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릉을 1박2일여행지로 다녀왔더니, 바다보다 골목이 오래 남았다

얼마 전 강릉에 다녀왔는데, 이상하게 바다보다 먼저 떠오른 건 명주동의 낮은 담장과 오래된 간판들이었다. 강릉을 1박2일여행지로 떠올리면 보통 경포대, 안목 커피거리, 주문진 포토존부터 생각하게 된다. 그런데 조금만 방향을 틀면 사람 소리가 확 줄어드는 동네가 있다. 나는 그런 쪽이 더 오래 남는다.
이번에는 유명한 곳을 완전히 피한다기보다, 붐비는 시간과 동선을 피해 강릉의 일상 쪽으로 걸었다. 강릉역에서 택시로 10분 안팎이면 닿는 명주동, 남대천 가까운 골목, 그리고 다음 날 아침의 영진해변까지 이어지는 1박 2일 코스다. 차가 없어도 크게 무리 없고, 많이 걷는 걸 좋아한다면 하루 1만 2천 보 정도로 충분히 여행 기분이 난다.
강릉역에서 바로 명주동으로 들어갔다
토요일 오전 11시쯤 강릉역에 도착했다. 보통은 바다로 먼저 빠지지만, 나는 역 앞에서 택시를 타고 명주동 쪽으로 갔다. 요금은 교통 상황에 따라 다르지만 대체로 부담스럽지 않은 거리다. 버스를 타도 되지만, 1박 2일 일정에서는 첫 이동을 짧게 가져가는 편이 몸이 덜 지친다.
명주동은 여행지라기보다 동네에 가깝다. 작은 책방, 오래된 주택, 조용한 카페, 문화공간이 골목 사이에 흩어져 있다. 큰 간판이 줄지어 있는 거리와는 분위기가 다르다. 문을 닫은 가게도 있고, 영업 시간이 짧은 곳도 있어서 조금 불편할 수 있다. 근데 그 느슨함이 이 동네의 표정이기도 하다.
- 강릉역에서 명주동까지 차량 이동 기준 약 10분 안팎
- 오전보다 오후 1시 이후가 골목 걷기에 편했다
- 대형 맛집보다 작은 식당, 카페 위주로 잡는 편이 동선이 자연스럽다
점심은 일부러 줄이 긴 곳을 피했다. 강릉에 왔다고 꼭 유명 장칼국수집이나 초당순두부집에 들어갈 필요는 없었다. 동네 백반집에서 먹은 생선구이와 된장국이 오히려 여행 첫 끼로 잘 맞았다. 맛이 대단해서라기보다, 주변 테이블의 대화 소리와 느린 서빙 속도가 여행을 급하게 만들지 않았다.
남대천 쪽으로 걸으면 관광지가 생활권으로 바뀐다
명주동에서 강릉대도호부 관아 주변을 지나 남대천 쪽으로 천천히 걸었다. 이 구간은 지도로 보면 짧지만, 실제로 걸으면 골목을 자꾸 돌아보게 된다. 낮은 건물 사이로 생활용품점, 세탁소, 오래된 미용실이 섞여 있고, 그 사이에 젊은 가게들이 조심스럽게 들어와 있다.
사실 강릉은 바다 이미지가 강해서 시내 산책을 놓치기 쉽다. 그런데 이쪽을 걸어보면 강릉이 단순한 해변 도시가 아니라는 느낌이 든다. 오래된 행정 중심지였던 흔적, 시장으로 이어지는 생활 동선, 관광객보다 주민이 더 자연스러운 골목이 한 번에 보인다.
사람 적은 시간은 해 질 무렵 전
오후 3시부터 5시 사이가 걷기 좋았다. 점심 손님은 빠지고, 저녁 손님은 아직 오기 전이다. 카페도 너무 붐비지 않고, 사진을 찍으려고 멈춰 서도 뒤에서 기다리는 사람이 거의 없다. 여름에는 햇빛이 강하니 그늘이 있는 골목 위주로 걷고, 겨울에는 해가 빨리 져서 오후 4시 전에는 중심 골목을 봐두는 편이 낫다.
나는 이 시간에 작은 카페에 들어가 40분쯤 앉아 있었다. 메뉴 가격은 서울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커피 한 잔 5천 원 안팎, 디저트까지 더하면 1만 원 조금 넘는 정도였다. 대신 창밖 풍경이 달랐다. 차들이 빠르게 지나가는 대로변이 아니라, 천천히 걷는 사람과 자전거, 집 앞을 쓸고 있는 주민이 보였다.
숙소는 바다 앞보다 시내와 북부 사이가 편했다
1박2일여행지로 강릉을 잡을 때 숙소 위치가 은근히 중요하다. 경포나 안목 바로 앞은 바다를 보기 좋지만, 주말에는 숙박비가 꽤 올라가고 주변이 늦게까지 붐빈다. 나는 이번에 시내와 주문진 사이로 이동하기 편한 쪽을 골랐다. 바다 전망은 없었지만, 다음 날 아침 영진해변으로 움직이기 수월했다.
숙박비는 시기 차이가 크다. 비수기 평일과 성수기 주말은 거의 다른 도시처럼 느껴진다. 내가 다녀온 때는 주말 기준 깔끔한 중소형 숙소가 8만 원대부터 보였고, 바다 앞은 그보다 높았다. 조용한 여행을 원한다면 전망보다 방음, 주차, 주변 식당 마감 시간을 먼저 보는 게 실속 있었다.
- 바다 전망보다 이동 동선을 우선하면 피로가 줄었다
- 주말에는 늦은 밤까지 붐비는 해변가 숙소를 피하는 것도 방법이다
- 저녁 식당은 오후 7시 전후에 닫는 곳도 있어 미리 확인하는 편이 좋다
저녁은 중앙시장까지 걸어가거나 택시를 타면 된다. 다만 시장은 사람이 많다. 그래서 나는 먹거리를 사서 숙소로 가져가기보다, 시장 주변 작은 식당에서 간단히 먹고 나왔다. 닭강정과 회 포장도 좋지만, 줄 서는 시간이 길어지면 1박 2일의 리듬이 쉽게 무너진다.
둘째 날 아침은 영진해변이 좋았다
다음 날은 일찍 움직였다. 오전 8시 전후의 영진해변은 유명 포토존 주변을 조금만 벗어나도 한산했다. 경포처럼 넓고 화려한 느낌은 덜하지만, 바다를 보러 왔다는 감각은 충분했다. 파도 소리는 가까웠고, 산책로에는 동네 주민처럼 보이는 사람들이 더 많았다.
주문진까지 욕심내면 일정이 빡빡해진다. 그래서 나는 영진해변에서 걷고, 근처에서 아침을 먹고, 다시 강릉역으로 돌아오는 흐름을 잡았다. 강릉 북부는 지점마다 거리가 조금씩 벌어져 있어서 차가 없다면 선택을 줄이는 게 낫다. 하루에 바다 세 곳을 찍는 것보다 한 곳에서 오래 앉아 있는 쪽이 훨씬 강릉답게 느껴졌다.
이 코스가 잘 맞는 사람
- 유명 관광지 인증보다 골목 산책을 좋아하는 사람
- 1박 2일 동안 이동 시간을 줄이고 싶은 사람
- 카페, 작은 식당, 동네 풍경을 천천히 보는 여행자
- 강릉을 처음 가지만 너무 흔한 코스는 피하고 싶은 사람
반대로 액티비티를 많이 넣고 싶거나, 아이와 함께 체험형 시설을 여러 곳 들러야 한다면 이 코스는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걷고, 앉고, 다시 걷는 시간이 많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느린 간격을 좋아한다면 강릉은 꽤 괜찮은 1박2일여행지가 된다.
돌아오는 기차에서 생각해보니, 이번 여행에서 찍은 사진은 많지 않았다. 대신 어느 골목에서 바람이 불었는지, 어느 가게 앞 의자가 햇빛을 받고 있었는지 같은 장면이 남았다. 유명한 장면보다 그런 사소한 풍경이 오래 가는 여행도 있다. 나는 다음에 강릉에 가도 아마 바다보다 골목으로 먼저 들어갈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