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항구축제에서 한 걸음 비켜 걸어봤더니

목포항을 걸을 때마다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무대보다 배를 묶어 둔 밧줄이다. 바람에 조금씩 흔들리는 배와 항구 쪽으로 향하는 사람들의 걸음이 한 화면에 들어온다. 목포항구축제도 내게는 그 풍경을 따라 걷는 시간에 가깝다. 공연을 보러 온 사람들 사이에 잠깐 섞였다가 삼학도 쪽으로 발길을 돌리면, 같은 항구에서도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축제장 한가운데서 항구를 먼저 봤다
2026년 목포항구축제는 10월 16일부터 18일까지 목포항과 삼학도 일원에서 열린다. 운영 시간은 낮 12시부터 밤 9시까지다. 목포시 안내를 보고 일정을 잡는다면, 행사 구역이 한 건물 안에 모여 있는 게 아니라는 점부터 떠올리면 좋다. 배를 보는 자리, 먹거리가 있는 자리, 공연을 기다리는 자리가 이어져 있어서 조금만 움직여도 소리와 사람의 밀도가 바뀐다.
축제의 중심에는 옛 파시를 재현하는 프로그램이 있다. 파시는 배와 상인들이 모여들며 형성되던 해상 어시장을 뜻한다. 이름만 들으면 낯설지만, 항구에서 잡은 것을 사고팔고 함께 먹던 시간을 지금의 방식으로 보여 준다고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파시 경매쇼나 선창거리 재현을 잠깐 보고 나서 실제 항구 쪽을 바라보면, 무대 위 이야기와 지금도 움직이는 항구의 일상이 겹쳐 보인다.
솔직히 축제장에서 줄을 오래 서는 건 내 여행 방식과 잘 맞지 않는다. 그래서 마음에 드는 프로그램 하나를 고른 뒤 나머지 시간에는 주변을 천천히 걷는 편이다. 무엇이든 빠짐없이 봐야 한다는 마음을 내려놓으면 바다 쪽으로 트인 틈도 보이고, 북적이는 길에서 몇 걸음 떨어진 곳의 바람도 느껴진다.
삼학도에서는 걸음이 자연스럽게 느려졌다
목포항구축제에 왔다면 삼학도를 축제장의 부속 공간처럼 지나치기엔 아깝다. 행사 안내에도 삼학도가 장소로 적혀 있지만, 이곳에는 평소 시민들이 걷는 산책길과 이난영공원이 있다. 축제 소리가 들리는 쪽에서 벗어나 녹지 쪽으로 들어가면 시선이 무대가 아니라 길과 나무에 머문다. 조용한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짧은 이동이 반가울 것이다.
삼학도는 세 섬을 잇는 다리와 산책로가 있는 곳이다. 다리를 건너며 잠시 뒤를 돌아보는 것만으로도 항구가 조금 다른 거리에서 보인다. 행사장 안에서는 음악과 안내 방송이 발걸음을 이끌지만, 여기서는 다음 방향을 급히 정할 필요가 없다. 잠깐 앉아 있다가 사람들이 오가는 모습을 보는 시간도 좋다. 축제 기간인 만큼 늘 고요하리라 기대하기는 어렵지만, 메인 무대 앞과는 다른 호흡으로 걸을 수 있다.
이난영공원은 ‘목포의 눈물’을 부른 가수 이난영을 기리는 공간이다. 이름을 알고 가면 목포가 노래로 기억해 온 항구이기도 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진 한 장을 남기고 곧장 돌아서기보다 산책로를 조금 더 걷는 쪽이 내게는 잘 맞았다. 볼거리를 하나 더 채웠다는 느낌보다 동네의 쉬는 자리에 잠시 앉았다 간 느낌이 오래 남는다.
돌아가는 길에는 목포진 쪽 풍경이 남았다
시간과 체력이 남는다면 목포진 쪽도 눈여겨볼 만하다. 목포진은 조선시대 수군 진영이 있던 자리로, 지금은 일부가 복원되어 있다. 목포시 관광 안내에서는 이곳에서 삼학도와 목포 앞바다를 바라볼 수 있다고 소개한다. 축제장에서는 가까이서 소리를 듣고, 목포진 쪽에서는 항구가 놓인 모양을 한 발 물러서서 보는 셈이다.
그 사이의 길도 그냥 통과하고 싶지 않다. 항구와 맞닿은 동네에서는 가게 간판이나 좁은 골목의 굽은 방향 같은 것들이 자꾸 눈에 걸린다. 다만 골목은 누군가의 생활 공간이다. 가게 앞을 막거나 집 안쪽으로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걷는 길에서 보이는 만큼만 담는다. 유명한 장소의 이름을 하나 더 얻는 것보다, 동네가 평소의 속도로 움직이는 모습을 지켜보는 일이 좋다.
사람이 몰리는 시간도 여행의 일부였다
조용한 걸음을 원한다면 공연 시간은 미리 확인하는 편이 낫다. 올해 주무대 공연은 매일 저녁 7시로 안내되어 있다. 그 무렵에는 공연을 향하는 발걸음이 많아질 수 있으니, 나는 바다를 먼저 걷고 공연은 조금 떨어진 자리에서 분위기만 느끼는 동선을 좋아한다. 반대로 무대가 궁금하다면 산책을 앞에 두고 저녁에 돌아오면 된다. 어느 쪽이든 축제장 전체가 한적할 거라고 기대하지는 않는 게 좋다.
차를 가져간다면 주차 위치와 셔틀 운행 안내도 출발 전에 확인하는 게 편하다. 올해는 축제 공식 안내에 셔틀 노선과 승강장 정보가 올라와 있고, 현장 교통 상황에 따라 시간이 달라질 수 있다고 적혀 있다. 걷는 여행이라 해도 돌아갈 교통편을 생각해 두면 해 질 무렵의 풍경을 더 느긋하게 볼 수 있다. 항구의 바람을 오래 맞을 생각이라면 가볍게 걸칠 옷 한 벌도 챙기게 된다.
목포항구축제에서 기억하고 싶은 장면은 사람 없는 비밀 장소가 아니었다. 들뜬 축제장과 평소의 산책길이 서로 가까이 놓여 있다는 사실이었다. 파시의 소리가 남아 있는 귀로 삼학도 길을 걷고, 다시 항구의 불빛을 바라보는 하루. 목포에서는 그 정도의 느린 걸음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