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도여행, 사람 많은 해변을 지나 골목으로 들어가 봤더니

얼마 전 우도에 다시 들어갔는데, 배에서 내리자마자 예전보다 더 또렷하게 느껴진 게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전기 이동수단 대여점 앞에서 멈추고, 사진으로 익숙한 해변을 향해 곧장 흩어졌다. 나는 그 흐름에서 반 발만 빠져나와 천진항 뒤쪽 골목으로 걸었다. 이상하게도 우도여행은 유명한 바다를 빨리 찍고 나올 때보다, 돌담 옆에서 빨래 마르는 냄새를 맡을 때 더 오래 남았다.
성산항에서 천진항, 15분 뒤에 속도가 느려졌다
우도는 성산항이나 종달항에서 배를 타고 들어간다. 배를 탄 시간은 대략 10~15분 정도였고, 바람이 좋은 날에는 그 짧은 시간 안에 여행의 리듬이 바뀐다. 제주 본섬에서 급하게 움직이던 몸이 배 난간 앞에서 한 번 풀리고, 천진항에 닿으면 다시 걷는 속도를 고르게 된다.
많은 사람이 우도를 2~3시간 코스로 돈다. 서빈백사, 검멀레해변, 하고수동해변, 우도봉을 빠르게 찍으면 그렇게도 가능하다. 그런데 섬 둘레가 약 17km라서, 전부 욕심내면 생각보다 쉽게 지친다. 나는 이번에 반대로 했다. 항구에서 멀리 가지 않고, 천진항에서 우도봉 아래 마을길로 천천히 들어갔다.
- 배는 기상과 바다 상태에 따라 변동이 잦아서 당일 운항 여부를 먼저 확인하는 편이 좋다.
- 성산항은 운항이 비교적 잦고, 종달항은 한산하지만 배편이 적은 편이다.
- 외부 차량 운행 제한이 이어지고 있어 렌터카 반입은 예외 조건을 매표 전 확인해야 한다.
유명한 곳 바로 뒤에 조용한 우도가 있었다
천진항에서 우도봉 쪽으로 걷다 보면 바다를 등진 골목이 나온다. 처음엔 별것 없어 보인다. 낮은 담, 밭, 작은 창고, 바람막이처럼 서 있는 나무들. 근데 그 길이 좋았다. 여행지라기보다 누군가의 평일에 잠깐 들어온 느낌이었다.
서빈백사 쪽은 늘 환하다. 흰 모래처럼 보이는 홍조단괴 해빈과 푸른 물빛 때문에 사람들이 몰릴 수밖에 없다. 나도 잠깐 서 있었지만, 오래 머문 곳은 해변 뒤쪽 길이었다. 관광객이 10명쯤 사진을 찍는 동안, 한 골목만 안쪽으로 들어가도 발소리가 훨씬 작게 들린다. 같은 우도인데 소리의 밀도가 달랐다.
내가 오래 앉았던 길
우도봉 아래로 난 길 중에 밭담과 바다가 번갈아 보이는 구간이 있다. 정확히 무슨 명소라고 부르기 어려운 곳이다. 그래서 더 마음이 갔다. 벤치가 많지도 않고, 안내판이 특별히 눈에 띄지도 않는다. 대신 바람이 낮게 지나가고, 전기차가 한 번씩 지나간 뒤에는 다시 조용해진다.
나는 그 근처에서 30분 넘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커피도 없었고, 사진도 몇 장만 찍었다. 사실 우도여행에서 가장 좋은 순간은 뭔가를 채집하듯 모으는 시간이 아니라, 잠깐 비워지는 시간 쪽에 가까웠다.
사람 적게 다니려면 시간을 조금 비켜가야 했다
우도는 한적한 섬이라는 이미지가 있지만, 낮 11시부터 오후 2시 사이에는 주요 포인트가 꽤 붐빈다. 특히 검멀레해변과 하고수동해변 주변은 음식점, 카페, 대여 이동수단이 겹쳐서 섬이라기보다 작은 관광 동선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솔직히 그 시간대에는 조용한 여행을 기대하면 조금 아쉽다.
내가 괜찮았던 시간은 오전 첫 배 이후 1~2시간, 그리고 많은 당일치기 여행객이 돌아갈 준비를 하는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단, 막배 시간을 놓치면 곤란하니 여유를 두고 움직여야 한다. 우도는 가까운 섬이지만 바다를 사이에 둔 장소라서, 날씨 앞에서는 일정이 생각보다 쉽게 바뀐다.
- 사진 명소보다 항구 뒤 마을길을 먼저 걸으면 사람 흐름을 피하기 쉽다.
- 전기자전거나 버스를 타더라도 중간에 한 구간은 걸어서 보는 쪽이 기억에 남는다.
- 해변 앞 식당가보다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면 훨씬 조용한 식사 자리를 만나기 쉽다.
걸어서 본 우도와 타고 돈 우도는 달랐다
예전에 전기자전거로 한 바퀴를 돈 적이 있다. 그때는 시원했고, 섬의 윤곽을 빨리 익히기 좋았다. 이번에는 많이 걷고 조금만 탔다. 비교해보니 풍경의 종류가 달라졌다. 탈 때는 바다색이 먼저 보이고, 걸을 때는 문패와 밭의 냄새, 바람에 흔들리는 천막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사람 적은 우도여행을 원한다면 속도를 낮추는 게 가장 확실했다. 이동수단을 쓰지 말자는 뜻은 아니다. 다만 유명 해변 앞에서 멈추는 대신, 그다음 골목까지 들어가는 작은 선택이 여행을 꽤 바꿔놓는다.
하고수동보다 안쪽, 비양도보다 방파제 옆
하고수동해변은 물빛이 예뻐서 그냥 지나치기 어렵다. 하지만 해변 한가운데보다 양쪽 끝으로 조금 빠지면 분위기가 한결 느슨해진다. 아이들 웃음소리와 카페 음악이 멀어지고, 파도 소리가 다시 앞에 온다. 나는 해변 중심부에서 사진을 찍고 바로 이동하기보다, 끝 쪽 모래 위에 잠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좋았다.
비양도 쪽도 비슷하다. 다리와 포토 포인트에는 사람이 모이지만, 방파제 옆으로 시선을 돌리면 다른 장면이 있다. 낚싯대를 접는 사람, 바람을 피해 앉아 있는 동네 어르신, 작은 배의 줄이 물결에 맞춰 흔들리는 모습. 관광지의 우도와 생활의 우도가 겹쳐지는 순간이었다.
이번 우도여행에서 크게 특별한 일을 한 건 없다. 맛집을 줄 세워 다니지도 않았고, 유명한 카페를 목적지로 삼지도 않았다. 대신 항구 뒤 골목, 우도봉 아래 밭길, 해변 끝의 빈 자리처럼 조금 덜 반짝이는 곳을 골랐다. 이상하게 그런 곳들이 돌아와서도 더 선명하다. 우도는 바다를 보러 가는 섬이지만, 나는 다음에도 바다에서 한 발 물러난 길을 먼저 걸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