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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부여행에서 유명한 전망대 대신 동네 골목을 걸어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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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서부여행에서 유명한 전망대 대신 동네 골목을 걸어봤더니

샌프란시스코의 아침은 관광지보다 세탁소 앞이 더 오래 남았다

얼마 전 미국서부여행을 다녀왔는데, 이상하게도 사진첩에서 자꾸 다시 보게 되는 건 금문교보다 동네 세탁소 앞 풍경이었다. 샌프란시스코에 도착한 첫날, 피셔맨스 워프 쪽은 사람도 많고 바람도 거칠어서 오래 머물기 어려웠다. 그래서 다음 날 아침에는 버스를 타고 리치먼드 디스트릭트 쪽으로 갔다. 중심가에서 30분 정도 떨어진 동네인데, 관광버스는 거의 보이지 않고 장 보러 나온 사람들, 개 산책시키는 주민들, 아직 문을 반쯤만 연 카페들이 천천히 하루를 시작하고 있었다.

그 동네에서 가장 좋았던 건 특별한 명소가 아니라 클레멘트 스트리트 주변이었다. 중국 식료품점과 작은 베이커리, 오래된 약국, 동네 식당이 이어져 있는데 간판이 화려하지 않아서 더 편했다. 커피 한 잔은 4달러대, 간단한 딤섬은 6~8달러 정도였고, 관광지 근처보다 훨씬 덜 붐볐다. 솔직히 영어보다 여러 언어가 섞여 들리는 순간이 더 여행 같았다. 어디를 보러 왔다기보다 잠깐 이 동네에 섞여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해변보다 주택가 골목이 조용했다

LA에 가면 대부분 산타모니카나 할리우드를 먼저 떠올리지만, 막상 직접 걸어보니 그쪽은 에너지가 너무 컸다. 사람 구경은 재미있지만 오래 있으면 조금 지친다. 그래서 하루는 로스펠리즈와 실버레이크 사이를 걸었다. 지하철과 버스를 섞으면 다운타운 기준으로 35~45분 정도 걸리고, 차 없이도 천천히 다닐 만했다.

로스펠리즈의 좋은 점은 풍경이 갑자기 바뀐다는 데 있었다. 큰길에는 브런치 가게와 서점이 있고, 한 블록만 들어가면 낮은 집들과 나무 그늘이 이어진다. 담장 너머로 레몬나무가 보이고, 오래된 차가 길가에 서 있고, 오후 3시쯤에는 골목이 아주 조용해진다. 유명한 카페 앞에는 줄이 조금 있었지만, 두 블록 떨어진 작은 카페는 노트북을 펼친 동네 사람 몇 명뿐이었다. 라떼 한 잔을 들고 창가에 앉아 있으니 LA가 영화 속 도시라기보다 생활이 계속되는 넓은 동네처럼 느껴졌다.

걸을 때는 큰길 하나를 기준으로 잡는 게 편했다

미국서부여행에서 동네 골목을 걸을 때는 목적지를 너무 촘촘히 잡지 않는 편이 낫다. 길이 넓고 블록이 커서 지도상 10분 거리도 체감상 더 길게 느껴질 때가 많다. 나는 보통 큰길 하나를 기준으로 삼고, 그 주변으로 3~4블록 정도만 천천히 돌았다. 예를 들면 로스펠리즈에서는 버몬트 애비뉴를 기준으로 잡고, 실버레이크에서는 선셋 불러바드에서 너무 멀리 벗어나지 않았다. 그러면 길을 잃을 걱정이 줄고, 버스나 차량 호출도 비교적 쉽다.

라스베이거스의 진짜 조용함은 스트립 밖에 있었다

라스베이거스는 처음부터 기대를 조금 낮추고 갔다. 화려한 호텔과 쇼, 카지노가 도시의 얼굴인 건 맞지만, 나는 오래 있으면 금방 피곤해지는 편이다. 그래서 스트립을 한 바퀴 본 다음 날에는 아츠 디스트릭트 쪽으로 갔다. 스트립에서 차로 15분 안팎, 버스로는 25분 정도 걸렸다. 네온사인 대신 낮은 건물, 벽화, 빈티지 숍, 동네 바가 이어지는 지역이었다.

평일 낮의 아츠 디스트릭트는 생각보다 한산했다. 문을 연 가게도 있고 아직 닫힌 가게도 있어서 리듬이 느렸다. 중고 소품 가게에서는 오래된 엽서와 호텔 키 태그를 팔고 있었고, 작은 갤러리에서는 지역 작가의 그림을 조용히 걸어두고 있었다. 스트립에서는 20달러가 훌쩍 넘는 식사가 흔했는데, 이쪽에서는 12~16달러 정도로 가벼운 점심을 먹을 수 있었다. 화려함을 기대하면 심심할 수 있지만, 도시가 잠깐 숨을 고르는 면을 보고 싶다면 이 시간이 꽤 좋다.

사막 도시에서는 해 질 무렵 동네 공원이 기억에 남았다

미국서부여행의 장점은 도시와 자연의 간격이 가깝다는 점이다. 그런데 유명 국립공원만 바라보면 이동 시간이 너무 길어진다. 그래서 일정 중 하루는 큰 욕심을 내지 않고 팜스프링스의 동네 공원과 주택가를 걸었다. 낮에는 햇빛이 강해서 오래 걷기 어렵고, 오후 5시 이후가 훨씬 편했다. 건물 그림자가 길어지고, 야자수가 바람에 흔들리고, 차 소리도 줄어든다.

팜스프링스에서는 무조건 멋진 호텔을 찾아다니기보다 동네 슈퍼마켓에 들러 물과 과일을 사고, 근처 벤치에 앉아 있는 시간이 좋았다. 1리터 물은 2달러 안팎, 작은 과일 컵은 5달러 정도였다. 별것 아닌데 여행 중에는 이런 가격과 동선이 꽤 중요하다. 매번 레스토랑에 들어가면 돈도 들고 몸도 무거워지니까, 어느 날은 이렇게 가볍게 보내는 편이 오래 기억에 남는다.

  • 오전에는 주택가와 카페가 있는 동네를 걷고, 낮에는 실내나 차량 이동을 넣는 편이 편했다.
  • 구글맵 평점보다 최근 리뷰의 시간대와 혼잡도를 같이 보는 게 실제 분위기에 더 가까웠다.
  • 한적한 동네일수록 해가 진 뒤에는 이동 수단을 미리 생각해두는 게 좋았다.

유명하지 않은 길을 고르면 여행의 속도가 달라진다

이번 미국서부여행에서 크게 느낀 건, 덜 알려진 장소가 꼭 더 멋지다는 뜻은 아니라는 점이다. 다만 그곳에서는 내가 조금 덜 서두르게 된다. 줄을 서야 한다는 압박도 없고, 같은 각도의 사진을 찍어야 할 것 같은 마음도 줄어든다. 대신 빵집 문 앞의 냄새, 버스 정류장 옆 벽보, 오래된 주유소 간판 같은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샌프란시스코에서는 리치먼드의 아침이, LA에서는 로스펠리즈의 오후가, 라스베이거스에서는 아츠 디스트릭트의 낮은 건물들이 오래 남았다. 유명 관광지를 완전히 피할 필요는 없다. 처음 가는 도시라면 대표적인 장소도 한 번쯤 보는 게 자연스럽다. 다만 하루 일정 중 2~3시간 정도는 동네를 걷는 시간으로 비워두면 여행의 표정이 달라진다. 내게 미국 서부는 거대한 도로와 붉은 사막만 있는 곳이 아니라, 누군가 매일 장을 보고 커피를 마시고 퇴근하는 골목들이 이어진 곳으로 남았다.

미국서부여행에서 유명한 전망대 대신 동네 골목을 걸어봤더니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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