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명 관광지 말고 골목을 걸어봤더니, 일본여행추천이 조금 달라졌다

얼마 전 일본 소도시를 며칠 이어서 걸었는데, 이상하게 오래 기억에 남은 건 유명한 성이나 전망대가 아니었습니다. 아침 8시에 문을 연 동네 빵집, 역 뒤편의 작은 다리, 관광객보다 자전거 탄 주민이 더 많던 강변 길이 훨씬 선명하게 남았어요. 그래서 제 일본여행추천 기준도 조금 바뀌었습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줄 서는 곳보다, 하루의 속도가 느린 동네를 걷는 쪽이 더 좋더라고요.
오노미치, 바다보다 골목이 먼저 들어오는 도시
히로시마에서 전철로 약 1시간 30분쯤 가면 오노미치가 나옵니다. 이름은 꽤 알려졌지만, 역에서 10분만 벗어나 언덕 골목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확 달라져요. 저는 오전 9시쯤 센코지 로프웨이 근처까지 걸어 올라갔는데, 평일이라 그런지 골목에서 만난 사람은 열 명도 안 됐습니다.
오노미치의 좋은 점은 ‘보러 간다’기보다 ‘지나가다 만난다’는 느낌에 있습니다. 낡은 계단 옆 화분, 고양이가 앉아 있던 담장, 바다 쪽으로 살짝 열리는 시야가 계속 나와요. 유명한 전망대에 오래 머물기보다 중간 골목에서 멈추는 시간이 더 길었습니다.
걷기 좋은 구간
- 오노미치역에서 상점가를 지나 언덕길로 올라가는 코스
- 센코지 주변 골목에서 내려오며 작은 카페를 찾는 길
- 해질 무렵 역 앞 부두에서 섬 방향을 바라보는 시간
다만 계단이 많아서 캐리어를 끌고 다니기엔 불편합니다. 숙소를 잡는다면 역 근처가 편하고, 골목은 작은 가방 하나로 천천히 걷는 편이 좋아요.
다카마쓰 기타하마, 항구 옆 창고 거리의 조용한 오후
시코쿠 다카마쓰는 리쓰린공원 때문에 찾는 사람이 많지만, 제가 더 오래 앉아 있었던 곳은 기타하마 앨리 쪽이었습니다. 다카마쓰역에서 걸어서 15분 정도, 항구 가까이에 오래된 창고를 고쳐 만든 작은 가게들이 모여 있어요.
주말 낮에는 사람이 조금 있지만, 평일 오후 3시쯤 가면 꽤 한산합니다. 저는 커피 한 잔을 들고 바닷가 쪽 벤치에 앉아 있었는데, 관광지 특유의 바쁜 소리가 거의 없었습니다. 배가 들어오고 나가는 소리, 자전거 브레이크 소리, 멀리서 들리는 생활 소음이 전부였어요.
근데 솔직히 볼거리가 아주 많은 곳은 아닙니다. 30분 안에 다 볼 수도 있어요. 대신 여행 중간에 숨을 고르기 좋은 장소입니다. 나오시마나 쇼도시마로 가기 전날, 너무 빡빡한 일정 대신 이 동네에서 오후를 비워두면 다카마쓰가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마쓰에, 호수 옆에서 속도가 느려지는 하루
시마네현 마쓰에는 일본여행추천 리스트에서 자주 앞에 나오지는 않지만, 조용한 동네 여행을 좋아한다면 꽤 잘 맞습니다. 특히 신지호 주변은 저녁 시간이 좋았어요. 해가 지기 40분 전쯤 호숫가 산책로에 도착했는데, 삼각대를 세운 사람 몇 명과 퇴근길 주민들만 지나갔습니다.
마쓰에성도 규모가 과하게 크지 않아 부담이 덜합니다. 성 주변을 한 바퀴 도는 데 1시간 남짓이면 충분했고, 골목 안쪽으로 들어가면 오래된 과자점이나 작은 식당이 조용히 문을 열고 있어요. 관광객을 강하게 끌어당기는 도시라기보다, 오래 살던 동네가 여행자에게 잠깐 자리를 내주는 느낌이었습니다.
기억에 남은 장면
- 신지호 해질녘, 물 위로 색이 천천히 번지던 시간
- 마쓰에성 뒤편 골목에서 만난 작은 화과자 가게
- 저녁 7시 이후 한산해진 역 앞 거리
교통은 아주 편한 편은 아닙니다. 대도시처럼 열차가 자주 오지 않아서 시간을 미리 봐야 해요. 대신 그 불편함 덕분인지 동네의 밀도가 쉽게 흐트러지지 않습니다.
가나자와의 조용한 쪽, 히가시차야보다 니시차야
가나자와는 이미 인기 여행지라 사람 적은 곳이라고 말하긴 어렵습니다. 그런데 같은 가나자와 안에서도 방향을 조금 바꾸면 느낌이 달라져요. 히가시차야 거리는 낮에 사람이 많지만, 니시차야 쪽은 훨씬 차분했습니다. 규모는 작고 화려함도 덜하지만, 저는 그 덜한 느낌이 좋았습니다.
오후 4시쯤 니시차야 주변을 걸었을 때 가게 몇 곳은 이미 조용했고, 골목에는 사진 찍는 사람보다 동네를 지나가는 사람이 더 많았습니다. 근처 사이가와 강변까지 이어 걸으면 약 20분 정도 걸리는데, 이 구간이 의외로 괜찮아요. 강바람이 있고, 벤치도 있고, 도시의 관광 얼굴에서 잠깐 벗어나는 기분이 듭니다.
가나자와를 처음 간다면 겐로쿠엔이나 21세기미술관을 완전히 빼긴 어렵겠지만, 일정 중 반나절은 이런 쪽으로 빼두는 게 좋았습니다. 유명한 장소를 보고 난 뒤 조용한 골목을 걸으면, 도시가 조금 덜 납작하게 남습니다.
사람 적은 일본 여행지를 고를 때 보는 것들
몇 번 다녀보니 조용한 동네를 찾을 때는 지명보다 시간이 더 중요했습니다. 같은 장소도 오전 8시와 낮 12시는 완전히 다르고, 주말과 평일의 차이도 큽니다. 저는 보통 숙소를 역에서 도보 10분 안쪽에 잡고, 아침에는 골목, 낮에는 실내나 카페, 해질 무렵에는 강변이나 항구로 움직입니다.
- 대도시에서 특급이나 보통열차로 1~2시간 떨어진 곳을 고른다
- 유명 관광지 바로 옆보다 역 뒤편, 강 건너편, 항구 주변을 본다
- 오전 8~10시, 오후 4~6시 사이에 많이 걷는다
- 하루에 도시 하나만 잡고 이동을 줄인다
- 식당은 평점보다 영업시간과 동네 손님 비율을 먼저 본다
일본여행추천이라고 하면 보통 도쿄, 오사카, 교토가 먼저 떠오릅니다. 물론 그 도시들도 좋습니다. 다만 여행이 조금 피곤하게 느껴지는 시기가 있다면, 오노미치의 계단이나 마쓰에의 호수, 다카마쓰의 항구처럼 사람 사이의 간격이 넓은 곳을 한 번 넣어도 괜찮습니다. 여행에서 꼭 많이 봐야 하는 건 아니니까요. 저는 요즘 그런 하루가 더 오래 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