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동네 골목에서 크크크치킨 포장해 먹어봤더니

비가 살짝 오던 저녁, 일부러 번화가를 피했다
얼마 전 저녁에 동네를 걷다가 크크크치킨을 포장해 먹었다. 사실 치킨을 먹으려고 멀리 나간 건 아니었다. 큰길 쪽 식당들은 퇴근 시간만 되면 배달 오토바이 소리와 대기 손님으로 금방 복잡해지니까, 그냥 한 블록 안쪽으로 들어가 봤다. 그 골목은 가로등이 낮고,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은 동네 사람들이 느릿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곳이었다.
60계치킨의 크크크치킨은 이미 이름이 꽤 알려진 메뉴다. 그래서 숨은 맛집이라고 말하긴 어렵다. 그런데 같은 브랜드라도 어느 동네에서, 어떤 시간에, 어떤 방식으로 먹느냐에 따라 기억은 꽤 달라진다. 나는 매장 안에서 오래 앉아 먹기보다 포장해서 근처 작은 공원 벤치로 가져갔다. 관광지 맛집처럼 줄을 서거나 사진을 찍을 분위기는 아니었고, 그 점이 오히려 마음에 들었다.
크크크치킨은 이름처럼 식감이 먼저 온다
상자를 열자마자 가장 먼저 느껴진 건 향보다 소리였다. 젓가락으로 한 조각을 집을 때 튀김옷이 사각하게 긁히는 느낌이 있었다. 크크크치킨은 일반 후라이드보다 겉면이 더 거칠고 입자가 살아 있는 편이다. 크럼블이 붙어 있어서 첫입에는 바삭함이 꽤 선명하게 온다.
가격은 매장과 배달 방식에 따라 조금 다르지만 보통 2만 원 안팎으로 생각하면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배달비까지 붙이면 체감 가격이 올라가서, 가까운 지점이 있다면 포장이 더 낫다. 내가 갔던 곳도 포장 손님이 드문드문 있었고, 대기 시간은 15분 정도였다. 매장 안은 오래 머물기 좋은 분위기라기보다 주문하고 가져가는 동네 치킨집에 가까웠다.
맛은 강한 양념으로 밀어붙이는 쪽이 아니다. 기본 치킨 자체는 짠맛이 과하지 않고, 대신 함께 오는 소스가 역할을 나눠 가진다. 콘마요 쪽은 부드럽고 달큰해서 바삭한 튀김과 잘 맞았고, 매운 소스는 느끼함이 올라올 때 한 번씩 찍기 좋았다. 솔직히 계속 찍어 먹다 보면 맛이 화려해지는 대신 치킨 본래의 고소함은 조금 뒤로 간다. 그래서 나는 처음 두세 조각은 소스 없이 먹는 쪽이 더 좋았다.
동네 여행자에게 치킨집이 괜찮은 이유
여행이라고 꼭 산책로, 카페, 전시관만 있어야 하는 건 아니다. 낯선 동네에서 저녁 메뉴를 고르고, 포장 봉지를 들고 걸을 만한 자리를 찾는 과정도 꽤 여행답다. 특히 크크크치킨처럼 매장이 여러 곳에 있는 메뉴는 지역마다 풍경이 달라진다. 역세권 매장은 빠르고 분주하고, 주택가 매장은 조금 조용하다. 같은 상자라도 들고 걷는 길이 다르면 기분이 달라진다.
내가 추천하고 싶은 방식은 유명 상권 한복판이 아니라 주거지와 시장 사이쯤에 있는 지점을 고르는 것이다. 보통 이런 곳은 저녁 7시 전후에 주문이 몰리지만, 8시 30분이 지나면 조금 가라앉는다. 근처에 작은 공원이나 하천길, 학교 담장 옆 산책로가 있으면 더 좋다. 사람 많은 맛집 골목보다 불빛이 낮고 소음이 적어서, 먹는 속도도 자연스럽게 느려진다.
- 포장은 배달보다 치킨의 바삭함을 더 빨리 확인할 수 있다.
- 식기보다 손이 편한 메뉴라 벤치나 숙소에서도 부담이 적다.
- 소스가 따로 와서 취향에 맞게 조절하기 쉽다.
- 혼자 먹는다면 사이드까지 많이 시키기보다 치킨 중심으로 고르는 편이 낫다.
맛있게 먹는 작은 순서
크크크치킨은 식으면서 장점과 단점이 같이 드러난다. 막 나왔을 때는 튀김옷이 확실히 좋고, 시간이 지나면 크럼블의 거친 식감이 조금 무거워질 수 있다. 그래서 포장 후 10분 안에 첫 조각을 먹는 게 가장 괜찮았다. 숙소까지 30분 이상 걸린다면 기대한 만큼의 바삭함은 줄어들 수 있다.
순서는 간단하다. 처음에는 소스 없이 한 조각을 먹고, 그다음 콘마요, 마지막에 매운 소스를 찍는 식이 좋았다. 콜라보다 탄산수나 무가 더 잘 맞는다고 느꼈다. 기름진 맛을 끊어주기 때문이다. 양은 성인 2명이 가볍게 나눠 먹기 적당하고, 많이 먹는 편이라면 사이드 하나를 붙여야 아쉬움이 덜하다.
아쉬웠던 점도 있었다
모든 조각이 똑같이 바삭한 건 아니었다. 부위에 따라 크럼블이 많이 붙은 곳은 식감이 좋았지만, 작은 조각은 튀김옷이 조금 딱딱하게 느껴졌다. 소스 맛이 분명해서 좋지만, 끝까지 세 가지를 번갈아 먹으면 입안이 꽤 바빠진다. 잔잔한 후라이드를 기대한다면 조금 과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크크크치킨을 들고 걸었던 골목의 기억
그날 가장 오래 남은 건 치킨 맛만은 아니었다. 비가 그친 뒤 젖은 보도블록, 닫힌 세탁소 앞의 불빛, 공원 벤치에 앉아 상자를 열던 순간이 같이 떠오른다. 유명한 장소를 찾아간 여행은 사진이 먼저 남는데, 이런 동네 저녁은 냄새와 소리가 먼저 남는다.
크크크치킨은 특별한 목적지가 되기보다, 낯선 동네에서 하루를 부드럽게 접어 주는 음식에 가까웠다. 사람이 많은 곳을 피해 골목으로 들어갔고, 그 안에서 적당히 바삭한 저녁을 만났다. 가끔은 그런 시간이 여행을 더 오래 기억하게 만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