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 끝에서 만난 보쌈파는 트럭삼촌, 직접 사 먹어본 조용한 밤의 맛

얼마 전 퇴근길에 맡은 삶은 고기 냄새
얼마 전 동네 골목을 천천히 걸어오는데, 편의점 불빛보다 먼저 코끝에 닿는 냄새가 있었다. 마늘이랑 된장이 살짝 섞인 듯한, 막 삶아낸 돼지고기 냄새. 고개를 돌려보니 작은 트럭 한 대가 골목 입구에 서 있었고, 옆면에는 손글씨처럼 보이는 글씨로 ‘보쌈’이라고 적혀 있었다. 그 아래 작은 글씨로 사람들이 부르는 이름처럼 ‘보쌈파는 트럭삼촌’이 붙어 있었다.
유명한 맛집 간판도 아니고, 줄 서는 가게도 아니었다. 오히려 지나가는 사람 몇 명이 아는 척하며 인사하고, 삼촌은 익숙하게 뚜껑을 열어 고기를 썰고 있었다. 이런 장면은 일부러 찾아가도 잘 만나기 어렵다. 관광지의 간판보다 동네의 시간이 먼저 보이는 곳. 그래서 그날은 그냥 집에 들어가지 않고 트럭 앞에 섰다.
트럭 앞에서 주문하는 속도는 느리고 편했다
보쌈파는 트럭삼촌의 메뉴판은 단순했다. 소, 중, 대 정도로 나뉘어 있었고, 내가 갔던 날 기준으로 작은 포장은 1만 원대 중반이었다. 요즘 보쌈 한 접시를 식당에서 먹으면 3만 원을 훌쩍 넘는 곳도 많아서, 혼자 먹기에는 이 정도가 훨씬 현실적이었다. 양은 혼자 먹으면 넉넉하고, 둘이 야식처럼 먹으면 조금 아쉬울 수 있는 정도였다.
주문을 하면 삼촌은 큰 찜통에서 고기를 꺼내 바로 썰어준다. 칼질이 빠르다기보다 일정했다. 얇게 무너지는 고기와 도톰하게 씹히는 고기를 섞어 담아주는 느낌이었다. 사실 이런 트럭 음식은 기다리는 시간이 길면 어색할 때가 있는데, 여기는 묘하게 편했다. 앞 사람은 김치 조금 더 달라고 했고, 뒤에 온 분은 오늘은 앞다리살이냐고 물었다. 삼촌은 짧게 대답하면서도 봉투 손잡이는 한 번 더 묶어줬다.
- 방문 시간: 평일 저녁 7시 40분쯤
- 대기 인원: 내 앞에 2명, 뒤에 1명
- 분위기: 조용한 주택가 골목, 차 소리보다 생활 소음이 더 크게 들림
- 포장 구성: 보쌈, 보쌈김치, 새우젓, 마늘, 쌈장, 상추 조금
맛은 화려하지 않고 집밥 쪽에 가까웠다
집에 와서 봉투를 풀었을 때 가장 먼저 좋았던 건 과한 향이 없다는 점이었다. 프랜차이즈 보쌈처럼 윤기가 번쩍이거나 소스 맛이 강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고기는 따뜻했고, 비계가 있는 부분은 부드럽고 살코기 쪽은 담백했다. 아주 촉촉한 수육을 기대하면 살짝 평범하게 느낄 수도 있다. 그런데 이상하게 손이 계속 갔다.
보쌈김치는 달고 자극적인 쪽보다 무채의 매운맛이 조금 남아 있는 편이었다. 나는 이게 마음에 들었다. 고기 한 점에 김치를 크게 올리면 식당에서 먹는 묵직한 보쌈 맛이 나고, 새우젓만 살짝 찍으면 집에서 막 삶은 수육 같은 맛이 났다. 솔직히 ‘인생 보쌈’ 같은 표현을 붙일 정도의 극적인 맛은 아니다. 대신 동네에서 오래 버틴 음식이 가진 믿음이 있었다. 너무 꾸미지 않아서 오히려 편하게 먹히는 맛.
사람이 적은 이유가 단점만은 아니었다
이런 곳은 정보가 많지 않다. 검색해도 정확한 영업일이나 위치가 잘 나오지 않을 때가 많고, 날씨나 재료 상황에 따라 쉬는 날도 생긴다. 내가 갔던 곳도 매일 같은 시간에 반드시 있는 분위기는 아니었다. 삼촌에게 물어보니 보통 저녁 시간대에 나오지만 비가 많이 오거나 일이 있으면 쉰다고 했다. 그래서 멀리서 일부러 찾아가기보다는 근처를 지날 때 한 번 들러보는 쪽이 맞다.
사람이 적어서 좋았던 점도 있었다. 주문을 재촉하는 분위기가 없고, 사진을 찍는 사람도 거의 없었다. 트럭 옆에는 오래된 세탁소와 작은 부동산, 문 닫은 문구점이 나란히 있었다. 보쌈을 기다리는 몇 분 동안 그 골목의 밤이 천천히 보였다. 집으로 들어가는 학생, 분리수거를 들고 나온 주민, 담배 한 대 피우며 통화하는 아저씨. 여행이라고 해서 꼭 먼 도시나 특별한 풍경이 필요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방문 전에 알고 가면 좋은 점
보쌈파는 트럭삼촌 같은 로컬 트럭은 매장형 식당과 다르게 변수가 많다. 카드 결제가 되는 날도 있고, 현금이나 계좌이체가 더 편한 날도 있다. 포장 위주라 앉아서 먹을 공간은 없고, 바로 먹을 수 있는 벤치도 근처에 없을 가능성이 크다. 나는 집까지 12분 정도 걸렸는데, 그 정도 거리에서는 온기가 꽤 남아 있었다. 20분 이상 이동해야 한다면 보온가방이 있으면 더 낫겠다.
- 혼자라면 작은 포장도 충분히 든든함
- 김치 맛이 강하니 흰밥을 따로 준비하면 잘 맞음
- 정확한 위치보다 출몰 시간대를 동네 사람에게 묻는 편이 빠름
- 비 오는 날이나 너무 늦은 시간에는 헛걸음할 수 있음
화려한 여행지는 아니지만 오래 기억나는 골목
먹고 난 뒤에 가장 오래 남은 건 맛보다 장면이었다. 김이 올라오는 찜통, 비닐봉투를 묶는 손, 동네 사람들이 짧게 건네는 안부. 보쌈파는 트럭삼촌은 유명해지려고 애쓰는 곳처럼 보이지 않았다. 그냥 저녁마다 누군가의 밥상에 고기 한 팩을 보태는 자리였다. 그래서 더 조용히 좋았다.
나는 이런 장소가 여행의 가장 작은 단위라고 생각한다. 큰 비용을 쓰지 않아도 되고, 오래 줄을 서지 않아도 된다. 대신 천천히 걸어야 보이고, 조금 덜 유명한 쪽으로 고개를 돌려야 만난다. 다음에 또 그 골목을 지나게 되면, 트럭 불이 켜져 있는지 먼저 확인할 것 같다. 그날도 사람이 많지 않다면 작은 포장을 하나 사서, 집에 돌아오는 길을 조금 느리게 걸을 것 같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