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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여행에서 골목만 따라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하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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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여행에서 골목만 따라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하루

해 뜨기 전 방콕 골목에서 시작한 아침

얼마 전 방콕에 갔을 때, 유명한 사원보다 먼저 동네 골목으로 발이 갔습니다. 숙소는 BTS 사판탁신 역에서 걸어서 12분쯤 떨어진 골목 안쪽이었고, 새벽 6시 반쯤 문을 나서니 관광객보다 출근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았습니다. 방콕여행이라고 하면 왕궁, 카오산로드, 아이콘시암 같은 이름이 먼저 떠오르지만, 저는 그 사이에 있는 조용한 시간대가 더 오래 남았습니다.

골목 초입에는 플라스틱 의자 네 개를 둔 작은 죽집이 있었습니다. 메뉴판은 태국어뿐이었고, 손짓으로 돼지고기 죽 하나를 주문했습니다. 가격은 45바트. 근처 카페에서 파는 라떼 한 잔보다 훨씬 저렴했지만, 뜨거운 김과 생강 향이 아침을 제대로 깨워줬습니다. 사실 여행지에서 가장 로컬다운 순간은 특별한 장소보다 이런 식탁 옆에 앉았을 때 오는 것 같습니다.

큰길보다 한 블록 뒤가 더 좋았던 이유

방콕은 대로변과 골목의 온도 차가 큽니다. 큰길에는 오토바이 소리와 쇼핑몰 간판, 그랩 기사들의 움직임이 계속 이어지는데, 한 블록만 안쪽으로 들어가면 갑자기 빨래가 걸린 집과 오래된 나무문, 작은 사당이 나타납니다. 저는 짜런끄룽 로드 뒤편 골목을 자주 걸었습니다. 요즘은 이 일대가 감각적인 카페와 갤러리로 알려지긴 했지만, 오전 10시 전에는 아직 동네의 속도가 남아 있습니다.

특히 좋았던 곳은 골목 안쪽에 있던 오래된 인쇄소 거리였습니다. 문을 활짝 열어둔 작업장에서는 종이 냄새와 잉크 냄새가 섞여 났고, 옆집 할머니는 작은 선풍기 앞에서 망고를 손질하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찍기보다 그냥 천천히 지나가는 편이 어울리는 곳이었습니다. 방콕여행 중 계속 어딘가를 확인하고 예약하고 이동하다 보면 도시가 배경처럼 흐르는데, 이런 골목에서는 내가 정말 그 동네 안에 들어와 있다는 느낌이 듭니다.

걸을 때 괜찮았던 동선

  • BTS 사판탁신 역에서 짜런끄룽 로드 방향으로 걷기
  • 큰길 카페보다 골목 안 로컬 식당에서 아침 먹기
  • 오전 7시부터 10시 사이에 걷기
  • 강변으로 바로 가지 말고 주택가 골목을 한두 번 돌아보기

날씨는 솔직히 만만하지 않았습니다. 11시가 넘으면 그늘에서도 땀이 났고, 걷는 속도가 자연스럽게 느려졌습니다. 그래서 저는 방콕에서는 하루 종일 걷는 계획보다 오전 산책, 낮 휴식, 해 질 무렵 다시 걷는 방식이 맞았습니다. 같은 2km라도 서울의 2km와 방콕의 2km는 체감이 꽤 다릅니다.

관광지 옆 조용한 동네, 톤부리

방콕에서 조금 덜 붐비는 분위기를 찾는다면 톤부리 쪽이 괜찮았습니다. 강 건너편이라 이동이 번거롭게 느껴질 수 있지만, 페리를 타고 넘어가는 시간 자체가 짧은 여행처럼 느껴집니다. 저는 왕랑 시장 근처에서 내려 골목을 따라 걸었습니다. 시장 안은 활기차지만, 시장을 벗어나 5분만 걸어도 사람 소리가 확 줄어듭니다.

톤부리의 매력은 화려함이 아니라 생활감이었습니다. 작은 운하 옆으로 집들이 이어지고, 낡은 다리 위로 오토바이가 천천히 지나갔습니다. 어느 골목에서는 초등학생들이 교복 차림으로 아이스 음료를 사 먹고 있었고, 길가 식당에서는 직원들이 점심 장사를 준비하고 있었습니다. 여행자가 일부러 꾸며낸 장면이 아니라, 그냥 원래 있던 하루를 살짝 빌려 보는 기분이었습니다.

왕궁 근처는 낮이 될수록 단체 관광객이 늘어나지만, 강을 건너 톤부리 안쪽으로 들어가면 분위기가 달라집니다. 물론 완전히 텅 빈 곳은 아닙니다. 그래도 유명 스폿처럼 줄을 서거나 사진 각도를 기다릴 필요는 적었습니다. 방콕여행에서 사람 적은 장소를 원한다면, 이름난 장소를 아예 빼기보다 그 주변의 생활권을 같이 보는 편이 더 현실적입니다.

조용한 카페보다 동네 식당이 더 기억났다

방콕에는 예쁜 카페가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이번 여행에서 오래 기억난 곳은 에어컨이 세고 인테리어가 좋은 카페가 아니라, 점심시간 전에 들어간 작은 국수집이었습니다. 가게 안에는 테이블이 여섯 개쯤 있었고, 손님 대부분은 근처에서 일하는 사람들 같았습니다. 돼지고기 국수 한 그릇은 60바트였고, 얼음 든 물은 테이블 옆 통에서 직접 따라 마시는 방식이었습니다.

맛은 자극적이기보다 편안했습니다. 피시소스 향이 은근했고, 고수는 따로 올려 먹을 수 있게 되어 있었습니다. 직원은 영어를 거의 하지 않았지만, 계산할 때 웃으며 손가락으로 가격을 알려줬습니다. 이런 장면은 여행 정보 앱에 별점으로 남기기 애매합니다. 그런데 막상 집에 돌아오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쪽은 그런 식당입니다.

사람 적은 방콕을 찾을 때 봤던 기준

  • 대형 쇼핑몰에서 도보 10분 이상 떨어진 골목인지
  • 오전 시간에 현지 손님이 자연스럽게 오가는지
  • 사진 명소보다 식당, 세탁소, 학교, 시장이 가까운지
  • 택시보다 BTS, 보트, 도보로 이어지는 동선인지

구글맵 평점이 낮다고 무조건 별로인 것도 아니었습니다. 리뷰가 적은 곳 중에도 동네 사람들이 꾸준히 찾는 식당이 있었고, 반대로 평점이 높은 곳은 이미 관광객이 많이 몰려 조용한 분위기와 거리가 멀 때도 있었습니다. 저는 별점보다 영업시간, 메뉴 사진, 최근 리뷰의 언어를 더 봤습니다. 태국어 리뷰가 꾸준히 있으면 한번 들어가 볼 만했습니다.

방콕여행을 조금 느리게 만드는 방법

방콕은 빠르게 소비하기 쉬운 도시입니다. 쇼핑몰은 크고, 야시장은 많고, 이동 앱은 편합니다. 그런데 조금만 느리게 움직이면 도시의 표정이 달라집니다. 하루에 유명 장소를 네 곳 넣는 대신, 한 동네를 오전과 저녁에 나눠 걸어보니 피로도 덜했고 기억도 선명했습니다.

제 기준으로는 사판탁신, 짜런끄룽, 톤부리, 아리의 주택가 골목이 비교적 좋았습니다. 아리는 이미 인기 있는 동네지만, 카페 거리 중심에서 벗어나면 조용한 주택가와 작은 밥집이 남아 있습니다. 다만 골목이 좁고 인도가 끊기는 곳이 있어 밝은 시간대에 걷는 편이 낫습니다. 방콕에서는 예쁜 길보다 안전하게 걸을 수 있는 길이 더 중요했습니다.

다음에 다시 방콕에 간다면, 저는 또 유명한 장소 몇 군데만 보고 나머지는 동네에 맡길 것 같습니다. 길을 잘못 들어도 편의점 하나쯤 나오고, 땀이 나면 작은 음료 가게가 있고, 생각보다 괜찮은 식당이 골목 끝에 있습니다. 방콕여행의 좋은 순간은 생각보다 낮은 목소리로 다가왔고, 저는 그런 조용한 장면들이 오래 남았습니다.

방콕여행에서 골목만 따라 걸어봤더니 보인 조용한 하루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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