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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을 평일 오전에 걸어봤더니, 관광지보다 오래된 골목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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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명동굴을 평일 오전에 걸어봤더니, 관광지보다 오래된 골목 같았다

얼마 전 광명동굴에 다녀왔는데, 생각보다 ‘큰 관광지’라는 느낌보다 오래된 동네의 속을 잠깐 들여다본 기분이 먼저 남았다. 이름만 들으면 조명 많은 동굴, 와인 저장고, 가족 나들이 장소가 먼저 떠오르지만, 평일 오전에 천천히 걸어보니 그보다 더 오래된 시간이 보였다. 사람이 몰리는 구간을 조금만 비켜서면 발소리와 물소리가 꽤 선명하게 들린다.

평일 오전의 광명동굴은 속도가 느렸다

광명동굴은 원래 시흥광산으로 불렸던 곳이다. 1912년부터 광산으로 쓰였고, 1972년에 폐광된 뒤 한동안 새우젓 저장고로도 사용됐다고 한다. 지금은 관광지로 잘 다듬어졌지만, 안으로 들어가면 벽면의 거친 결이나 낮은 온도 때문에 ‘만들어진 공간’보다 ‘남겨진 공간’이라는 느낌이 강하다.

내가 간 시간은 평일 오전 10시쯤이었다. 주차장에는 차가 꽤 있었지만, 동굴 안은 줄을 서서 밀려 걷는 정도는 아니었다. 주말 오후라면 분위기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 광명동굴은 가족 단위 방문객이 많고, 여름에는 특히 피서지처럼 찾는 사람이 늘어난다. 그래서 조용한 시간을 원한다면 개장 직후나 점심 전 시간이 훨씬 낫다.

  • 사람이 비교적 적은 시간대: 평일 오전, 비 오는 날, 방학 전후의 애매한 시기
  • 피하고 싶은 시간대: 주말 오후 1시부터 4시 사이
  • 안쪽 체감 온도: 대체로 12도 안팎이라 여름에도 얇은 겉옷이 편하다

화려한 조명보다 벽의 질감이 더 오래 남았다

광명동굴은 길게 이어지는 통로마다 테마가 있다. 빛의 공간, 황금길, 와인동굴처럼 사진 찍기 좋은 구간도 많다. 그런데 솔직히 나는 조명이 강한 곳보다, 조명이 조금 덜 닿는 벽 쪽이 더 좋았다. 손으로 만질 수는 없지만, 삽과 곡괭이가 지나갔을 것 같은 흔적이 눈에 걸린다.

총 갱도 길이가 약 7.8km에 이르고, 일반 관람으로 걸을 수 있는 구간은 그중 일부다. 숫자로 들으면 감이 잘 안 오는데, 막상 안에 들어가면 ‘이 아래에 이렇게 큰 빈 공간이 있었구나’ 싶다. 광명이라는 도시는 서울 옆의 생활권으로만 생각하기 쉽지만, 동굴 안에서는 도시의 표정이 조금 달라진다. 아파트와 도로 아래에 광산의 시간이 겹쳐 있다는 사실이 묘하게 현실적이다.

사진은 입구보다 중간 이후가 편했다

입구 쪽은 사람들이 한 번씩 멈춰 서서 사진을 찍는다. 그래서 조용한 장면을 남기고 싶다면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간 뒤 기다리는 편이 좋다. 몇 분만 서 있어도 앞뒤 간격이 벌어진다. 특히 좁은 통로에서는 서두르지 않는 게 좋다. 뒤에서 오는 사람이 있으면 비켜서고, 다시 걸으면 된다. 관광지에서도 그런 작은 속도 조절이 여행의 분위기를 바꾼다.

가는 길은 어렵지 않지만, 동네로 들어가는 느낌이 있다

대중교통으로 간다면 지하철 7호선 철산역이나 KTX 광명역 쪽에서 버스를 이어 타는 방식이 보통이다. 차로 가면 주차장이 있어 편하지만, 주말에는 들어가는 길부터 속도가 느려질 수 있다. 나는 광명역 쪽에서 이동했는데, 대형 쇼핑몰과 도로를 지나 산 쪽으로 가까워질수록 풍경이 조금씩 바뀌었다.

재미있는 건 광명동굴이 완전히 외딴 자연 속에 있는 장소는 아니라는 점이다. 주변에는 광명업사이클아트센터, 라스코전시관 같은 시설이 붙어 있고, 조금만 이동하면 광명전통시장이나 철산동 골목으로 이어진다. 그래서 동굴만 보고 바로 돌아오기보다, 반나절 정도 느슨하게 잡는 편이 더 어울린다.

  • 동굴 관람 시간: 천천히 걸으면 약 1시간 20분에서 2시간
  • 함께 묶기 좋은 곳: 광명전통시장, 철산동 오래된 식당가, 안양천 산책길
  • 준비물: 얇은 겉옷, 미끄럽지 않은 신발, 작은 물병

붐비는 관광지 안에서도 한적한 순간은 있었다

광명동굴을 숨은 장소라고 부르기는 어렵다. 이미 많이 알려졌고, 시설도 잘 갖춰져 있다. 그런데 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하는 입장에서도 완전히 제외할 곳은 아니었다. 중요한 건 어디를 가느냐보다 언제, 어떤 속도로 걷느냐에 가까웠다.

예를 들면 와인동굴 쪽은 사람들이 오래 머무는 편이고, 조명이 화려한 공간은 사진 줄이 생기기도 한다. 반대로 이동 통로의 중간, 물이 고인 벽면 근처, 안내판 사이의 짧은 구간은 의외로 조용하다. 모두가 목적지를 향해 지나가는 자리라서 오히려 잠깐 멈춰 서기 좋았다. 나는 그런 틈에서 광명동굴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동굴 밖의 시간이 더 로컬했다

관람을 끝내고 바로 차로 빠져나오면 광명동굴은 그냥 잘 만든 관광지로 남는다. 근데 버스 정류장 쪽으로 천천히 내려오거나, 광명시장 쪽으로 이동해 늦은 점심을 먹으면 인상이 달라진다. 시장 골목의 국수집, 오래된 분식집, 낮술을 마시는 동네 어르신들 사이로 들어가면 동굴에서 봤던 광산의 시간이 지금의 생활과 이어지는 느낌이 있다.

나는 이런 식의 여행이 좋다. 유명한 장소를 완전히 피하는 게 아니라, 그 장소의 가장 붐비는 표정을 살짝 비켜서 보는 것. 광명동굴도 그랬다. 반짝이는 조명보다 차가운 공기, 안내 방송보다 천천히 울리는 발소리, 그리고 동굴 밖으로 나왔을 때 갑자기 밝아지는 동네의 오후가 더 오래 남았다.

광명동굴을 평일 오전에 걸어봤더니, 관광지보다 오래된 골목 같았다 - 요약
광명동굴을 평일 오전에 걸어봤더니, 관광지보다 오래된 골목 같았다 | 커먼플레이스 : https://commonplace.kr/9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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