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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로 골목 끝까지 가봤더니, 여행이 조금 조용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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렌터카로 골목 끝까지 가봤더니, 여행이 조금 조용해졌다

버스가 끊기는 지점에서 여행이 시작됐다

얼마 전 강원도 작은 해안 마을을 다녀왔는데, 이번에는 일부러 렌터카를 빌렸다. 원래는 기차와 버스를 좋아하는 편이다. 창밖을 보면서 천천히 가는 시간이 여행의 일부처럼 느껴져서다. 그런데 로컬 골목을 찾아다니다 보면 대중교통만으로는 닿기 애매한 곳이 꼭 생긴다. 버스는 하루 6번, 마지막 차는 오후 6시 20분. 그 시간표 앞에서 괜히 마음이 급해졌다.

그래서 이번엔 작은 경차를 하루 빌렸다. 유명 전망대나 대형 카페를 찍고 도는 일정이 아니라, 바닷가 뒤쪽 주택가와 오래된 방파제, 시장 옆 골목을 천천히 둘러보는 일정이었다. 렌터카가 있으니 이동 시간이 확 줄었다기보다, 멈출 수 있는 지점이 늘어났다. 이 차이가 꽤 컸다.

렌터카가 편한 순간은 길보다 멈춤에 있었다

차를 빌리면 보통 어디를 더 많이 갈 수 있을지부터 생각하게 된다. 나도 예전엔 그랬다. 하루에 몇 군데를 찍을 수 있는지, 동선이 얼마나 효율적인지 계산했다. 그런데 사람 적은 로컬 장소를 다닐 때 렌터카의 장점은 조금 다르게 온다. 마음에 드는 골목 앞에서 10분 멈추고, 이름 없는 작은 슈퍼에서 물 하나 사고, 해가 잠깐 좋아질 때 논길 옆에 차를 세울 수 있다는 것.

이번 여행에서 가장 기억에 남은 곳도 지도에 별점이 많은 장소가 아니었다. 읍내에서 차로 12분쯤 들어간 작은 포구였다. 주차 공간은 4대 정도였고, 평일 오후 3시 기준으로 내 차 말고는 낚시하러 온 트럭 한 대뿐이었다. 바다는 넓었지만 주변은 조용했다. 파도 소리보다 멀리서 들리는 라디오 소리가 더 선명했다.

  • 버스 배차가 1시간 이상인 마을을 갈 때
  • 숙소와 목적지 사이에 작은 포구나 시장이 흩어져 있을 때
  • 해 질 무렵처럼 짧은 시간대의 분위기를 보고 싶을 때
  • 짐을 들고 오래 걷기 어려운 계절이나 날씨일 때

이런 경우에는 렌터카가 꽤 현실적인 선택이 된다. 다만 차가 있다고 무리해서 먼 곳까지 욕심내면 금방 피곤해진다. 하루 이동 거리는 왕복 80km 안쪽, 방문지는 3곳 정도가 가장 편했다. 그 이상은 조용한 여행이 아니라 운전하는 날에 가까워졌다.

유명한 곳보다 한 블록 뒤를 보는 방식

렌터카 여행을 할 때 나는 목적지를 조금 다르게 찍는다. 유명 관광지 이름을 바로 넣기보다, 그 주변의 공영주차장이나 작은 시장, 면사무소 근처를 먼저 본다. 관광지 바로 앞은 사람이 몰리고 차도 많지만, 한 블록만 뒤로 가면 동네의 평소 얼굴이 나온다. 오래된 미용실 간판, 낮은 담장, 점심 장사를 끝낸 식당의 조용한 문 같은 것들.

예를 들어 바다 전망 카페가 몰린 해안도로보다, 그 뒤편 마을길이 더 좋을 때가 있다. 카페 앞은 사진 찍는 사람들로 바쁘지만, 뒤쪽 골목에는 빨래가 마르고 고양이가 느리게 지나간다. 물론 사는 분들에게 방해가 되면 안 된다. 창문 가까이 카메라를 들이대지 않고, 골목 안쪽 주차는 피하고, 소리가 큰 음악은 틀지 않는 정도만 지켜도 분위기가 훨씬 부드러워진다.

솔직히 렌터카가 있다고 해서 숨은 장소가 갑자기 나타나는 건 아니다. 대신 지도를 보다가 애매해서 넘겼던 지점을 실제로 확인할 수 있게 된다. 다리 건너 작은 마을, 역에서 4km 떨어진 숲길 입구, 장날이 아닌 읍내 시장 같은 곳들. 이런 곳은 사진보다 현장감이 더 중요하다.

비용은 자유의 값에 가깝다

렌터카 비용은 지역과 시기에 따라 다르지만, 내가 빌렸던 경차는 평일 24시간 기준 5만 원대였다. 여기에 보험을 넉넉히 넣고 주유비를 더하니 하루 총비용은 대략 8만 원 안팎이었다. 혼자라면 가볍지 않은 금액이고, 둘이라면 버스와 택시를 섞는 것보다 나을 때가 많다.

비교해보면 이렇다. 읍내에서 바닷가 마을까지 택시가 편도 1만 8천 원 정도 나오는 지역이 있었다. 왕복만 해도 3만 6천 원이고, 중간에 다른 마을을 하나 더 들르면 금방 6만 원을 넘는다. 반면 렌터카는 이동 사이에 작은 정류장, 논길, 시장을 자연스럽게 끼워 넣을 수 있다. 그래서 단순히 싸다 비싸다보다, 내가 어떤 방식으로 움직이고 싶은지가 더 중요했다.

빌리기 전에 보는 작은 기준

  • 숙소 주차가 가능한지 먼저 확인한다
  • 목적지 주변 공영주차장을 미리 저장한다
  • 산길이나 좁은 어촌길이 많다면 큰 차보다 작은 차가 편하다
  • 야간 운전이 부담스럽다면 해 지기 전 숙소로 돌아오는 동선이 좋다

특히 오래된 마을은 길이 좁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는 최단거리보다 큰길을 조금 돌아가는 편이 나을 때도 많다. 여행지에서 운전 실력을 시험할 필요는 없다. 차를 세우기 어렵거나 동네 주민 차가 자주 오가는 길이면 그냥 지나치는 게 마음 편했다.

렌터카 여행이 남긴 조용한 장면들

이번 여행에서 제일 오래 머문 곳은 지도에 이름도 작게 뜨는 저수지였다. 벤치가 두 개 있었고, 물가 옆에는 오래된 운동기구가 놓여 있었다. 특별한 풍경은 아니었다. 그런데 오후 5시쯤 빛이 낮아지면서 물 위에 집 지붕이 비쳤다. 그 장면을 보려고 누군가 일부러 찾아오지는 않을 것 같아서 더 오래 보게 됐다.

렌터카는 그런 시간을 허락해준다. 버스 시간에 쫓기지 않고, 택시 기사님을 기다리게 하지 않고, 다음 일정의 입장 마감에 마음이 묶이지 않는다. 대신 스스로 속도를 조절해야 한다. 차가 있으니 더 가야 할 것 같고, 더 봐야 할 것 같은 마음이 슬쩍 올라온다. 그럴 때는 목적지를 하나 지웠다. 남는 시간이 생기면 근처 빵집이나 작은 공원에 앉았다.

사람 적은 로컬 여행은 대단한 발견보다 낮은 온도의 장면에 가깝다. 문 닫은 철물점 앞 그늘, 장날이 지나 조용한 시장 골목, 바닷바람에 천천히 흔들리는 마을버스 표지판 같은 것들. 렌터카는 그 장면 가까이 데려다주는 도구일 뿐이다. 좋은 여행은 차를 얼마나 오래 몰았는지가 아니라, 어디에서 속도를 낮췄는지에 더 오래 남는 것 같다.

렌터카로 골목 끝까지 가봤더니, 여행이 조금 조용해졌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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