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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가볼만한곳, 유명한 자리보다 조용한 길을 따라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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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창가볼만한곳, 유명한 자리보다 조용한 길을 따라 걸어봤더니

얼마 전 고창에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오래 남은 건 이름난 장면보다 사람 소리가 적게 깔리던 골목과 논길이었다. 고창가볼만한곳을 찾는다고 하면 보통 선운사나 고창읍성부터 떠올리지만, 내가 좋아한 고창은 조금 더 천천히 들어가야 보이는 쪽에 가까웠다. 버스 시간표를 한 번 더 확인하고, 읍내 식당 문이 닫히기 전에 밥을 먹고, 해가 기울기 전에 마을 길을 걷는 그런 여행이었다.

고창읍성은 이른 시간에 들어가야 다르게 보인다

고창읍성은 아주 숨은 장소라고 하긴 어렵다. 그래도 아침 8시쯤 성곽길에 오르면 분위기가 꽤 달라진다. 단체 관람객이 몰리기 전이라 발소리가 또렷하고, 성벽 아래 나무 그늘도 아직 서늘하다. 나는 북문 쪽으로 천천히 올라가 성곽을 한 바퀴 돌았는데, 약 1.7km 정도라 부담 없이 걷기 좋았다.

여기서 좋았던 건 풍경이 한꺼번에 펼쳐지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성벽을 따라 걷다 보면 읍내 지붕, 밭, 낮은 산줄기가 조금씩 바뀐다. 관광지의 화려함보다 동네를 위에서 가만히 내려다보는 느낌이 더 강했다. 특히 평일 오전에는 벤치에 앉아 있는 어르신 몇 분, 산책 나온 주민 정도만 지나가서 여행자가 동네의 리듬을 방해하지 않는다는 안도감이 있었다.

선운사는 절보다 뒤편 길이 오래 기억난다

선운사는 고창 여행에서 빠지기 어려운 곳이다. 그런데 사람이 적은 시간을 고르면 여기도 충분히 조용해진다. 나는 점심 직후보다 오후 4시 무렵을 더 좋아한다. 주차장 쪽의 붐빔이 조금 빠지고, 계곡 옆 길에 빛이 낮게 들어오기 시작하는 시간이다.

절집 안을 빠르게 보고 나오는 대신, 도솔암 방향으로 조금만 걸어 들어가면 공기가 달라진다. 왕복으로 길게 잡으면 시간이 꽤 걸리지만, 꼭 끝까지 가지 않아도 된다. 물소리가 들리는 구간까지만 걸어도 선운산의 결이 느껴진다. 사실 유명 사찰은 사진을 찍는 순간보다, 신발 밑으로 흙이 눌리는 소리가 들릴 때 더 오래 남는다.

  • 사람 적은 시간대는 평일 오후 늦은 시간이었다.
  • 봄 꽃철과 가을 단풍철에는 입구 주변이 빨리 붐빈다.
  • 물이나 가벼운 겉옷은 챙기는 편이 편했다.

책마을해리는 조용한 여행자에게 맞는 쉼표다

고창에서 의외로 오래 머문 곳은 책마을해리였다. 폐교를 바탕으로 만든 공간이라 운동장, 복도, 교실의 기억이 남아 있다. 화려한 전시 공간이라기보다 책과 오래된 학교 건물이 서로 기대고 있는 느낌이다. 아이들 웃음소리가 사라진 자리에서 종이 냄새와 바람 소리가 천천히 채워지는 곳이었다.

이곳은 사진을 많이 찍기보다 한 권을 펼쳐 앉아 있는 시간이 더 잘 어울린다. 내가 갔을 때는 방문객이 많지 않아 교실 창가 자리에 앉아 30분쯤 멍하니 있었다. 고창가볼만한곳을 검색하면 자연 풍경 위주로 많이 나오지만, 이런 작은 문화 공간이 여행의 속도를 낮춰준다. 근처 길도 차가 많지 않아 잠깐 걸으며 마을 분위기를 느끼기 좋았다.

학원농장은 꽃이 없을 때도 괜찮았다

학원농장은 청보리밭과 메밀꽃으로 유명해서 계절을 잘 맞추면 사람이 많다. 솔직히 꽃이 절정일 때는 조용한 여행과 거리가 조금 있다. 대신 절정 직전이나 지난 뒤에 가면 풍경이 덜 극적이어도 훨씬 편안하다. 넓은 밭 사이 길을 걷다 보면 고창이 가진 평야의 느낌이 몸으로 들어온다.

내가 갔던 날은 바람이 꽤 세서 사진을 오래 찍기 어려웠다. 그래도 그 바람 덕분에 밭이 한쪽으로 눕고 다시 일어나는 모습이 보였다. 사람들은 예쁜 순간을 잡으려고 오지만, 나는 조금 비어 있는 시기의 학원농장이 더 좋았다. 주차장 가까운 곳만 보고 나오지 말고, 안쪽 길로 10분 정도만 더 걸어가면 소음이 눈에 띄게 줄어든다.

동호해변과 구시포 사이, 바다는 낮보다 저녁이 낫다

고창의 바다는 동해처럼 선명하게 달려드는 바다가 아니다. 조금 낮고 넓게 펼쳐진다. 동호해변과 구시포 일대는 여름 한철을 빼면 비교적 여유로운 편인데, 특히 해 질 무렵이 좋았다. 바닷물이 멀리 빠져 있으면 갯벌의 선이 드러나고, 하늘 색이 모래 위에 얇게 내려앉는다.

나는 동호해변에서 잠깐 걷고, 차로 이동해 구시포 쪽에서 저녁을 봤다. 두 곳 모두 오래 머물 대단한 시설을 기대하면 조금 심심할 수 있다. 그런데 그 심심함이 고창 바다의 장점이기도 하다. 큰 음악 소리나 화려한 간판보다 파도와 바람이 먼저 들린다. 조용한 여행을 좋아한다면 이쪽 바다는 빠르게 소비하기보다 천천히 지나가야 맞다.

내가 다시 간다면 이렇게 움직일 것 같다

고창은 장소를 많이 찍고 다니는 여행보다, 하루에 두세 곳만 잡는 편이 훨씬 좋았다. 오전에는 고창읍성 성곽길을 걷고, 점심은 읍내에서 간단히 먹는다. 오후에는 책마을해리나 선운사 뒤편 길 중 하나를 고르고, 해 질 무렵 바다로 빠지는 흐름이 가장 자연스러웠다.

고창가볼만한곳이라는 말 안에는 꽤 넓은 선택지가 들어 있다. 그래도 내게 고창은 대단한 명소를 확인하러 가는 곳보다, 낯선 동네의 하루를 빌려 쓰는 곳에 가까웠다. 조금 덜 유명한 시간, 조금 덜 붐비는 길을 고르면 고창은 생각보다 조용히 오래 곁을 내준다.

고창가볼만한곳, 유명한 자리보다 조용한 길을 따라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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