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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렌터카로 골목길만 따라가봤더니 보였던 조용한 제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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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도렌터카로 골목길만 따라가봤더니 보였던 조용한 제주

공항을 벗어나자마자 속도가 달라졌다

얼마 전 제주에 갔을 때는 유명한 해변 이름을 하나도 일정표에 적지 않았다. 대신 제주도렌터카를 빌려서 공항에서 20분쯤 떨어진 동네 길부터 천천히 돌아보기로 했다. 예전에는 버스 시간을 맞추느라 마음이 자꾸 급했는데, 차가 있으니 이상하게도 더 천천히 움직이게 됐다. 가고 싶은 곳보다 멈추고 싶은 곳을 따라가는 여행이 가능해졌달까.

렌터카를 받는 데 걸린 시간은 평일 오전 기준으로 25분 정도였다. 셔틀을 타고 이동하고, 면허 확인하고, 외관 사진을 찍는 시간까지 포함해서 그 정도였다. 성수기에는 이보다 훨씬 길어질 수 있어서, 첫 일정은 무조건 느슨하게 잡는 편이 좋다. 솔직히 제주에서 첫날부터 시간표에 쫓기면 그 여행은 꽤 피곤해진다.

이번에 내가 잡은 기준은 단순했다. 주차장이 너무 크지 않은 곳, 단체 관광버스가 잘 들어오지 않는 곳, 그리고 길가에 오래 앉아 있어도 이상하지 않은 동네. 제주도렌터카가 있으면 이런 기준으로 움직이기가 편하다. 목적지를 찍고 달리는 것보다, 가는 길의 표정을 보는 데 더 잘 맞는 이동수단이었다.

제주도렌터카가 편했던 순간과 불편했던 순간

차가 있으면 확실히 동선이 넓어진다. 제주시에서 한림 쪽 작은 포구까지는 35~45분 정도, 서귀포 구시가지에서 남원읍 조용한 해안도로까지는 30분 안팎이면 닿았다. 버스로도 갈 수는 있지만 배차 간격이 30분을 넘는 구간이 많아서, 한적한 장소를 여러 군데 엮어 다니기에는 렌터카가 훨씬 현실적이었다.

그런데 편한 만큼 조심할 것도 있었다. 제주 동네 골목은 생각보다 폭이 좁고, 밭담 옆길은 마주 오는 차를 만나면 살짝 긴장된다. 특히 해 질 무렵에는 사람보다 오토바이, 농기계, 산책하는 주민이 갑자기 보일 때가 있다. 내비게이션이 빠른 길이라고 안내해도 실제로는 주민들이 쓰는 생활도로인 경우가 많았다. 그럴 때는 조금 돌아가더라도 큰길을 택하는 게 마음이 편했다.

  • 공항 도착 직후 일정은 최소 1시간 여유 두기
  • 렌터카 인수 전 외관과 휠 사진은 밝을 때 찍기
  • 골목 주차보다 공영주차장 이용하기
  • 해안도로에서는 풍경보다 속도부터 줄이기

사실 제주도렌터카를 고를 때 가격만 보면 아쉬운 일이 생긴다. 하루 몇천 원 차이보다 보험 범위, 인수 장소, 반납 시간, 차량 연식이 더 크게 느껴질 때가 많다. 특히 좁은 길을 많이 다닐 예정이라면 큰 SUV보다 소형차나 준중형차가 편했다. 짐이 아주 많지 않다면 작은 차가 오히려 제주 골목과 잘 맞는다.

관광지 대신 들른 동네의 장면들

첫날 오후에는 애월의 유명 카페 거리를 지나쳤다. 주차장 입구부터 차가 길게 이어져 있어서 그냥 조금 더 달렸다. 그렇게 도착한 작은 포구에는 낚싯대를 접는 아저씨 두 명과 고양이 한 마리가 있었다. 바다는 같은 제주 바다인데, 소리가 달랐다. 음악도 없고, 사진 줄도 없고, 파도 치는 소리와 방파제에 부딪히는 바람만 있었다.

제주도렌터카로 다니다 보면 이런 우회가 쉬워진다. 목적지가 별로면 10분 더 가면 되고, 마음에 들면 차 안에 겉옷을 두고 천천히 걸으면 된다. 나는 작은 슈퍼 앞에 차를 세워 물 하나를 사고, 동네 어르신들이 앉아 있는 평상 근처를 지나 바닷가로 걸었다. 그때 봤던 장면이 아직도 오래 남아 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좋은 풍경이라기보다, 내가 잠깐 빌려 본 일상 같았다.

서귀포 쪽에서는 관광객이 많은 폭포 주변 대신 오래된 시장 뒤편 골목을 걸었다. 낮 3시쯤이라 붐비는 시간도 아니었고, 문 열린 식당에서는 멸치국물 냄새가 났다. 렌터카는 근처 공영주차장에 세웠다. 1시간에 1,000원 안팎인 곳이 많아서 부담이 크지 않았다. 골목 안까지 차를 밀고 들어가지 않으니 걷는 동안 마음도 훨씬 가벼웠다.

한적한 제주를 원한다면 동선은 짧게

제주 여행에서 가장 자주 하는 실수가 하루에 동쪽과 서쪽을 다 넣는 것이다. 지도에서는 가까워 보여도 실제로는 왕복 2시간이 쉽게 사라진다. 제주도렌터카가 있다고 해서 섬 전체가 작아지는 건 아니다. 오히려 차가 있으니 더 많이 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여행이 운전으로만 채워질 때가 있다.

나는 이번에 하루 이동 거리를 80km 안팎으로 잡았다. 오전에는 숙소 근처 동네를 걷고, 점심 뒤에 30분 정도 떨어진 바닷가나 숲길로 가는 식이었다. 그렇게 하니 운전 피로가 훨씬 적었다. 특히 비 오는 날에는 더 그랬다. 와이퍼 소리 들으며 낯선 도로를 오래 달리는 건 생각보다 에너지를 많이 쓴다.

내가 괜찮다고 느낀 동선 방식

  • 제주시 숙소라면 조천, 구좌 일부, 한림 중 한 방향만 잡기
  • 서귀포 숙소라면 남원, 표선, 중문 중 한 권역만 고르기
  • 오름은 한 곳만 오르고, 나머지는 동네 산책으로 남기기
  • 해 질 무렵에는 숙소에서 30분 이내 거리로 돌아오기

이 방식이 조금 심심해 보일 수도 있다. 근데 제주에서는 심심한 시간이 오히려 좋았다. 차창 밖으로 귤밭이 지나가고, 낮은 돌담이 이어지고, 편의점 앞에서 커피를 마시는 시간이 여행의 한 장면이 됐다. 유명한 장소를 덜 찍어도 제주를 덜 본 느낌은 아니었다.

렌터카가 만든 여백, 그리고 조심스러움

제주도렌터카는 한적한 여행에 꽤 잘 맞는다. 다만 차가 있다는 이유로 아무 곳에나 들어가고, 아무 곳에나 세워도 된다는 뜻은 아니다. 로컬 장소일수록 그곳은 누군가의 집 앞이고 생활 반경이다. 사진이 예쁘게 나오는 골목이라도 대문 앞 주차는 피하고, 작은 포구에서는 작업 차량 자리를 비워두는 게 기본이라고 느꼈다.

이번 여행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은 이름난 전망대가 아니었다. 비가 잠깐 그친 뒤, 차를 세워두고 아무도 없는 해안 산책로를 15분쯤 걸었을 때였다. 젖은 현무암 냄새가 올라오고, 멀리서 트럭 한 대가 천천히 지나갔다. 그런 장면은 급하게 다니면 잘 보이지 않는다.

제주도렌터카를 빌린다면 더 많은 곳을 보기보다 덜 서두르는 쪽으로 써보는 게 좋겠다. 목적지는 두세 곳이면 충분하고, 중간에 마음이 가는 길이 나타나면 잠깐 멈추면 된다. 제주가 가진 조용한 얼굴은 대개 그런 틈에서 나타났다. 나는 다음에도 아마 유명한 이름보다 작은 동네 이름을 먼저 지도에 찍게 될 것 같다.

제주도렌터카로 골목길만 따라가봤더니 보였던 조용한 제주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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