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고야 여행지 골목을 따라 걸었더니 하루가 느려졌다

나고야역 앞에서 지도를 접고 조금 걸었더니, 높은 건물 사이로 낮은 지붕이 보였다. 유명한 명소를 하나 더 들를까 하다가 그날은 골목 쪽으로 발을 돌렸다. 나고야에서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커다란 풍경보다 가게 문을 여는 소리, 자전거가 지나간 뒤 다시 조용해지는 길이었다.
나고야 여행지를 고를 때 나는 하루에 동네 두 곳 이상을 넣지 않는다. 걷다가 멈추는 시간이 있어야 그곳의 평소 모습이 보이기 때문이다. 아래 세 곳도 그렇게 천천히 걸었다. 모두 관광객이 전혀 없는 곳은 아니지만, 붐비는 시간과 길을 조금만 비켜 가면 각자의 속도로 머물 수 있었다.
시케미치에서 엔도지까지, 역 가까운 오래된 골목
처음 걸은 곳은 시케미치였다. 지하철 사쿠라도리선 국제센터역 2번 출구에서 도보로 약 5분. 나고야역에서도 걸어서 약 15분이라 짐을 맡긴 뒤 들르기 좋다. 큰길에서 한 블록만 안으로 들어가면 돌담 위의 창고와 오래된 집들이 이어진다. 나고야시 관광 안내에 따르면 이곳은 옛 상인들의 거리다. 설명을 읽고 다시 보면 낮은 지붕과 담장의 선이 조금 다르게 보인다.
길이 길지는 않다. 사진 몇 장 찍고 곧장 빠져나오면 금방 끝난다. 나는 담 너머 지붕을 보다가 골목 끝에서 돌아와 같은 길을 한 번 더 걸었다. 첫 번째에는 건물만 보였는데, 두 번째에는 집 앞에 놓인 화분과 닫힌 문틈이 눈에 들어왔다. 생활하는 집과 가게가 섞여 있으니 창문 안쪽을 들여다보거나 출입구를 막고 오래 서 있지는 않는 편이 좋다. 길에는 차도 다닌다.
시케미치에서 엔도지 상점가로 이어 걸으면 분위기가 조금 바뀐다. 지붕 있는 상점가에 오래된 가게와 새로 들어온 가게가 나란히 있다. 내가 갔을 때는 영업 중인 곳 사이로 문을 닫은 가게도 보여서, 오히려 동네의 평일 같은 리듬이 느껴졌다. 다만 축제나 행사가 있는 날에는 한적한 산책을 기대하기 어렵다. 조용히 걷고 싶다면 행사 일정을 피하고, 가게 구경도 할 생각이라면 너무 이른 아침은 피하는 게 낫다.
아리마쓰에서는 오래된 길보다 지금의 동네가 보였다
아리마쓰는 메이테쓰 나고야 본선 열차를 타고 아리마쓰역에서 내렸다. 역에서 옛 거리까지는 걸어서 몇 분이면 닿는다. 나고야시 관광 안내에 소개된 옛 도카이도 구간은 약 800미터. 숫자로만 보면 짧지만, 완만하게 굽은 길이라 다음 집의 정면이 조금씩 늦게 나타난다. 급하게 끝까지 걸을 이유가 없었다.
이 동네는 아리마쓰 시보리라는 염색 문화로 알려져 있다. 가게 앞의 천을 보고 나서 길을 걸으니 격자창과 담장 사이에 걸린 색이 눈에 오래 남았다. 오래된 집들이 줄지어 있지만 전시장을 걷는 기분은 아니었다. 가게로 들어가는 사람, 역 쪽으로 걸어가는 사람이 같은 길을 쓴다. 그래서 골목 사진을 찍을 때도 누군가의 일상 한가운데 서 있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나는 왕복하며 마음에 드는 집 앞에서 잠깐씩 멈췄다. 전체 거리를 빠르게 훑는 데 걸리는 시간보다, 작은 가게에 들어가 천의 무늬를 보고 나오는 시간이 더 길었다. 구입할 생각이 없어도 조용히 둘러볼 만하지만, 가게마다 문 여는 시간은 다를 수 있다. 골목 자체를 보고 싶다면 문이 닫힌 시간에도 걸을 수 있고, 염색품까지 보고 싶다면 낮 시간을 넉넉히 잡는 편이 좋다.
가쿠오잔에서는 참배길 옆 골목으로 한 걸음
가쿠오잔은 지하철 히가시야마선 가쿠오잔역에서 내려 닛타이지 쪽으로 걸었다. 역에서 절까지는 도보 약 10분. 참배길에는 작은 가게들이 있어 앞의 두 동네보다 오가는 사람이 많았다. 그래도 길을 서두르지 않고 걷기 좋았다. 절에 가까워질수록 가게 간판보다 길 끝의 넓은 공간이 먼저 눈에 들어왔다.
닛타이지 경내에서는 한동안 앉아 있었다. 누군가는 참배하고, 누군가는 잠깐 들렀다 나갔다. 나고야시 관광 안내에 따르면 매달 21일에는 장이 선다. 동네의 활기를 보고 싶다면 그날이 재미있겠지만, 조용함을 바란다면 다른 날짜가 맞겠다. 돌아갈 때는 왔던 참배길만 고집하지 않고 옆 골목을 조금 걸었다. 몇 걸음 차이인데도 가게 구경을 하던 마음이 주택가를 지나는 마음으로 바뀌었다.
세 동네를 걸을 때 남겨 둔 시간
세 곳을 하루에 모두 넣을 수도 있지만, 내게는 시케미치와 엔도지를 묶어 걷고 다른 날 아리마쓰나 가쿠오잔을 한 곳씩 찾는 편이 좋았다. 시케미치에서는 같은 길을 되돌아볼 시간, 아리마쓰에서는 가게 문 앞에서 망설일 시간, 가쿠오잔에서는 잠깐 앉을 시간을 남겨 두었다. 이동 시간을 아끼는 것보다 그 몇 분이 더 또렷하게 기억난다.
나고야 여행지를 떠올리면 이제 큰 건물보다 골목의 폭이 먼저 생각난다. 사람이 아주 적은 곳만 골라 다녔다기보다, 사람들이 살아가는 길에서 내 걸음을 조금 늦춘 여행이었다. 다음에 가도 아마 시케미치의 같은 골목을 한 번 더 걸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