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이네여행, 사막보다 동네 골목이 오래 남았던 3일 후기

바람 때문에 속도를 늦춘 첫날
얼마 전 무이네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오래 기억에 남은 건 붉은 사막도 하얀 모래언덕도 아니었다. 숙소 앞 골목에서 말리던 생선 냄새, 낮잠 자는 개 옆으로 천천히 지나가던 오토바이, 저녁마다 같은 의자에 앉아 바다를 보던 동네 사람들의 모습이 더 선명했다.
무이네여행을 떠올리면 보통 지프 투어, 선라이즈 사막, 피싱 빌리지를 먼저 생각한다. 나도 첫날에는 그 코스를 예약했다. 새벽 4시 30분에 숙소 앞으로 지프가 왔고, 화이트 샌듄까지는 대략 40분 정도 걸렸다. 그런데 유명 포인트는 확실히 사람이 많았다. 사진을 찍기 좋은 언덕에는 이미 여러 팀이 줄을 서 있었고, ATV 소리도 꽤 컸다.
그래서 둘째 날부터는 일부러 유명한 시간대를 피했다. 오전 10시쯤 골목을 걷고, 오후 3시 전에는 바닷가 쪽 작은 길로 빠졌다. 무이네는 관광지이면서도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금방 달라진다. 리조트 간판이 줄어들고, 낮은 집과 작은 가게, 플라스틱 의자 몇 개 놓인 식당이 나온다. 그때부터 여행이 조금 더 내 속도로 바뀌었다.
피싱 빌리지는 새벽보다 늦은 오전이 좋았다
무이네 피싱 빌리지는 보통 일출 시간에 많이 간다. 나도 처음엔 새벽 시장 풍경이 궁금했지만, 사람이 몰리는 시간대가 부담스러워 오전 8시 30분쯤 갔다. 솔직히 활기찬 경매 장면은 거의 끝난 뒤였지만, 대신 바닷가가 훨씬 조용했다.
둥근 바구니배가 물 위에 떠 있고, 몇몇 어부들은 그물을 손질하고 있었다. 관광객보다 동네 사람들이 더 많았고, 사진을 찍는 사람보다 자기 일을 하는 사람이 더 눈에 들어왔다. 해변 가까이 가면 비린 냄새가 꽤 강하다. 깨끗하고 예쁜 바다만 기대하면 당황할 수 있다. 근데 나는 그 투박함이 좋았다. 바다는 누군가에게 풍경이지만, 누군가에게는 매일의 일터라는 게 느껴졌다.
피싱 빌리지 근처에서 오래 머물 생각이라면 샌들보다 발을 잘 감싸는 신발이 편하다. 모래와 물기가 섞인 구간이 있고, 작은 조개껍데기나 버려진 줄이 발에 걸리기도 한다. 길가 카페에서 연유 커피 한 잔을 마시며 바라보는 시간이 제일 괜찮았다. 커피는 보통 2만~3만 동 정도였고, 바다 앞 카페라고 해도 크게 비싸지는 않았다.
요정의 샘은 입구보다 끝으로 갈수록 조용했다
무이네에서 의외로 좋았던 곳은 요정의 샘이었다. 입구 쪽은 단체 여행객이 많고, 맨발로 걷는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 조금 어수선하다. 그런데 15분 정도 천천히 걸어 들어가면 소리가 달라진다. 사람 말소리보다 물 흐르는 소리와 발밑 모래가 밀리는 느낌이 먼저 온다.
물은 발목 정도라 부담이 적다. 다만 비가 온 뒤에는 물살이 조금 빨라질 수 있고, 붉은 흙이 묻으면 옷에 잘 남는다. 나는 흰 바지를 입고 갔다가 숙소에서 한참 문질렀다. 사진만 생각하면 흰색 옷이 예쁘긴 한데, 편하게 걷고 싶다면 어두운색 반바지가 낫다.
요정의 샘은 거대한 감동을 주는 장소라기보다, 무이네의 흙빛과 바람을 몸으로 느끼는 길에 가깝다. 양옆으로 붉은 절벽이 보이고, 중간중간 야자나무 그늘이 생긴다. 입구에서만 사진을 찍고 돌아가기보다 조금 더 안쪽까지 걸으면 훨씬 한적하다. 왕복으로 40분에서 1시간 정도 잡으면 무리 없었다.
리조트 거리 뒤편의 작은 식당들
무이네 메인 도로에는 해산물 식당과 마사지숍, 여행사가 길게 이어져 있다. 처음엔 그 길만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숙소 직원이 알려준 골목으로 들어가니 작은 밥집들이 몇 군데 있었다. 간판도 크지 않고 영어 메뉴가 없는 곳도 있었지만, 손짓과 번역 앱이면 주문은 어렵지 않았다.
내가 먹었던 건 생선조림 비슷한 로컬 반찬과 밥, 그리고 작은 국 한 그릇이었다. 가격은 5만 동 안팎. 관광객용 해산물 식당에서 먹는 한 끼보다 훨씬 조용했고, 맛도 자극적이지 않았다. 옆 테이블에서는 가족들이 저녁을 먹고 있었고, 주인은 TV를 보다가 손님이 오면 천천히 일어났다. 이런 식당에서는 빠른 서비스보다 그 동네의 느린 박자를 같이 받아들이는 편이 마음 편하다.
- 사람 적은 시간대는 점심 직후보다 오후 5시 전후가 편했다.
- 현금은 작은 단위로 준비하는 게 좋다. 카드가 안 되는 곳이 꽤 있다.
- 번역 앱에 베트남어 오프라인 데이터를 받아두면 주문할 때 덜 긴장된다.
사막 투어도 좋지만, 하루쯤은 비워두기
무이네여행에서 사막 투어를 빼기는 어렵다. 화이트 샌듄의 새벽빛은 확실히 예쁘고, 레드 샌듄은 해가 낮아질 때 색이 깊어진다. 다만 투어 일정만 촘촘히 넣으면 무이네가 가진 느슨한 매력을 놓치기 쉽다. 이곳은 뭔가를 계속 보는 도시라기보다, 바람을 맞으며 빈 시간을 두는 쪽이 더 어울렸다.
나는 마지막 날 오전 일정을 비워두고 숙소 근처 골목을 다시 걸었다. 전날 봤던 과일 가게에서 망고를 샀고, 작은 카페에서 얼음 많은 커피를 마셨다. 지도에 저장할 만큼 대단한 장소는 아니었지만, 이상하게 그 시간이 제일 편했다. 유명한 풍경은 사진첩에 남고, 이런 느린 장면은 몸에 남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무이네를 조용히 즐기고 싶다면 숙소 위치도 중요하다. 너무 번화한 바 거리 근처보다는 피싱 빌리지와 리조트 거리 사이, 혹은 메인 도로에서 한 골목 안쪽이 나았다. 밤에는 오토바이 소리가 줄고, 아침에는 동네 사람들이 문 여는 소리가 들린다. 여행지의 특별함보다 생활의 온도가 궁금한 사람에게는 그쪽이 더 잘 맞을 수 있다.
무이네는 화려한 도시가 아니다. 바람이 세고, 모래가 신발 안으로 들어오고, 어떤 길은 조금 허술하다. 그런데 그래서 더 오래 걷게 된다. 완벽하게 꾸민 장면보다 덜 정돈된 골목에서 마음이 풀리는 사람이라면, 무이네여행은 사막 사진 몇 장보다 더 조용한 기억을 남겨줄 것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