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항공마일리지로 유명 도시 말고 조용한 동네를 골라봤더니

얼마 전 대한항공 앱에서 소멸 예정 마일리지를 보다가, 이상하게도 제일 먼저 떠오른 건 파리나 뉴욕 같은 큰 도시가 아니었습니다. 사람이 몰리는 전망대보다, 공항에서 조금 떨어진 동네 골목을 천천히 걷는 여행이 더 오래 남았거든요. 대한항공마일리지는 보통 ‘얼마나 아껴서 항공권을 끊느냐’로 이야기되지만, 저는 그보다 ‘어떤 속도의 여행을 만들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느꼈습니다.
마일리지가 넉넉하지 않아도 여행은 꽤 달라집니다. 보너스 항공권을 노려도 되고, 일반 항공권 결제 때 일부를 마일리지로 쓰는 캐시 앤 마일즈도 있습니다. 대한항공 안내 기준으로 캐시 앤 마일즈는 항공권 운임의 일부, 최대 30%까지 마일리지로 결제할 수 있는 방식이라 큰 결심 없이 짧은 여행을 만들 때 부담이 조금 줄어듭니다.
마일리지는 목적지보다 리듬을 먼저 정하게 했다
예전에는 마일리지가 생기면 무조건 멀리 가야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몇 번 다녀보니 꼭 그렇지는 않았습니다. 긴 비행 끝에 유명 관광지만 찍고 돌아오면, 사진은 많아도 몸이 먼저 지칩니다. 반대로 가까운 도시를 골라 숙소 주변 시장, 주택가 카페, 강변 산책로를 천천히 걸으면 그 도시의 일상이 훨씬 잘 보였습니다.
예를 들면 일본이나 대만처럼 비행 시간이 짧은 곳은 2박 3일에도 동네 여행이 가능합니다. 도쿄라면 시부야 한복판보다 고엔지나 니시오기쿠보 같은 생활권 동네를 잡고, 타이베이라면 메인역 근처보다 다다오청이나 융캉제 안쪽 골목을 걷는 식입니다. 유명한 장소를 완전히 피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하루에 한두 곳만 보고, 나머지는 길 위에 남겨두면 여행의 밀도가 달라집니다.
대한항공마일리지 쓸 때 먼저 보는 세 가지
저는 마일리지로 여행을 잡을 때 항공권 가격표보다 먼저 보는 게 있습니다. 첫째는 도착 시간입니다. 아무리 마일리지 조건이 좋아도 밤늦게 도착해 택시로만 이동해야 하면, 첫날의 느낌이 흐려집니다. 조용한 동네 여행은 대중교통으로 숙소까지 들어가는 길부터 시작되는 경우가 많아서 그렇습니다.
둘째는 공항에서 동네까지의 거리입니다. 공항에서 1시간 안팎으로 닿는 동네는 짧은 일정에 특히 좋습니다. 이동이 줄면 카페에 앉아 있는 시간, 작은 서점에 들르는 시간, 아무 목적 없이 걷는 시간이 생깁니다. 사실 그런 시간이 여행을 여행답게 만듭니다.
셋째는 성수기 여부입니다. 보너스 좌석은 원하는 날짜에 늘 남아 있지 않고, 성수기에는 필요한 마일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래서 저는 날짜를 먼저 고정하기보다 ‘이 달 안에서 조용히 다녀올 수 있는 주중 출발’을 찾습니다. 금요일 밤 출발보다 화요일 오전 출발이 더 느슨했던 적이 많았습니다.
마일리지로 고른 여행은 숙소 위치가 반이다
항공권을 마일리지로 아꼈다면, 그다음은 숙소 위치에 조금 더 신경 씁니다. 비싼 호텔을 고르라는 말은 아닙니다. 오히려 역에서 한두 정거장 벗어난 주거지 근처 작은 숙소가 더 잘 맞을 때가 많았습니다. 아침에 문을 열고 나갔을 때 출근하는 사람들, 갓 문 연 빵집, 빨래가 걸린 골목이 보이면 여행이 갑자기 가까워집니다.
한 번은 오사카에 갔을 때 난바 한가운데를 피해서 조금 조용한 동네에 묵었습니다. 밤에는 상점들이 일찍 닫았고, 골목에는 자전거 소리만 가끔 지나갔습니다. 관광지 접근성은 10분쯤 손해였지만, 대신 매일 아침 같은 커피집에서 같은 자리에 앉을 수 있었습니다. 그런 기억은 이상하게 오래 갑니다.
- 첫날은 숙소 반경 1km 안에서만 걷기
- 유명 맛집보다 동네 사람들이 들어가는 식당 고르기
- 큰 쇼핑몰보다 시장, 공원, 작은 서점 먼저 보기
- 돌아오는 날 오전에는 일정을 비워두기
소멸 예정 마일리지도 작은 여행의 핑계가 된다
대한항공마일리지는 2008년 7월 1일 이후 적립분 기준으로 탑승일 또는 적립일로부터 10년이 되는 해의 12월 31일까지 사용할 수 있다고 안내되어 있습니다. 그래서 한 번쯤은 앱에서 소멸 예정 마일리지를 확인해두는 게 좋습니다. 생각보다 애매하게 남은 마일리지가 있을 때가 많습니다.
그럴 때 꼭 장거리 보너스 항공권만 기다릴 필요는 없습니다. 보너스 좌석이 맞으면 좋고, 아니면 캐시 앤 마일즈처럼 일부를 덜어내는 방식도 현실적입니다. 물론 실제 사용 가치는 노선, 시즌, 좌석 상황에 따라 달라집니다. 그래서 저는 ‘최고 효율’을 찾느라 몇 달을 보내기보다, 내 체력과 일정에 맞는 여행을 만드는 쪽을 택하는 편입니다.
마일리지는 숫자라서 자꾸 계산하게 됩니다. 그런데 여행은 계산만으로 남지 않습니다. 조용한 역 앞에서 산 따뜻한 음료, 지도에 표시도 안 해둔 골목, 별일 없이 지나간 오후 같은 것들이 더 선명할 때가 있습니다. 대한항공마일리지를 그런 하루로 바꿀 수 있다면, 저는 꽤 괜찮은 사용법이라고 생각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