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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여행에서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을 걸어봤더니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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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여행에서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을 걸어봤더니 남은 것들

얼마 전 뉴욕을 다시 걸었는데, 이상하게도 기억에 오래 남은 건 타임스스퀘어의 불빛보다 어느 동네 세탁소 앞에 놓인 접이식 의자였다. 뉴욕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전망대, 미술관, 브로드웨이, 자유의 여신상을 먼저 떠올리지만, 솔직히 나는 그런 장면보다 사람들이 장을 보고 커피를 들고 집으로 돌아가는 골목 쪽에 더 오래 머물렀다.

뉴욕은 워낙 큰 도시라서 유명한 장소만 따라가도 3박 4일이 금방 지나간다. 그런데 조금만 방향을 틀면 여행자보다 동네 주민이 더 많은 거리들이 나온다. 화려하진 않지만, 그곳에는 뉴욕의 생활감이 있다. 걷는 속도도 조금 느려지고, 사진보다 냄새와 소리가 먼저 들어오는 여행이 된다.

맨해튼에서도 조용한 시간은 있다

맨해튼은 늘 붐빈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미드타운 주변은 평일 오후에도 사람이 많고, 인기 전망대 근처는 줄 서는 시간까지 여행 일정에 넣어야 할 정도다. 그런데 맨해튼이라고 다 같은 맨해튼은 아니었다.

나는 아침 일찍 그리니치 빌리지 쪽을 걸었다. 오전 8시 전후의 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낮에는 카페와 레스토랑 앞에 사람들이 몰리는 거리도, 이 시간에는 강아지 산책시키는 사람과 출근길 주민이 대부분이었다. 벽돌 건물 사이로 낮게 햇빛이 들어오고, 오래된 계단에 앉아 커피를 마시는 사람이 보였다.

특히 워싱턴 스퀘어 파크에서 몇 블록만 벗어나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공원 안은 늘 활기가 있지만, 주변 골목은 한 박자 느리다. 뉴욕대학교 학생들이 오가는 길이라 젊은 기운이 있으면서도, 관광지처럼 정신없이 밀려다니는 느낌은 덜했다.

  • 걷기 좋은 시간은 평일 오전 7시 30분부터 10시 사이
  • 카페는 큰 체인보다 작은 동네 가게가 분위기를 느끼기 좋다
  • 큰길보다 한 블록 안쪽 주택가 골목이 훨씬 조용하다

브루클린은 유명한 다리보다 동네가 좋았다

브루클린 브리지는 뉴욕여행에서 거의 빠지지 않는 코스다. 다리 위 풍경은 분명 멋있다. 다만 사람이 많다. 사진을 찍기 위해 멈추는 사람, 자전거, 단체 관광객이 섞이면 걷는 것 자체가 조금 피곤해진다.

그래서 나는 다리만 건너고 바로 덤보 중심부에 오래 머물지 않았다. 대신 캐롤 가든스와 코블 힐 쪽으로 걸었다. 이 동네는 낮은 건물, 작은 서점, 동네 빵집, 조용한 레스토랑이 이어진다. 관광 안내서에서 크게 다루는 곳은 아니지만, 뉴욕에 사는 사람이 주말 오전을 보내는 방식이 자연스럽게 보인다.

캐롤 가든스의 매력은 과하지 않다는 데 있다. 골목마다 오래된 나무가 있고, 현관 앞 화분이 제법 성실하게 놓여 있다. 어느 집 앞에는 유모차가 세워져 있고, 어떤 가게 창가에는 손글씨 메뉴가 붙어 있었다. 여행 중에 이런 장면을 만나면 괜히 안심이 된다. 이 도시도 결국 누군가의 생활이라는 사실이 선명해져서다.

걷는 루트는 짧게 잡는 편이 좋다

뉴욕은 지도로 보면 가까워 보여도 실제로 걸으면 금방 다리가 무거워진다. 캐롤 가든스와 코블 힐은 1시간 30분에서 2시간 정도만 잡아도 충분히 감각이 온다. 중간에 커피 한 잔을 넣으면 더 좋고, 점심은 사람이 몰리는 유명 맛집보다 동네 식당을 고르는 편이 덜 지친다.

퀸스에서는 도시의 속도가 달라진다

뉴욕여행을 여러 번 한 사람이라면 퀸스를 하루쯤 넣어도 좋다. 맨해튼과는 분위기가 확연히 다르다. 지하철을 타고 조금만 이동했을 뿐인데, 언어도 간판도 음식 냄새도 달라진다. 관광지의 뉴욕이 아니라 이민자들의 일상이 겹겹이 쌓인 뉴욕에 가까워진다.

나는 아스토리아를 좋아한다. 맨해튼 스카이라인을 볼 수 있는 공간도 있지만, 동네 자체는 훨씬 생활적이다. 그리스 음식점, 작은 식료품점, 조용한 주택가가 섞여 있고, 주말 낮에도 중심가를 조금 벗어나면 걷기 편하다. 화려한 명소를 찍고 이동하는 여행과는 전혀 다른 감각이다.

아스토리아 파크 주변은 특히 좋았다. 강 건너로 도시가 보이는데, 공원 안에서는 사람들이 뛰고 쉬고 돗자리를 편다. 뉴욕의 스카이라인을 보면서도 이상하게 관광객 기분이 덜 든다. 도시를 구경한다기보다 도시 옆에 잠깐 앉아 있는 느낌에 가깝다.

  • 퀸스는 이동 시간을 넉넉히 잡는 게 좋다
  • 하루 전체보다 반나절 코스로 넣으면 부담이 적다
  • 음식은 계획보다 현장에서 끌리는 가게를 고르는 재미가 있다

사람 적은 뉴욕을 찾는 작은 기준

뉴욕에서 완전히 사람이 없는 장소를 찾기는 어렵다. 이 도시는 원래 밀도가 높은 곳이다. 대신 덜 붐비는 시간을 고르고, 사람들이 몰리는 지점에서 두세 블록만 벗어나면 여행의 질감이 꽤 달라진다.

내 기준은 단순하다. 첫째, 사진 명소 바로 앞에서 오래 머물지 않는다. 둘째, 오전 시간을 아낀다. 셋째, 식사 장소는 예약 필수인 유명 가게보다 동네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들어가는 곳을 본다. 넷째, 하루에 큰 이동을 2번 이상 넣지 않는다. 뉴욕은 볼 것이 많아서 욕심내기 쉽지만, 욕심이 많아질수록 동네의 표정은 잘 보이지 않았다.

예를 들어 센트럴파크도 남쪽 입구 주변은 늘 붐비지만, 북쪽으로 올라가면 분위기가 한결 느슨해진다. 하이라인도 주말 오후보다 평일 오전이 훨씬 낫다. 같은 장소라도 시간과 방향에 따라 전혀 다른 여행이 된다.

추천하고 싶은 하루 흐름

아침에는 그리니치 빌리지 골목을 걷고, 점심 무렵 브루클린 캐롤 가든스로 넘어간다. 오후에는 무리해서 여러 명소를 더 넣기보다 동네 카페나 작은 서점에 앉아 쉰다. 해가 기울 때 퀸스 아스토리아 쪽으로 이동해 강변을 걷는 식이면 하루가 너무 빡빡하지 않다.

이런 일정은 뉴욕을 처음 가는 사람에게는 조금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유명한 인증 사진이 많이 남는 코스는 아니니까. 그런데 여행이 끝나고 나면 이상하게 작은 장면들이 오래 간다. 지하철역 계단에서 올라왔을 때 맡았던 빵 냄새, 주택가 창문에 비친 오후 햇빛, 가게 주인이 단골에게 건네던 짧은 인사 같은 것들 말이다.

뉴욕은 멀리서 볼 때보다 가까이 걸을 때 더 좋았다

뉴욕여행을 꼭 거대한 도시의 대표 장면으로만 채울 필요는 없다고 느꼈다. 물론 유명한 장소들은 이유가 있고, 처음 간다면 한두 곳쯤은 보고 오는 게 좋다. 다만 하루 정도는 지도에서 별표가 적은 동네를 걸어도 충분하다.

사실 여행에서 가장 조용한 순간은 대단한 풍경 앞이 아니라, 내가 그 도시의 리듬에 잠깐 맞춰졌을 때 찾아오는 것 같다. 뉴욕도 그랬다. 빠르고 시끄러운 도시라고만 생각했는데, 골목 안쪽에는 생각보다 낮은 목소리의 시간이 있었다. 나는 다음에 다시 간다면 전망대 예약보다 아침 산책 코스를 먼저 잡을 것 같다.

뉴욕여행에서 관광지 대신 동네 골목을 걸어봤더니 남은 것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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