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월 여행지 국내 공주 골목을 걸어봤더니

지난 1월 공주에 갔을 때, 기억에 오래 남은 건 공산성보다 제민천 옆 골목이었다. 추운 날이라 오래 걷지 못할 줄 알았는데, 작은 다리를 하나 건널 때마다 풍경이 조금씩 달라져 자꾸 발이 느려졌다. 겨울 여행이라고 꼭 눈 덮인 산이나 바다를 찾아야 하는 건 아니구나 싶었다.
1월 여행지 국내 어디로 갈지 고민할 때 공주 원도심을 떠올리는 이유가 있다. 반죽동과 중동, 산성시장 일대가 걸어서 이어지고, 걷다가 추워지면 식당이나 작은 가게에 들어가 쉬기 좋다. 이름난 명소 한 곳을 오래 보는 여행보다 동네의 하루를 따라 걷는 쪽에 가까웠다.
제민천에서는 목적지 없이 걷는 편이 좋았다
나는 제민천을 따라 걷다가 마음에 드는 다리가 나오면 건너편으로 넘어갔다. 물길 양쪽에 낮은 건물과 가게가 붙어 있어, 한쪽에서 놓친 풍경이 반대편에서는 보였다. 여름처럼 나무가 무성하지 않은 1월에는 건물의 오래된 벽과 골목의 굴곡이 더 눈에 들어왔다.
하천 옆길은 차가 다니는 큰길보다 걷기 편했지만, 바람을 피할 곳은 많지 않았다. 햇볕이 드는 쪽을 골라 걸어도 다리 위에 서면 손끝이 금방 차가워졌다. 사진을 찍겠다고 한곳에 오래 서 있기보다는 천천히 움직이는 편이 몸도 마음도 편했다.
충남관광은 제민천을 공주 원도심을 지나는 산책 공간으로 소개한다. 막상 걸어보니 그 말보다 생활감이 먼저 와닿았다. 산책하는 주민이 지나가고, 가게 문이 열렸다 닫혔다. 일부러 꾸민 장면을 찾지 않아도 구경할 것이 있었다.
반죽동과 중동 골목에서는 속도를 더 늦췄다
제민천만 따라가면 길이 단순하지만, 골목으로 한 번 들어가면 공주의 표정이 달라진다. 반죽동 쪽에서는 작은 가게와 오래된 집이 가까이 붙어 있었고, 중동 쪽으로 걸음을 옮기니 성당과 오래된 건물이 이어졌다. 건물 하나를 보고 바로 다음 장소로 이동하기보다 그 사이의 길을 보는 재미가 컸다.
좋았던 건 볼거리가 일정한 간격으로 나타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한 골목은 조용해서 발소리만 들리고, 다음 골목에는 점심을 먹으러 가는 사람들이 있었다. 사실 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해도 텅 빈 거리만 계속 걷고 싶은 건 아니다. 그 동네에 사는 사람들의 평범한 움직임이 보일 때 여행지가 덜 낯설어진다.
다만 이곳은 누군가의 집 앞이기도 하다. 대문과 창문이 가까운 좁은 길에서는 카메라를 들기보다 그냥 지나갔다. 조용한 골목의 매력은 그 조용함을 지키며 걸을 때 더 오래 남는다.
점심은 산성시장에서 따뜻한 것으로 먹었다
바람을 맞으며 걷다 보니 점심때는 멀리 움직일 마음이 사라졌다. 제민천에서 산성시장 쪽으로 발길을 돌리니 먹을 곳을 찾기도 수월했다. 공주 원도심 여행이 편했던 건 이 점이다. 산책로에서 시장으로, 시장에서 다시 골목으로 동선이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가게를 미리 하나 정하지 않았다. 국물이 있는 음식을 파는 곳을 둘러보다 자리가 난 식당에 들어갔다. 차가운 손으로 뜨거운 그릇을 잡고 앉아 있으니 오전에 본 골목들이 천천히 떠올랐다. 겨울 여행에서 한 끼는 유명한 메뉴보다 몸을 녹일 수 있는지가 더 중요할 때가 있다.
산성시장은 관광객만을 위한 공간은 아니어서 장을 보러 온 사람들 사이로 걸어야 한다. 통로가 좁은 곳에서는 멈춰 서서 사진을 찍기보다 먼저 길을 비켜주는 게 좋았다. 내가 좋아한 공주의 분위기도 그런 일상적인 장면 속에 있었다.
1월에는 걷는 시간을 짧게 나누는 게 맞았다
이 코스를 다시 간다면 오전 늦게 제민천에서 걷기 시작해 골목을 돌아보고, 산성시장에서 점심을 먹겠다. 오후에는 못 본 골목을 조금 더 걷거나 따뜻한 실내에서 쉬면 된다. 하루에 여러 관광지를 채우려 하지 않아도 반나절이 금세 지나간다.
- 출발점을 정할 때는 지도에서 제민천과 산성시장의 위치를 함께 확인하면 걷는 방향을 잡기 쉽다.
- 공주역과 공주종합버스터미널은 서로 다른 곳에 있다. 도착 지점에 맞춰 원도심으로 들어가는 교통편을 미리 확인하는 편이 편하다.
- 1월에는 물가의 바람이 차갑다. 두꺼운 옷 한 벌보다 벗고 입기 쉬운 겉옷과 장갑이 걸을 때 유용했다.
- 작은 가게는 쉬는 날이나 영업시간이 바뀔 수 있어, 꼭 들르고 싶은 곳이 있다면 출발 전에 확인하는 게 좋다.
공주에서 가장 오래 기억나는 순간은 특별한 풍경 앞에 섰을 때가 아니었다. 제민천에서 골목으로 방향을 틀고, 점심 냄새가 나는 시장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던 시간이었다. 1월의 찬 공기까지 포함해 동네의 평범한 하루를 잠시 함께 걸은 느낌이 남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