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자유여행패키지처럼 떠났지만 골목에서 더 오래 머문 후기

다낭 공항에 내리자마자 느낀 것
얼마 전 베트남 중부를 다녀왔는데,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제일 먼저 든 생각은 의외로 단순했다. 유명한 해변이나 야시장보다, 숙소 앞 작은 쌀국수집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더 궁금했다. 저는 일정이 너무 빽빽한 여행을 잘 못 견디는 편이라, 이번에도 베트남자유여행패키지라는 이름은 붙였지만 실제로는 이동과 숙소만 느슨하게 묶고 하루의 절반은 비워두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다낭, 호이안, 후에를 5박 6일로 다녀왔고 전체 경비는 항공권을 제외하고 1인 기준 약 45만 원 정도 들었다. 숙소는 1박 4만~6만 원대의 동네 호텔을 골랐고, 그랩 이동비는 하루 평균 8천~1만 5천 원 사이였다. 관광지 입장료보다 카페에 앉아 있거나 시장 골목을 걷는 시간이 많아서 지출이 크게 튀지 않았다.
패키지의 편함과 자유여행의 빈칸 사이
사실 베트남자유여행패키지를 고를 때 가장 애매한 지점은 ‘얼마나 자유로운가’였다. 어떤 상품은 이름만 자유여행이고 실제로는 선택 관광과 쇼핑 일정이 촘촘하게 붙어 있었다. 저는 공항 픽업, 지역 간 차량 이동, 첫날 숙소 정도만 포함된 구성을 골랐다. 덕분에 낯선 도시에서 길을 잃을 부담은 줄었고, 대신 낮 시간은 제 걸음대로 쓸 수 있었다.
다낭에서는 미케비치 중심보다 한 블록 뒤쪽 골목에 오래 있었다. 해변 앞은 낮에도 사람이 많고 호객도 적지 않은데, 골목 안쪽으로 7~8분만 걸어가면 빨래가 걸린 집, 오토바이 수리점, 현지 식당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메뉴판에 영어가 거의 없는 분짜 가게에서 점심을 먹었는데, 가격은 4만 동, 우리 돈으로 2천 원 조금 넘는 정도였다. 맛보다 기억에 남은 건 가게 안의 느린 공기였다. 선풍기가 삐걱거리고, 주인 아주머니가 TV를 보다가 손님이 오면 천천히 일어나는 그런 분위기.
호이안은 밤보다 아침 골목이 좋았다
호이안은 워낙 유명해서 조용한 여행과는 거리가 있을 거라 생각했다. 그런데 오전 7시에서 9시 사이의 구시가지는 전혀 달랐다. 등불이 켜진 밤의 호이안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꽉 차지만, 아침에는 자전거를 타고 장을 보러 가는 주민들이 먼저 거리를 채운다. 일본교 근처를 빠르게 지나쳐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관광객보다 닫힌 나무문과 작은 화분이 더 많이 보인다.
저는 숙소에서 빌린 자전거로 안방비치까지 천천히 갔다. 지도상으로는 4km 남짓이라 멀지 않지만, 논길을 지나고 작은 다리를 건너다 보면 꽤 긴 산책처럼 느껴진다. 중간에 멈춰 선 카페에서는 코코넛커피가 5만 동이었다. 유명 카페보다 의자가 조금 불편했고, 음악도 들쭉날쭉했지만 창밖으로 지나가는 오토바이와 논의 초록빛이 오래 남았다. 이런 순간 때문에 저는 완전한 단체 패키지보다 느슨한 자유 구성이 잘 맞는다고 느꼈다.
사람 적은 곳을 고르는 기준
베트남에서 한적한 장소를 찾을 때는 유명 명소의 반대편을 보는 게 생각보다 잘 맞았다. 입구, 야시장, 강변, 전망대처럼 누구나 목적지로 삼는 지점에서 10분만 벗어나도 분위기가 바뀐다. 다낭 한시장 주변도 시장 안은 복잡하지만, 뒤편 생활 골목으로 들어서면 과일 박스를 내리는 상인들과 아침 식사를 하는 동네 사람들이 보인다.
- 오전 7시~10시 사이에 움직이면 단체 관광객을 많이 피할 수 있다.
- 구글맵 평점보다 리뷰 수가 적은 식당을 고르면 동네 느낌이 남아 있는 곳을 만날 확률이 높다.
- 강변 바로 앞보다 두세 블록 뒤 숙소가 조용하고 가격도 낮은 편이다.
- 차량 이동은 미리 묶고, 현지 산책 시간은 비워두는 구성이 부담이 적다.
물론 불편함도 있었다. 영어가 잘 통하지 않는 가게에서는 주문이 느렸고, 골목길 인도가 끊겨 있어 걷기 편한 도시는 아니었다. 비가 갑자기 쏟아지면 계획은 금방 흐트러진다. 그래도 그 틈이 여행을 조금 더 실제 생활에 가깝게 만들었다. 완벽하게 매끈한 일정이었다면 기억에 덜 남았을 장면들이다.
후에에서 가장 오래 머문 곳은 관광지가 아니었다
후에에서는 왕궁보다 숙소 근처 골목의 작은 찻집에 더 오래 앉아 있었다. 왕궁은 분명 볼 만했고, 입장료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오후가 되자 단체 관광객이 몰리면서 제 속도와는 조금 멀어졌다. 그래서 택시를 타지 않고 향강 근처 주택가 쪽으로 걸었다. 강바람이 들어오는 찻집에서 라임티를 마셨고, 옆자리 학생들은 노트북을 펴고 과제를 하고 있었다.
그때 베트남자유여행패키지를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들었다. 모든 것을 직접 예약했다면 지역 간 이동에서 에너지를 꽤 썼을 테고, 반대로 일반 패키지였다면 이런 오후를 그냥 지나쳤을 가능성이 컸다. 이동의 큰 뼈대만 맡기고, 하루 안의 작은 선택은 남겨두는 방식. 저처럼 붐비는 곳보다 동네의 표정을 더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꽤 현실적인 타협이었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더 적게 이동할 것 같다. 다낭에서 이틀, 호이안에서 사흘쯤 머물며 같은 골목을 아침과 저녁에 다시 걸어보고 싶다. 여행은 많이 보는 일보다 낯선 곳에서 내 리듬을 잃지 않는 일이 더 중요할 때가 있다. 베트남의 골목들은 그걸 조용히 알려주는 쪽에 가까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