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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불꽃축제 보러 갔다가 남천동 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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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불꽃축제 보러 갔다가 남천동 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부산불꽃축제를 보러 간 날, 광안리 바다보다 먼저 기억에 남은 건 남천동 골목의 저녁 풍경이었다. 식당 앞에서는 저녁 손님을 맞을 준비가 한창이었고, 주택가 창문에는 하나둘 불이 켜졌다. 큰 축제가 열리는 날에도 누군가의 평범한 하루는 이어진다. 나는 그 사이를 천천히 걷다가 바다 쪽으로 내려갔다.

사람 적은 곳을 좋아한다면 부산불꽃축제는 조금 난감한 이름이다. 광안리해수욕장 주변으로 많은 관람객이 모이니 한적한 불꽃 관람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그래도 이동하는 시간을 서두르지 않고, 불꽃을 본 뒤 머물 동네까지 생각하면 하루의 분위기는 꽤 달라진다.

불꽃보다 먼저 남천동을 걸었다

도시철도 2호선 금련산역에서 내려 해변으로 곧장 가지 않았다. 남천동 안쪽 길을 따라 걸으며 저녁을 먹고, 골목 끝에서 바다가 잠깐 보일 때마다 걸음을 늦췄다. 해변 가까이 갈수록 발걸음이 빨라지는데, 몇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와도 장을 보고 돌아가는 사람과 산책하는 주민이 눈에 들어왔다.

이 동네를 축제 당일의 ‘숨은 명당’으로 소개하고 싶지는 않다. 주택가 골목에서는 건물에 가려 불꽃이 보이지 않을 수 있고, 주민들이 사는 길을 관람 자리처럼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내가 좋았던 건 불꽃을 기다리는 동안 평소의 남천동을 걸을 수 있었다는 점이다. 골목은 산책하는 곳으로 두고, 관람은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는 해변 쪽 공개 공간에서 했다.

광안리 백사장 한가운데는 광안대교를 정면으로 볼 수 있는 대신 사람이 밀집한다. 해변 가장자리로 옮기면 체감하는 혼잡은 달라질 수 있지만, 불꽃의 각도와 건물에 가리는 범위도 달라진다. 내게는 화면처럼 꽉 찬 장면보다 서 있을 공간과 돌아갈 길이 더 중요했다. 자리를 고를 때도 먼저 주변을 둘러보고, 통행로와 출입구는 비워 두었다.

광안리까지 가는 길은 단순하게 잡았다

부산시 안내에는 광안리해수욕장 접근역으로 2호선 광안역과 금련산역이 나온다. 평소라면 역에서 바다까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지만, 축제 날에는 같은 길도 오래 걸린다. 역에서 내린 뒤 바로 군중을 따라가기보다 도로 건너는 곳과 돌아올 방향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마음이 놓였다.

차를 가져가지 않은 것도 내게는 편했다. 축제 당일 광안리 일대에는 차량 통제가 생기고, 행사가 끝나면 관람객이 한꺼번에 움직인다. 부산시가 공지하는 통제 구간과 도시철도 운영 내용은 해마다 달라질 수 있으니, 방문하는 해의 안내를 출발 전에 확인해야 한다. 그날 현장에서는 안내 요원이 알려 주는 보행 방향을 따르는 것이 가장 확실했다.

가방은 가볍게 챙겼다. 바닷바람을 막을 겉옷과 물, 휴대전화 보조배터리 정도면 걸어 다니기 수월하다. 낮에 골목을 걸을 때와 밤에 해변에 서 있을 때의 추위가 달라서, 겉옷은 결국 꺼내 입게 됐다. 오래 기다릴 생각이라면 먹을 것과 화장실 위치도 미리 살펴두는 게 좋다. 작은 준비지만 그날의 피로를 줄여 준다.

사람이 몰릴 때는 속도를 늦췄다

불꽃이 시작되자 시선이 모두 바다로 향했다. 가까이에서 보면 소리까지 몸으로 느껴진다. 반면 해변에서 조금 떨어지면 음악과 연출이 잘 들리지 않거나 일부 장면이 가릴 수 있다. 조용한 곳을 찾을수록 공연 전체를 보는 경험과는 거리가 생긴다는 뜻이다. 나는 그 차이를 감수할 수 있는 자리에 섰다.

불꽃이 끝난 직후에는 걷는 방향부터 신중해졌다. 가장 가까운 역으로 서둘러 가는 사람들 사이에 바로 들어가기보다, 현장 안내에 맞춰 천천히 이동했다. 함께 온 사람이 있다면 서로 떨어졌을 때 만날 곳도 미리 정해 두는 편이 좋겠다. 휴대전화 화면을 보며 갑자기 멈춰 서기에는 주변의 흐름이 빠르다.

돌아가는 길에 남천동 쪽으로 발을 옮기니 해변의 큰 소리가 조금씩 멀어졌다. 그렇다고 골목 전체가 비어 있지는 않았다. 같은 생각으로 걷는 사람도 있고, 축제가 끝난 뒤 집으로 돌아가는 주민도 있다. 조용한 길을 찾아 무작정 주택가 깊숙이 들어가기보다는 큰길과 연결되는 길에서 걸음을 이어갔다.

내가 오래 기억한 건 돌아오는 장면이었다

부산불꽃축제의 하이라이트는 분명 바다 위에서 터지는 불꽃이다. 그런데 내 기억에는 그 앞뒤의 시간이 함께 남았다. 저녁 무렵 식당 문이 열리던 골목, 멀리서 보이던 광안대교, 공연이 끝난 뒤 조금 차가워진 공기. 유명한 장면 하나를 보러 왔다가 동네의 속도까지 느끼고 돌아간 셈이다.

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한다고 해서 큰 축제를 피할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다만 축제장 가까이에서 완전히 한적한 자리를 찾겠다는 기대는 내려놓는 편이 편하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나는 일찍 도착해 남천동을 더 걷고, 바다가 보이는 공개된 자리에서 불꽃을 본 뒤 천천히 돌아올 것이다. 그날의 부산은 불꽃이 꺼진 다음에도 한동안 좋았다.

부산불꽃축제 보러 갔다가 남천동 골목에 오래 머물렀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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