름난 해변, 유명한 시장, 줄 서는 맛집을 떠올리기 쉽다. 사실 그런 곳도 좋다. 다만 주말 오전 11시쯤만 되어도 사람들 틈에서 길을 걷는 일이 여행인지 이동인지 헷갈릴 때가 있다. 그래서 나는 요즘 목적지를 정할 때 유명 관광지에서 도보 20분에서 40분 정도 떨어진 동네를 먼저 본다. 그 정도 거리면 분위기가 확 바뀐다. 간판의 크기도 작아지고, 가게 앞 의자에 앉아 있는 사람들의 표정도 조금 더 생활에 가깝다.

사람 적은 국내여행지는 대개 중심에서 살짝 비켜 있다

사람이 적은 곳을 찾는다고 해서 아주 깊은 산골이나 외진 섬만 떠올릴 필요는 없다. 오히려 내가 좋아하는 장소들은 큰 도시의 가장자리나, 관광지와 생활권이 만나는 어중간한 지점에 많았다. 예를 들면 전주에서는 한옥마을 안쪽보다 남부시장 뒤편 골목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군산에서는 초원사진관 앞보다 조금 더 걸어 들어간 주택가의 오래된 빵집과 작은 철물점들이 좋았다.

부산도 비슷했다. 해운대나 광안리처럼 이름만 들어도 붐빌 것 같은 곳 말고, 지하철역에서 내려 언덕 방향으로 천천히 올라가면 아주 다른 부산이 보인다. 빨래가 걸린 베란다, 오후 네 시쯤 문을 여는 분식집, 동네 사람들이 서로 아는 듯 인사하는 골목. 여행자가 볼 수 있는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그냥 월요일의 배경이다. 그 거리감이 나는 좋다.

  • 유명 관광지에서 도보 20분 이상 떨어진 골목을 본다
  • 버스 종점이나 작은 역 주변을 찾아본다
  • 리뷰 수가 100개 이하인 동네 식당을 눈여겨본다
  • 오전보다 오후 3시 이후의 생활 풍경을 천천히 걷는다

직접 다녀보니 좋았던 로컬 여행의 방식

나는 여행지를 고를 때 먼저 지도를 크게 축소해서 본다. 그리고 유명한 지명 옆에 붙어 있는 작은 동네 이름을 확대한다. 숙소를 잡을 때도 번화가 한가운데보다 버스로 10분쯤 떨어진 곳을 고르는 편이다. 이동은 조금 번거롭지만, 밤에 돌아왔을 때 조용한 골목을 걷는 시간이 생긴다. 솔직히 그 시간이 여행의 반쯤은 된다.

한 번은 목포에서 관광 안내판에 크게 나오지 않는 동네를 걸은 적이 있다. 바다와 멀지 않았지만 항구의 활기보다는 오래된 주택가의 기척이 더 강했다. 낮은 담장 너머로 화분이 빼곡했고, 슈퍼 앞 평상에는 동네 어르신 두 분이 앉아 있었다. 특별한 사건은 없었다. 그런데 편의점에서 산 캔커피를 들고 30분쯤 걸었는데도 지루하지 않았다. 여행지에서 꼭 무언가를 소비하거나 인증해야 한다는 생각이 조금 옅어졌다.

이런 여행은 동선이 촘촘하지 않아도 된다. 하루에 세 곳만 가도 충분하다. 오전에는 작은 시장, 점심에는 동네 식당, 오후에는 강변이나 골목길. 그 사이에 버스를 기다리는 12분, 문 닫힌 가게 앞에서 잠깐 서 있는 3분도 여행에 들어간다. 유명 장소만 찍고 이동하는 방식보다 결과물은 적지만, 몸에 남는 감각은 더 오래 간다.

한적한 장소를 찾을 때 내가 보는 것들

사람 적은 국내여행지를 찾을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후기의 개수가 아니다. 오히려 너무 많은 후기가 있으면 조금 망설인다. 사진이 비슷하게 반복되고, 같은 메뉴와 같은 포토존만 보이면 이미 여행자의 리듬이 많이 들어온 곳일 가능성이 높다. 대신 동네 주민이 남긴 짧은 리뷰, 영업시간을 묻는 댓글, 오래된 간판이 보이는 사진을 더 믿는다.

또 하나는 대중교통이다. 차가 있어야만 갈 수 있는 곳도 매력적이지만, 버스가 하루 몇 번이라도 다니는 동네는 묘하게 생활의 결이 보인다. 버스 정류장 이름에는 그 지역의 시간이 남아 있다. 초등학교, 마을회관, 우체국, 오래된 아파트 이름 같은 것들. 그런 이름을 따라 걷다 보면 관광용으로 다듬어진 장면보다 훨씬 자연스러운 장면을 만난다.

조용한 여행이 꼭 심심한 여행은 아니었다

처음에는 사람 적은 곳을 찾아다니면 볼거리가 부족하지 않을까 싶었다. 근데 몇 번 다녀보니 오히려 반대였다. 볼거리를 내가 정해야 해서 더 오래 보게 된다. 낡은 이발소의 글씨체, 골목 끝에 갑자기 나타나는 작은 절, 점심시간이 지나 한산해진 시장 통로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남들이 많이 찍는 장면을 따라가지 않으니, 내 속도도 자연스럽게 생긴다.

물론 불편한 점도 있다. 영업시간이 정확하지 않은 가게가 있고, 쉬는 날 정보가 오래된 경우도 있다. 화장실이나 주차 공간이 넉넉하지 않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나는 항상 현금을 조금 챙기고, 마지막 버스 시간을 먼저 확인한다. 그리고 문이 닫혀 있으면 그걸 실패로 두지 않으려고 한다. 닫힌 셔터와 조용한 골목도 그 동네의 하루니까.

국내여행이 조금 더 생활에 가까워질 때

요즘은 여행을 다녀와도 사진보다 길의 분위기가 먼저 생각난다. 어느 도시였는지보다, 그날 바람이 어느 방향에서 불었는지, 식당 주인이 물컵을 탁자에 놓던 소리, 버스 창밖으로 보이던 낮은 지붕들이 더 오래 남는다. 국내여행의 매력은 멀리 떠났다는 감각보다 낯선 동네에서 잠깐 남의 일상을 지나간다는 데 있는 것 같다.

유명한 곳을 피해야만 좋은 여행이 되는 건 아니다. 다만 모두가 같은 시간에 같은 장소로 몰릴 때, 한 골목만 옆으로 비켜도 꽤 다른 풍경이 열린다. 다음 여행에서는 목적지 이름 하나만 정하고, 나머지는 걷다가 고르는 방식도 괜찮다. 지도 위의 작은 회색길을 따라가다 보면, 생각보다 조용하고 다정한 국내여행이 가까운 곳에 숨어 있다.

유명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으로 국내여행을 다녀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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