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이안 골목을 천천히 걸어봤더니 베트남여행의 속도가 달라졌다

등불보다 먼저 보인 건 동네의 아침이었다
얼마 전 베트남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오래 기억에 남은 장면은 유명한 야경보다 아침 골목이었다. 호이안 올드타운은 밤이 되면 등불과 배, 사진 찍는 사람들로 금세 붐빈다. 그런데 오전 7시쯤 숙소를 나서면 분위기가 완전히 달라진다. 문을 반쯤 연 가게 앞에서 의자를 닦는 사람, 오토바이에 채소를 싣고 지나가는 아주머니, 학교 가방을 멘 아이들이 골목을 빠르게 지나간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에 잠깐 들어온 느낌이었다.
나는 호이안 중앙시장 쪽으로 바로 가지 않고, 투본강에서 한두 블록 안쪽으로 들어갔다. 관광객이 몰리는 큰길을 벗어나면 골목 폭이 갑자기 좁아지고, 노란 벽도 조금 덜 꾸민 얼굴을 하고 있다. 벽에는 오래된 물자국이 있고, 창문에는 빨래가 걸려 있다. 솔직히 사진으로 보기 좋은 장소만 찾는다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근데 이런 길은 걸을수록 마음이 편해진다. 누가 봐도 명소인 곳보다, 이름 없는 모퉁이에서 그 도시의 호흡이 더 잘 느껴질 때가 있다.
베트남여행에서 사람 적은 시간을 찾는 법
베트남은 도시마다 리듬이 꽤 다르다. 다낭은 넓고 빠르고, 호이안은 느리고 좁다. 하노이는 오래된 생활감이 두껍고, 후에는 공기가 조금 더 차분하다. 그래서 사람 적은 장소를 찾으려면 장소 이름보다 시간을 먼저 봐야 했다. 유명한 카페도 오전 8시 전에는 조용하고, 북적이는 시장도 점심 직전에는 잠깐 숨을 고른다. 반대로 해 질 무렵부터 밤 9시 사이에는 어디든 사람이 많아졌다.
내가 가장 편하게 걸었던 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9시 사이였다. 한낮에는 덥고, 오후에는 투어버스와 단체 여행객이 많아진다. 10분만 걸어도 땀이 나는 날씨라서 무리하게 많이 보려고 하면 금세 지친다. 그래서 하루에 장소를 2곳만 정하고, 나머지는 골목에서 흘러가는 식으로 움직였다. 예를 들면 아침에는 동네 시장, 점심에는 숙소 근처 식당, 오후 늦게는 강변 산책 정도다. 일정표가 비어 있을수록 이상하게 더 많이 보였다.
- 아침 시장은 오전 7시 전후가 가장 자연스럽다.
- 유명 거리에서 2~3블록만 벗어나도 소음이 확 줄어든다.
- 카페는 창가보다 안쪽 자리에서 동네 흐름을 보기 좋다.
- 택시보다 20분 이내 거리는 걸어보는 편이 기억에 남는다.
작은 시장에서 먹은 국수 한 그릇
호이안에서 가장 좋았던 식사는 화려한 레스토랑이 아니라 시장 옆 작은 좌판에서 먹은 까오러우였다. 플라스틱 의자가 낮아서 앉자마자 무릎이 조금 어색했지만, 그 높이에서 보이는 풍경이 좋았다. 옆자리에는 동네 아저씨가 신문을 보고 있었고, 맞은편에서는 국물 냄비가 계속 끓고 있었다. 가격은 관광지 식당보다 훨씬 낮았고, 양은 적당했다. 면은 생각보다 묵직했고, 허브 향이 입 안에 오래 남았다.
베트남여행을 하다 보면 메뉴판보다 주변 사람들이 무엇을 먹는지가 더 좋은 기준이 될 때가 많다. 현지인이 빠르게 먹고 일어나는 집은 대체로 맛이 선명하다. 다만 위생이 걱정된다면 회전이 빠른 곳을 고르는 게 낫다. 음식이 오래 놓여 있지 않고, 끓는 냄비에서 바로 나오는 곳이면 마음이 조금 놓인다. 나는 얼음이 든 음료는 조심했고, 물은 숙소나 편의점에서 산 병물을 들고 다녔다. 이런 작은 선택들이 하루 컨디션을 지켜준다.
다낭보다 한 걸음 느린 곳, 안방 해변 근처
다낭 미케비치는 시원하게 트여 있어서 좋지만, 사람 적은 분위기를 원한다면 호이안 쪽 안방 해변 근처가 조금 더 맞았다. 물론 완전히 비밀스러운 곳은 아니다. 이미 카페와 숙소가 꽤 있다. 그래도 해변 중심부에서 조금 떨어진 골목으로 들어가면 작은 식당, 자전거를 세워둔 집, 조용한 마사지 가게가 이어진다. 바다를 보러 갔다가 오히려 바다 뒤쪽 동네가 더 마음에 남는 경우가 있다.
해변은 오전보다 늦은 오후가 좋았다. 햇빛이 낮아지고 바람이 부드러워질 때, 동네 사람들이 슬리퍼를 끌고 바다 쪽으로 나온다. 여행객의 휴양지와 주민의 산책길이 겹치는 시간이다. 나는 모래사장에 오래 앉아 있기보다 해변 뒤편 골목을 천천히 걸었다. 카페 한 곳에 들어가 코코넛 커피를 시키고, 선풍기 바람 아래에서 40분쯤 멍하니 있었다. 특별한 일정은 없었는데 그 시간이 가장 여행 같았다.
조용한 베트남여행을 위해 챙기면 좋은 것들
베트남의 골목 여행은 장비가 많이 필요하지 않다. 대신 가볍고 오래 걸을 수 있어야 한다. 얇은 긴팔 셔츠는 햇빛을 막아주고, 갑자기 에어컨이 강한 실내에 들어갔을 때도 유용하다. 신발은 샌들보다 발을 잡아주는 운동화가 편했다. 보도블록이 고르지 않은 곳이 많고, 오토바이가 가까이 지나가는 길도 자주 만난다.
- 현금은 작은 단위로 나눠 들고 다니는 편이 편하다.
- 골목에서는 이어폰을 빼고 주변 소리를 듣는 게 안전하다.
- 사진을 찍을 때는 가게 안이나 사람 얼굴을 함부로 담지 않는 게 좋다.
- 숙소는 큰길에서 너무 멀지 않은 곳이 밤에 돌아오기 편하다.
베트남여행은 큰 명소를 많이 찍고 오는 방식도 좋지만, 나에게는 골목의 속도를 따라 걷는 쪽이 더 잘 맞았다. 노란 벽 앞에서 사진을 남기는 일보다, 아침 장을 보고 돌아오는 사람과 잠깐 길을 비켜 서는 순간이 오래 남았다. 여행은 가끔 대단한 풍경보다 낯선 동네의 평범한 온도로 기억된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유명한 곳을 하나 덜 보고, 이름 없는 골목에서 커피 한 잔을 더 마실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