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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골목을 일부러 천천히 걸어봤더니 보인 태국여행의 다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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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콕 골목을 일부러 천천히 걸어봤더니 보인 태국여행의 다른 얼굴

숙소 앞 골목에서 여행이 시작됐다

얼마 전 태국여행을 갔을 때, 나는 일부러 유명한 사원이나 야시장 근처가 아닌 동네 안쪽 숙소를 골랐다. 방콕 프라카농 역에서 걸어서 12분쯤 들어가는 골목이었는데, 관광객보다 출근하는 사람과 오토바이 택시 기사들이 더 많이 보이는 곳이었다. 처음엔 조금 심심한가 싶었다. 그런데 아침 7시가 지나자 골목 입구에 죽 파는 노점이 생기고, 초록색 앞치마를 한 아주머니가 얼음 든 타이티를 빠르게 내리기 시작했다.

태국여행이라고 하면 보통 왕궁, 왓아룬, 카오산로드, 짜뚜짝 시장을 먼저 떠올린다. 물론 그곳들도 충분히 아름답다. 다만 나는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 사진을 찍고 이동하는 여행보다, 어느 동네의 하루 리듬을 따라가 보는 시간이 더 오래 남았다. 40바트짜리 닭고기 죽 한 그릇을 먹고, 편의점 앞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는 것. 사실 그런 장면이 내겐 여행의 첫 장면에 가까웠다.

관광지 옆 한 정거장이 더 좋을 때가 있다

방콕에서 한적한 분위기를 찾고 싶다면 유명한 역 바로 앞보다 한두 정거장 옆을 보는 게 낫다. 예를 들어 아속이나 시암은 편하지만 늘 바쁘다. 대신 온눗, 프라카농, 아리의 안쪽 골목은 생활감이 훨씬 진하다. BTS 역에서 10분만 걸어도 빨래가 걸린 작은 주택, 동네 카페, 국수집, 과일 노점이 이어진다.

나는 온눗의 한 로컬 시장에서 점심을 먹은 적이 있다. 볶음밥 55바트, 수박 주스 35바트. 쇼핑몰 푸드코트보다 메뉴 설명은 적었지만, 그만큼 손님 대부분이 근처에 사는 사람들이었다. 테이블은 8개 정도였고, 점심시간이 지나자 금방 조용해졌다. 직원은 영어를 많이 하지 않았지만 손짓과 웃음으로 충분했다. 태국여행에서 꼭 필요한 말은 의외로 길지 않다. 메뉴를 가리키고, 숫자를 확인하고, 고맙다고 말하면 된다.

사람이 적은 시간도 장소만큼 중요했다

같은 장소라도 시간이 달라지면 완전히 다른 얼굴을 보여준다. 왓아룬 근처 강변은 해 질 무렵 사람이 몰리지만, 오전 8시대에는 훨씬 느슨하다. 치앙마이 올드타운도 오전 10시가 넘으면 투어 차량이 많아지는데, 아침 7시쯤 골목을 걸으면 사원 앞을 쓰는 사람들과 등교하는 학생들이 먼저 보인다.

내 기준으로 태국의 로컬 장소를 느끼기 좋은 시간은 오전 6시 30분부터 9시 사이, 그리고 오후 2시부터 4시 사이다. 낮의 뜨거움은 꽤 버겁지만, 이 시간대에는 유명 카페나 시장도 한산해지는 편이다. 특히 오후 3시 무렵 작은 카페에 들어가면 여행자보다 노트북을 켠 현지 직장인이나 동네 손님이 많았다. 에어컨 바람 아래에서 천천히 커피를 마시다 보면, 여기가 목적지가 아니라 잠깐 기대어 쉬는 장소처럼 느껴진다.

치앙마이에서는 골목의 속도가 더 느렸다

방콕이 생활의 밀도를 보여준다면, 치앙마이는 속도를 낮추는 법을 알려준다. 님만해민 중심가를 벗어나 산티탐 쪽으로 걸어가면 분위기가 금방 달라진다. 화려한 브런치 카페보다 동네 식당과 세탁소, 작은 사원, 오래된 게스트하우스가 더 많다. 길고양이가 낮잠 자는 골목, 간판이 반쯤 바랜 국숫집, 낮은 담장 너머로 보이는 화분들이 기억에 남았다.

산티탐의 한 국숫집에서는 돼지고기 국수를 50바트에 먹었다. 국물은 진했고, 테이블 위에는 설탕, 고춧가루, 식초, 피시소스가 놓여 있었다. 현지 손님들은 각자 익숙한 비율로 양념을 넣었다. 나는 처음엔 조심스럽게 넣었는데, 두 번째 방문 때는 식초를 조금 더했다. 그런 작은 변화가 이상하게 즐거웠다. 유명 맛집을 찾아간 건 아니었지만, 다시 가고 싶은 곳은 오히려 이런 식당이었다.

  • 방콕에서는 역에서 10~15분 떨어진 주거 골목을 걸어보기
  • 치앙마이에서는 님만 중심가보다 산티탐, 왓켓 쪽을 천천히 보기
  • 시장 방문은 오전 이른 시간이나 점심시간이 지난 뒤가 편함
  • 택시보다 도보와 썽태우, BTS를 섞으면 동네의 거리감이 보임

로컬 여행이 늘 낭만적이지만은 않다

솔직히 말하면, 사람 적은 태국여행이 항상 편한 건 아니다. 골목 안쪽 숙소는 밤에 들어갈 때 조금 어둡게 느껴질 수 있고, 로컬 식당은 메뉴판이 태국어뿐인 경우도 많다. 에어컨 없는 식당에서는 20분만 앉아 있어도 땀이 난다. 또 구글 지도 평점이 높아도 실제로는 휴무일이 바뀌어 닫혀 있는 경우가 있었다.

그래서 나는 하루 일정을 너무 빽빽하게 잡지 않는 편이다. 오전에 한 동네를 걷고, 점심 뒤에는 숙소나 카페에서 쉬었다가, 저녁에 가까운 시장만 다녀오는 식이다. 이동 시간을 포함해 하루 2곳 정도면 충분했다. 태국은 날씨와 교통이 여행의 속도를 꽤 크게 좌우한다. 그걸 무시하면 금방 지친다.

또 하나는 안전이다. 한적한 골목이 좋다고 해서 무조건 늦은 밤까지 걷는 건 권하지 않는다. 나는 해가 진 뒤에는 큰길 위주로 이동했고, 골목 안쪽은 오토바이 호출 앱을 썼다. 현금을 너무 많이 들고 다니지 않고, 작은 지폐를 나눠 넣어두는 것도 편했다. 이런 사소한 준비가 있어야 느슨한 여행이 불안해지지 않는다.

내가 다시 태국에 간다면

다시 태국여행을 간다면 유명한 장소를 완전히 빼지는 않을 것 같다. 다만 하루 중 가장 좋은 시간을 전부 관광지에 쓰지는 않을 생각이다. 아침은 동네 시장에서 먹고, 낮에는 조용한 골목 카페에서 쉬고, 해 질 무렵에 강변이나 사원을 잠깐 보는 정도. 그렇게 섞으면 여행이 훨씬 덜 피곤하다.

사람이 적은 장소를 찾아다닌다는 건 남들이 모르는 비밀 명소를 수집하는 일이 아니었다. 내게는 조금 덜 소비하고, 조금 더 머무는 방식에 가까웠다. 태국의 매력은 거창한 풍경에도 있지만, 플라스틱 의자에 앉아 얼음 든 커피를 마시는 10분에도 있다. 그 10분을 기억하는 여행이라면, 유명한 사진 한 장이 없어도 꽤 오래 마음에 남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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