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내용 캐리어 사이즈 비교해보니 골목길에 답이 있었다

동네 골목을 오래 걷는 날이면 캐리어 크기가 여행의 속도를 바꾼다는 생각을 한다. 공항에서는 넉넉한 가방이 든든한데, 숙소까지 버스를 타고 좁은 보도를 지날 때는 그 몇 센티미터가 꽤 크게 느껴진다. 그래서 기내용 캐리어 사이즈 비교를 할 때도 얼마나 많이 들어가는지보다 내가 들고 걸을 수 있는지를 먼저 본다.
20인치라는 이름보다 실제 길이가 중요했다
기내용 캐리어를 찾으면 18인치, 20인치, 21인치라는 표시가 먼저 보인다. 그런데 같은 20인치라도 손잡이와 바퀴의 모양에 따라 바깥쪽 크기가 다르다. 항공사가 확인하는 것도 제품 이름이 아니라 바퀴와 손잡이를 포함한 외부 치수다. 마음에 드는 가방을 골랐다면 높이·너비·두께를 직접 재거나 판매 페이지의 외부 치수를 확인하는 편이 정확하다.
가령 외부 치수가 50×35×20cm인 가방은 세 변의 합이 105cm이고, 55×40×20cm인 가방은 115cm다. 숫자로 보면 차이가 작아 보이지만, 두 가방을 나란히 세우면 몸 옆에서 차지하는 폭이 제법 다르다. 반대로 세 변의 합만 115cm 이내라고 안심해서도 곤란하다. 항공사에 따라 각 변의 최대 길이도 함께 정해 두기 때문이다. 짐을 채운 뒤 앞주머니가 불룩해지거나 확장 지퍼를 열면 두께도 다시 재야 한다.
항공사 규정은 비슷해도 짐의 무게까지 봐야 한다
대한항공 일반석은 휴대용 가방 1개와 개인 소지품 1개를 허용하며, 두 짐의 총무게를 10kg 이내로 안내한다. 휴대용 가방은 세 변의 합 115cm 이내 또는 각 변 55×40×20cm 이내가 기준이다. 제주항공도 기내 휴대 수하물 1개와 개인 소지품 1개, 합산 10kg 이내를 안내하며 캐리어 규격은 40×20×55cm 이내로 제시한다. 아시아나항공은 이코노미석 휴대 수하물 1개에 대해 10kg 이내, 세 변의 합 115cm 이내와 각 변 최대 55×40×20cm를 안내한다.
이 숫자들을 보면 55×40×20cm가 무난한 기준처럼 보인다. 그래도 예약한 항공편의 운항사와 좌석 등급은 출발 전에 다시 확인한다. 공동운항편은 실제 운항사의 규정이 적용될 수 있고, 같은 크기의 캐리어라도 노트북 가방이나 면세품을 더하면 허용 무게를 넘길 수 있어서다. 크기는 집에서 줄자로, 무게는 짐을 다 싼 뒤 저울로 확인하면 마음이 한결 편하다.
한적한 동네를 걷는 여행이라면 작은 쪽이 편했다
내 기준에서 짐이 적은 1박 2일이라면 바퀴를 포함한 높이가 50cm 안팎인 가방이 편하다. 세면도구와 여벌 옷 한 벌을 넣고도 남는 공간이 있다면 그 공간을 굳이 채우지 않는다. 카페 앞 낮은 턱이나 오래된 주택가의 울퉁불퉁한 보도에서는 가방이 가벼울수록 발걸음이 덜 끊긴다.
2박 3일에 옷이나 카메라 짐이 늘면 55×40×20cm에 가까운 크기가 유용할 수 있다. 대신 큰 캐리어를 고르기 전에 빈 가방 무게도 살핀다. 가방 자체가 무거우면 10kg 한도까지 담을 수 있는 물건은 생각보다 적다. 계단이 많은 숙소나 짧은 환승 구간에서는 용량보다 들어 올리기 쉬운지가 더 중요하게 느껴진다. 18인치라서 무조건 편하고 20인치라서 무조건 불편한 것도 아니다. 바퀴가 부드럽게 굴러가는지, 손잡이가 내 키에 맞는지도 함께 봐야 한다.
가방을 고를 때 남겨 두는 작은 여유
캐리어 안에는 돌아오는 길을 위한 빈자리도 조금 남겨 둔다. 동네 빵집에서 산 작은 봉지나 시장에서 고른 간식을 억지로 손에 들고 걷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다만 물건을 더 담은 뒤에는 무게가 달라진다. 특히 개인 소지품까지 합산하는 항공편이라면 귀가 전에도 한 번 확인하는 게 좋다.
기내용 캐리어 사이즈 비교의 답은 여행 기간만으로 정해지지 않았다. 숙소까지 얼마나 걷는지, 계단은 있는지, 하루 중 가방을 들고 이동하는 시간이 얼마나 되는지가 내게는 더 큰 기준이었다. 골목 안 작은 가게 앞에서 잠깐 멈추고 싶을 때, 손에 든 짐이 가벼우면 그 시간이 조금 더 느긋해진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