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앙마이 골목만 걸어봤더니, 조용한 동네가 더 오래 남았다

아침 7시, 님만의 뒤쪽 골목에서 시작한 치앙마이여행
얼마 전 치앙마이에 머물 때, 유명한 카페 거리보다 숙소 뒤편 골목을 더 자주 걸었다. 아침 7시쯤이면 님만해민 큰길은 아직 덜 깨어 있는데,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작은 오토바이 소리와 빗자루 쓰는 소리가 먼저 들린다. 관광지에서 느끼는 활기와는 조금 다르다. 누군가는 국수를 삶고, 누군가는 가게 앞 화분에 물을 주고, 여행자는 그 사이를 천천히 지나간다.
치앙마이여행을 처음 계획하면 도이수텝, 올드타운 사원, 선데이마켓 같은 이름이 먼저 보인다. 나도 처음엔 그랬다. 그런데 며칠 지내보니 진짜 오래 기억나는 건 목적지보다 목적지 사이의 길이었다. 특히 님만 중심에서 서쪽이나 북쪽으로 10분만 걸어도 사람 수가 확 줄어든다. 큰 카페 간판은 적어지고, 빨래가 널린 집과 동네 식당이 이어진다.
이 동네 산책의 좋은 점은 특별한 준비가 필요 없다는 것이다. 물 한 병, 현금 100밧 정도, 그리고 너무 촘촘하지 않은 일정이면 충분했다. 나는 오전에 1시간 정도만 걸었는데도 그날의 기분이 꽤 달라졌다. 땀이 나기 전의 공기, 막 문 여는 가게들의 조용한 움직임, 그리고 가끔 마주치는 고양이까지. 관광보다 생활에 가까운 장면들이었다.
와로롯 시장 옆길은 시장보다 조용했다
와로롯 시장은 치앙마이에서 꽤 알려진 곳이지만, 내가 좋았던 건 시장 건물 안보다 핑강 쪽으로 빠지는 옆길이었다. 시장 안은 오전 10시가 지나면 장 보는 사람과 여행자가 섞이면서 꽤 붐빈다. 그런데 시장을 등지고 강 쪽으로 5분만 걸으면 분위기가 느슨해진다. 오래된 약국, 천 가게, 작은 생활용품점이 띄엄띄엄 보이고, 가게 주인들은 손님을 불러 세우기보다 자기 일을 하고 있다.
솔직히 사진으로 화려하게 남는 장소는 아니다. 대신 걷다 보면 치앙마이가 관광지만으로 굴러가는 도시가 아니라는 게 보인다. 한쪽에서는 배달 상자가 쌓이고, 다른 쪽에서는 점심 장사를 준비한다. 나는 그 길에서 40밧짜리 아이스커피를 하나 사서 강 쪽 벤치에 앉았다. 대단한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 시간이 꽤 좋았다.
가볍게 걸을 때 기억해둘 점
- 와로롯 시장은 오전 8시에서 10시 사이가 비교적 편하게 걷기 좋았다.
- 시장 안보다 강 쪽 골목이 훨씬 조용하고, 생활감이 더 잘 보인다.
- 작은 가게는 카드가 안 되는 곳이 많아서 20밧, 50밧 지폐를 챙기면 편하다.
싼티탐에서 만난 저녁의 속도
치앙마이에서 오래 머무는 사람들은 싼티탐 이야기를 종종 한다. 님만보다 덜 세련됐고, 올드타운보다 덜 관광지 같다. 근데 그 애매함이 오히려 편했다. 저녁 5시 반쯤 골목을 걸으면 퇴근하는 오토바이, 반찬 가게 앞에 선 동네 사람들, 길가 테이블에서 밥 먹는 가족들이 자연스럽게 섞인다.
내가 갔던 작은 밥집은 메뉴판에 영어가 거의 없었다. 볶음밥 하나와 국물 있는 면을 시켰고, 둘이 먹어도 120밧 정도였다. 유명 맛집처럼 줄을 서지는 않았지만, 음식은 충분히 따뜻했고 양도 넉넉했다. 치앙마이여행에서 이런 식당을 만나면 괜히 여행을 잘하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장소가 아니라, 내가 실제로 머무는 하루에 필요한 장소라서 그렇다.
싼티탐은 밤늦게 화려해지는 동네는 아니다. 그래서 더 마음이 놓였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편의점 불빛과 작은 과일 노점만 남아 있었고, 나는 망고스틴 한 봉지를 사서 천천히 걸었다. 치앙마이의 밤은 번화가보다 이런 골목에서 더 부드럽게 느껴졌다.
올드타운은 사원보다 뒷골목이 기억에 남았다
올드타운은 치앙마이여행의 중심처럼 여겨진다. 사원이 많고, 숙소도 많고, 여행자도 많다. 그런데 사원 이름을 따라다니다 보면 어느 순간 비슷한 사진만 남는다. 그래서 하루는 지도를 거의 보지 않고 사각 해자 안쪽의 작은 길만 골라 걸었다. 큰 도로를 피해 안쪽으로 들어가니 여행자 무리가 확 줄었다.
낮 2시는 조금 더웠지만, 골목마다 그늘이 있어 생각보다 걸을 만했다. 오래된 나무 아래에 작은 의자가 놓여 있고, 담장 너머로 빨간 꽃이 흘러나오는 집도 있었다. 어느 사원 뒤편에서는 스님들이 마당을 쓸고 있었고, 근처 카페에서는 현지 학생들이 노트북을 펴고 있었다. 유명한 장소 하나를 찍고 이동하는 것보다, 이런 장면을 천천히 보는 쪽이 나한테는 더 맞았다.
다만 올드타운 골목 산책은 한낮보다 오전이나 해질 무렵이 좋다. 11월에서 2월은 비교적 걷기 편하지만, 3월 이후엔 햇볕이 강하고 공기도 탁할 때가 있다. 나는 오후 4시 반쯤 다시 나왔을 때 훨씬 편했다. 빛도 낮아지고, 사원 담벼락 색도 더 차분하게 보였다.
조용한 치앙마이를 찾을 때 내가 잡는 기준
사람 적은 장소를 찾는다고 해서 무조건 외진 곳으로 가야 하는 건 아니었다. 치앙마이에서는 큰길에서 5분만 벗어나도 분위기가 달라지는 경우가 많다. 유명 카페 바로 옆 골목, 시장 뒤편, 사원 담장 뒤쪽처럼 살짝 비켜난 자리들이 오히려 좋았다. 이동비도 거의 들지 않는다. 썽태우나 그랩을 타기보다 걸어서 이어보면 도시의 간격이 더 잘 느껴진다.
내가 실제로 써먹은 방식
- 목적지는 하루에 1곳만 정하고, 주변 골목을 40분 이상 걷는다.
- 구글 지도 평점보다 사람이 적은 시간대를 먼저 본다.
- 식사는 유명 식당 하나보다 숙소 근처 동네 식당을 섞는다.
- 사진 찍기 좋은 곳보다 앉아 있기 편한 곳을 고른다.
치앙마이여행은 속도를 늦출수록 더 선명해지는 도시였다. 유명한 곳을 아예 가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하루쯤은 이름난 장소 사이에 있는 평범한 길을 남겨두면 좋겠다. 내게 치앙마이는 거대한 감동보다 작은 장면이 쌓이는 곳에 가까웠다. 아침의 국수 냄새, 시장 옆 강바람, 싼티탐의 저녁 밥집 같은 것들. 그런 장면들이 돌아와서도 이상하게 오래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