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골목에서 콰삭모짜킹 먹어봤더니, 조용한 저녁 산책까지 따라왔다

퇴근길 골목에서 만난 새 메뉴
얼마 전 해가 조금 늦게 기울던 저녁, 집 근처 골목을 천천히 걷다가 bhc 매장 앞에서 콰삭모짜킹 안내를 봤습니다. 번화가 매장이 아니라 아파트 단지와 작은 세탁소, 오래된 분식집 사이에 끼어 있는 동네 지점이었어요. 관광지 근처의 북적한 맛집보다 이런 곳이 더 오래 기억날 때가 있습니다. 사람들은 대부분 포장 봉투만 받아 조용히 사라지고, 가게 안에는 튀김 냄새와 주문 알림 소리만 짧게 남아 있었거든요.
콰삭모짜킹은 이름부터 꽤 직관적입니다. 바삭함을 크게 내세운 콰삭킹 계열에 모짜렐라 치즈를 넣은 순살 치킨 쪽에 가깝습니다. 제가 먹은 날 기준으로는 감자, 쌀, 옥수수 느낌이 섞인 거친 튀김옷이 먼저 느껴졌고, 안쪽에는 치즈가 들어 있어 한 조각을 베어 물 때 식감 차이가 제법 분명했습니다. 겉은 과자처럼 부서지고, 안은 치즈 때문에 잠깐 느려지는 맛. 그 간격이 이 메뉴의 재미였습니다.
한적한 동네에서 먹으면 맛이 조금 달라진다
사실 치킨 맛은 장소의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같은 메뉴라도 사람 많은 상권에서 급하게 먹으면 소스 맛만 남고, 조용한 골목 벤치나 집 앞 작은 공원에서 먹으면 튀김옷의 온도와 소리까지 기억에 남습니다. 저는 포장을 받아 근처 산책로로 갔습니다. 큰 공원은 아니고, 600미터쯤 이어지는 하천 옆 길이었어요. 운동하는 분들이 띄엄띄엄 지나가고, 벤치에는 두세 자리 정도 여유가 있었습니다.
첫 조각은 소스 없이 먹었습니다. 콰삭모짜킹은 이름처럼 첫 입의 바삭함이 꽤 강한 편입니다. 다만 바삭함만 밀어붙이는 메뉴라기보다는, 치즈가 중간에서 기름진 맛을 부드럽게 잡아주는 쪽에 가까웠습니다. 치즈가 길게 늘어나는 장면을 기대한다면 매장이나 포장 상태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겠지만, 고소한 맛은 분명했습니다. 순살이라 걷다가 먹기에도 편했고, 뼈를 처리할 일이 없다는 점은 골목 산책자에게 꽤 큰 장점입니다.
아라비아따딥과 그린올리브딥의 차이
같이 온 딥소스는 분위기를 조금 바꿔줬습니다. 아라비아따딥은 토마토의 새콤함에 매운 기운이 살짝 붙어 있어서 느끼함을 빨리 끊어줬습니다. 치즈가 들어간 튀김류를 먹을 때 중간중간 입맛을 다시 켜주는 역할을 하더군요. 반대로 그린올리브딥은 더 크리미하고 향이 남습니다. 올리브 특유의 짭짤하고 풀빛 나는 맛이 있어서, 조용히 오래 먹는다면 이쪽이 더 기억에 남을 수 있습니다.
제 취향으로는 앞의 세 조각은 아라비아따딥, 뒤의 두 조각은 그린올리브딥이 좋았습니다. 매운맛으로 속도를 내다가, 마지막에는 조금 느리게 먹는 식입니다. 둘 다 강하게 튀는 소스는 아니지만 메뉴의 방향을 다르게 만들어줍니다. 치킨 하나를 두 가지 저녁으로 나눠 먹는 느낌이랄까요.
관광지보다 동네 치킨집이 편한 순간
유명한 시장이나 맛집 골목에서는 사진을 찍고 줄을 서고, 자리를 찾는 데 에너지를 꽤 씁니다. 그에 비해 동네 치킨집은 여행지라고 부르기에는 너무 평범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는 이런 평범함이 좋습니다. 매장 앞에 놓인 배달 오토바이, 근처 슈퍼의 조명, 퇴근한 사람들이 슬리퍼를 끌고 지나가는 소리까지 한꺼번에 남으니까요.
콰삭모짜킹도 그런 방식으로 먹었을 때 더 잘 맞았습니다. 메뉴 자체가 화려한 편이라, 주변은 오히려 조용한 쪽이 좋았습니다. 테이블 회전이 빠른 번화가보다 주택가 지점에서 천천히 포장해 나와 먹는 편이 제게는 더 편했어요. 특히 평일 저녁 7시 전후보다 8시 반 이후가 한산했습니다. 주문은 조금 밀릴 수 있어도 길 위의 공기는 훨씬 부드러웠습니다.
- 혼자 먹는다면 콜라보다 탄산수나 따뜻한 차가 의외로 잘 맞았습니다.
- 치즈 맛이 있으니 감자튀김 같은 사이드는 양을 줄여도 충분했습니다.
- 벤치에서 먹을 때는 딥소스 뚜껑을 먼저 반만 열어두는 게 편했습니다.
- 남은 조각은 식으면 바삭함이 줄어들어, 가능하면 따뜻할 때 먹는 쪽이 낫습니다.
직접 먹어보니 남은 인상
콰삭모짜킹은 조용한 여행자의 메뉴라기엔 이름이 꽤 힘차지만, 의외로 동네 산책과 잘 붙었습니다. 겉의 소리는 선명하고, 안쪽 치즈는 부드럽고, 두 가지 딥소스는 저녁의 속도를 조금씩 바꿔줬습니다. 아주 가벼운 메뉴는 아닙니다. 혼자 한 상자를 다 먹으면 뒤쪽에는 기름기가 올라올 수 있습니다. 그래서 둘이 나눠 먹거나, 산책 전후로 조금 천천히 먹는 편이 더 좋겠습니다.
제게 좋았던 건 메뉴 자체보다 그 메뉴를 들고 걸었던 길이었습니다. 큰 간판이 없는 동네 하천, 불 꺼진 문구점, 늦게까지 켜져 있던 미용실 조명 같은 것들요. 유명한 장소를 찾아 멀리 가지 않아도 저녁 한 끼가 작은 여행처럼 느껴지는 날이 있습니다. 콰삭모짜킹은 그런 날의 핑계로 삼기 괜찮은 메뉴였습니다. 조금 바삭한 소리 하나가 골목의 온도를 바꿔놓는 순간이 있더군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