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쿠오카 커플 여행 골목으로 걸었더니 더 오래 남았다

후쿠오카에서 둘이 나란히 걷던 날, 사진을 가장 적게 찍은 곳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편의점 앞에서 잠깐 길을 고르고, 동네 가게 진열대를 들여다보던 시간이었다. 후쿠오카 커플 여행을 계획할 때는 유명한 장소를 몇 군데 더 넣고 싶었는데, 막상 걸어보니 아무 일정 없는 틈이 우리에게 더 잘 맞았다. 그래서 하루는 도진마치에서 시작해 니시공원, 니시진 상점가를 지나 무로미 쪽으로 걸었다.
도진마치에서는 아침을 서두르지 않았다
지하철 도진마치역에서 나와 상점가로 들어섰다. 채소 가게와 반찬 가게, 빵집이 이어지는 길이다. 관광객을 위한 거리라기보다 누군가 저녁거리를 사러 들르는 동네에 가까웠다. 우리는 먹을 것을 하나씩 고르고, 걷다가 마음에 드는 자리가 보이면 쉬기로 했다. 둘이 여행하면 식당 하나를 정하는 데도 시간이 걸리는데, 이 날은 그 시간이 아깝지 않았다.
상점가가 늘 조용한 것은 아니다. 장을 보는 시간에는 사람과 자전거가 오간다. 오히려 그 정도의 움직임이 좋았다. 한적한 여행을 원한다고 해서 텅 빈 거리를 찾을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가게 앞을 오래 막아서지 않고 천천히 걸으니, 함께 사는 사람들의 하루를 잠시 지나가는 기분이었다.
니시공원에서는 전망보다 걸어가는 길이 좋았다
도진마치에서 니시공원으로 방향을 잡았다. 상점가를 벗어나 공원 쪽으로 올라가면 평지에서 걷던 속도가 자연히 느려진다. 니시공원 전망대에서는 하카타만 쪽을 바라볼 수 있다. 풍경도 좋았지만, 나는 올라가는 동안 나눴던 시시한 이야기가 더 기억난다. 계단 앞에서 잠깐 쉬고, 어느 길로 갈지 서로 물어보는 일이 별것 아닌 듯 다정했다.
다만 벚꽃철의 니시공원을 한적한 장소로 기대하면 실망할 수 있다. 후쿠오카시 관광 안내에도 봄이면 벚꽃을 보러 많은 사람이 찾는 곳으로 소개된다. 조용히 걷는 게 목적이라면 꽃이 절정인 시기나 주말 낮은 피하는 편이 낫겠다. 경사가 있으니 발이 편한 신발도 필요하다. 예쁜 옷을 입고 싶었던 마음은 이해하지만, 이날만큼은 운동화가 훨씬 고마웠다.
니시진 상점가에서 점심을 늦췄다
공원에서 내려온 뒤에는 니시진으로 이동했다. 니시진역에서 후지사키역 방향으로 이어지는 상점가는 약 1.5킬로미터다. 큰길만 따라 끝까지 걷기보다, 마음에 드는 골목이 보일 때 한 블록씩 들어가 보는 편이 재미있었다. 다만 주택가 골목은 누군가의 생활 공간이다. 조용히 지나가고 집 안이 보이는 사진은 찍지 않았다.
우리는 점심 메뉴를 미리 정하지 않았다. 가게 앞에 붙은 메뉴를 읽다가 둘 다 배가 고프다는 말이 나왔을 때 들어갔다. 이런 방식은 인기 식당을 꼭 가야 하는 날에는 맞지 않는다. 대신 기다리는 줄에 시간을 쓰지 않고, 먹고 난 뒤에도 상점가를 조금 더 걸을 여유가 생겼다. 후쿠오카시 관광 안내는 니시진 일대를 오래된 상점들과 작은 가게가 섞인 거리로 소개한다. 실제로 걸을 때도 한 가지 풍경이 길게 반복되지 않아 지루하지 않았다.
무로미에서 하루를 천천히 끝냈다
더 걸을 힘이 남아 무로미역 쪽으로 갔다. 여기서 아타고 신사까지는 오르막을 포함해 걸어서 약 13분이다. 신사에 올라 도시와 바다 쪽을 바라보다가, 해가 더 기울기 전에 내려왔다. 높은 곳에서 찍은 사진보다 내려오는 길에 잠깐 멈춰 선 순간이 좋았다. 둘 다 말이 줄었는데 어색하지 않았다.
이 동선은 많이 걷는 날에 어울린다. 도진마치 상점가와 니시공원, 니시진만 묶어도 충분하다. 비가 오거나 다리가 피곤하면 무로미는 다음 날로 미뤄도 된다. 가게 영업시간과 교통편은 바뀔 수 있으니 출발 전 현지 안내를 한 번 확인하는 게 편하다. 우리에게 남은 후쿠오카는 어디를 몇 군데 갔는지보다, 걷다가 서로의 보폭을 맞추던 속도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