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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항공 타고 내려서 유명한 곳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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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항공 타고 내려서 유명한 곳 대신 동네 골목만 걸어봤더니

얼마 전 아시아항공을 타고 남쪽 도시로 내려갔는데, 공항에서 내리자마자 바로 유명 관광지로 향하지 않았다. 사실 비행기에서 내린 사람들 대부분은 렌터카 셔틀이나 단체 버스 쪽으로 빠르게 흩어졌고, 나는 반대로 시내버스 정류장 앞에 한참 서 있었다. 그 순간부터 여행의 속도가 조금 달라졌다.

요즘은 어딜 가도 이름난 장소는 사진 찍는 사람들로 금방 붐빈다. 그런데 조금만 옆길로 새면, 그 도시 사람들이 평소에 걷는 길이 나온다. 나는 그런 길이 좋다. 간판이 오래된 세탁소, 점심 장사를 막 끝낸 백반집, 낮은 담장 너머로 들리는 라디오 소리 같은 것들 말이다.

공항에서 바로 관광지로 가지 않았던 이유

아시아항공을 이용한 날, 도착 시간은 오전 10시 35분쯤이었다. 보통 이 시간대면 하루 일정을 촘촘히 넣기 좋다. 유명 시장, 전망대, 해변 카페까지 넣으면 꽤 그럴듯한 코스가 된다. 그런데 나는 일부러 첫 목적지를 공항에서 버스로 28분 거리의 오래된 주택가로 잡았다.

이유는 단순했다. 여행지의 첫인상을 너무 큰 풍경으로 시작하고 싶지 않았다. 큰 풍경은 멋있지만, 가끔은 도시의 표정을 한꺼번에 덮어버린다. 반대로 동네 골목은 조금 느리다. 어느 집 앞에 화분이 많은지, 버스 정류장 의자에 누가 오래 앉아 있는지, 점심시간 전에 빵집에서 어떤 빵이 먼저 빠지는지 보인다.

공항에서 나와 1번 시내버스를 탔다. 택시를 타면 15분이면 닿을 거리였지만, 버스는 돌아갔다. 중간에 초등학교 앞을 지나고, 작은 병원과 농협 지점을 지나고, 기사님이 단골 승객에게 짧게 인사를 건넸다. 그 28분이 이상하게 여행 같았다.

사람 적은 동네는 대개 한 블록 뒤에 있었다

처음 내린 곳은 지도에 크게 표시되지 않는 동네였다. 검색하면 카페 몇 곳과 오래된 시장 이름 정도만 나오는 곳. 큰길에는 프랜차이즈 매장이 있었지만, 뒤쪽으로 200m만 들어가니 분위기가 바뀌었다. 차 소리가 줄고, 발소리가 더 잘 들렸다.

골목은 넓지 않았다. 두 사람이 나란히 걸으면 어깨가 살짝 닿을 정도의 길도 있었다. 낮 12시가 가까웠는데도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대신 장바구니를 든 어르신, 자전거를 끌고 가는 학생, 셔터를 반쯤 올린 철물점 주인이 있었다. 솔직히 말하면 특별한 볼거리는 많지 않았다. 그런데 그 점이 오히려 편했다.

  • 큰길에서 한 블록만 벗어나도 소음이 확 줄었다.
  • 카페보다 동네 빵집과 분식집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 사진 명소는 적지만, 걷는 동안 멈추고 싶은 장면은 꽤 많았다.
  • 오전보다 오후 2시 이후가 훨씬 한적했다.

나는 1.8km 정도를 천천히 걸었다. 빠르게 걸으면 25분이면 끝날 거리였지만, 거의 1시간 10분이 걸렸다. 낡은 목욕탕 건물 앞에서 멈췄고, 시장 입구의 작은 반찬가게에서 멸치볶음 냄새가 나서 또 멈췄다. 여행은 가끔 이렇게 멈추는 시간이 많을수록 더 선명해진다.

아시아항공 여행에서 좋았던 건 도착 이후의 여백이었다

비행기를 타는 여행은 이상하게 마음이 급해지기 쉽다. 돈을 들여 이동했으니 뭔가를 더 많이 봐야 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아침 비행기로 도착하면 점심 전까지 두 곳은 봐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렇게 다니면 도시가 아니라 일정표만 기억에 남았다.

이번에는 아시아항공 도착 시간을 기준으로, 하루에 동네 두 곳만 잡았다. 오전에는 주택가 골목, 오후에는 오래된 항구 근처 산책길. 두 장소 사이 이동 시간은 버스로 34분 정도였다. 택시비를 아끼려는 이유도 있었지만, 사실 버스를 타고 가는 동안 창밖으로 스치는 동네들이 더 궁금했다.

항구 근처는 이름난 전망대에서 조금 떨어져 있었다. 관광객이 몰리는 카페 거리와는 방향이 달랐다. 바닷가라고 해서 전부 반짝이는 풍경만 있는 건 아니다. 그곳에는 그물 손질하는 작업장, 오래된 슈퍼, 점심 메뉴를 손글씨로 적어둔 식당이 있었다. 나는 8천 원짜리 백반을 먹었고, 반찬은 다섯 가지가 나왔다. 맛집이라고 크게 말하기엔 평범했지만, 여행 중에는 그런 평범함이 더 오래 남을 때가 있다.

한적한 장소를 찾을 때 내가 보는 것들

사람 적은 로컬 장소를 찾을 때, 나는 별점보다 지도의 빈칸을 먼저 본다. 리뷰가 너무 많은 곳은 이미 유명해졌을 가능성이 높다. 반대로 사진이 몇 장 없고, 주변에 학교나 주민센터, 오래된 시장이 있으면 걸어볼 만한 동네일 때가 많았다.

지도에서 일부러 크게 보지 않는 곳

지도 앱을 켜면 누구나 먼저 굵은 글씨의 장소를 보게 된다. 그런데 나는 그 옆의 작은 글씨를 본다. 예를 들면 ‘○○길’, ‘○○상회’, ‘○○목욕탕’ 같은 이름들이다. 이런 곳은 관광지가 아니라 생활권에 가깝다. 그래서 소란스럽지 않고, 대신 조심스럽게 걸어야 한다. 누군가의 일상 안으로 들어가는 일이니까.

점심 전후의 동네 분위기

오전 11시부터 오후 1시 사이에는 동네의 리듬이 가장 잘 보인다. 식당은 바빠지고, 시장은 잠깐 살아나고, 골목은 다시 조용해진다. 나는 이 시간에 일부러 작은 식당 근처를 걷는다. 메뉴판 가격도 도시의 감각을 알려준다. 칼국수 7천 원, 김밥 3천5백 원, 커피 2천 원 같은 숫자는 생각보다 많은 말을 한다.

유명하지 않아서 더 편했던 하루

그날 찍은 사진을 나중에 보니, 압도적인 장면은 거의 없었다. 대신 낮은 지붕, 벽에 기대어 선 자전거, 문 닫은 문구점, 햇빛이 들어오던 버스 정류장이 있었다. 누가 보면 밋밋한 여행이라고 할지도 모르겠다. 근데 나는 그런 밋밋함을 좋아한다.

아시아항공을 타고 어디론가 간다는 건 멀리 떠난다는 뜻이기도 하지만, 꼭 크고 유명한 장면을 향해야 한다는 뜻은 아니었다. 공항에 내려서 30분만 천천히 이동해도, 여행지는 조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다음에도 나는 아마 비행기표를 끊고, 도착지의 대표 명소보다 그 옆 동네 이름을 먼저 찾아볼 것 같다. 조용한 길은 대개 눈에 띄지 않는 곳에서 오래 기다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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