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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을 골목으로 걸어봤더니, 관광지보다 오래 남은 동네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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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여행을 골목으로 걸어봤더니, 관광지보다 오래 남은 동네들

성수역 뒤편에서 조금 느린 서울을 만났다

얼마 전 성수동을 다시 걸었는데, 사람들이 몰리는 카페 거리에서 두 블록만 벗어나도 서울의 표정이 꽤 달라졌다. 큰 간판과 줄 서는 가게가 사라지고, 낡은 철문을 반쯤 열어둔 공장과 점심 장사를 끝낸 작은 식당들이 조용히 남아 있었다.

성수역 3번 출구에서 나와 연무장길 쪽으로 바로 가지 않고, 뚝섬역 방향의 좁은 골목을 따라 걸었다. 주말 오후 2시쯤이었는데 메인 거리에는 사람이 많았지만, 이쪽 골목은 10분을 걸어도 마주친 사람이 스무 명이 채 안 됐다. 사실 숫자로 따지면 별것 아닌 차이 같아도, 여행의 밀도는 이런 데서 확 바뀐다.

이 동네의 좋은 점은 무언가를 꼭 사지 않아도 된다는 것이다. 창고 건물 벽에 남은 페인트 자국, 납품 트럭이 지나간 뒤 잠깐 생기는 먼지 냄새, 오래된 분식집 유리문에 붙은 손글씨 메뉴 같은 것들이 괜히 발걸음을 붙잡는다. 성수동이 요즘 너무 붐빈다고 느꼈다면, 유명한 가게 이름을 따라가기보다 골목의 속도를 따라가면 조금 다른 서울여행이 된다.

서촌의 아침 골목은 생각보다 조용했다

서촌은 많이 알려진 동네라 한적하다고 말하기 망설여지지만, 시간대를 바꾸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나는 평일 오전 9시 30분쯤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나와 통인시장 뒤쪽 골목으로 들어갔다. 점심 전이라 가게 문은 천천히 열리고 있었고, 관광객보다 장을 보러 나온 동네 어르신들이 더 눈에 띄었다.

특히 누하동과 옥인동 사이의 낮은 골목은 걸음이 급해지지 않는다. 한옥 처마와 다세대주택, 작은 작업실이 어깨를 맞대고 있어서 서울이 오래된 방식으로 숨 쉬는 느낌이 있다. 북촌처럼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이 몰려 있지도 않고, 익선동처럼 음악 소리가 겹쳐 들리지도 않았다.

걷기 좋은 길

  • 경복궁역 2번 출구에서 통인시장 뒤쪽으로 이동
  • 누하동 골목을 따라 옥인길 방향으로 천천히 걷기
  • 수성동계곡 입구까지 이어서 올라가면 약 40분 정도 걸린다

수성동계곡은 이름만 들으면 꽤 깊은 자연을 기대하게 되지만, 실제로는 동네 끝에 놓인 작은 쉼터에 가깝다. 그래서 더 좋았다. 물소리가 크지 않고, 앉을 곳도 많지 않다. 대신 인왕산 자락과 동네 지붕이 한눈에 들어오는데, 그 장면이 서울 중심부라는 사실을 잠깐 잊게 만든다.

망원동은 시장보다 강변 쪽이 오래 남는다

망원동에 가면 대부분 망원시장부터 떠올린다. 나도 예전에는 그랬다. 그런데 몇 번 다녀보니 내 기억에 더 오래 남은 곳은 시장 안의 음식보다 망원유수지와 한강 쪽으로 이어지는 길이었다. 시장에서 간단히 김밥이나 떡볶이를 사서 성산초등학교 방향으로 빠지면, 북적임이 금방 뒤로 밀린다.

망원역 2번 출구에서 한강공원까지는 걸어서 20분 남짓이다. 아주 특별한 길은 아니다. 동네 빌라, 세탁소, 작은 미용실, 자전거를 세워둔 담벼락이 이어진다. 그런데 서울여행에서 이런 보통의 풍경을 일부러 걷는 일이 의외로 드물다. 우리는 자꾸 목적지에 빨리 도착하려고만 하니까.

망원유수지 근처에 도착하면 공기가 조금 넓어진다. 축구장과 산책로가 있고, 저녁 무렵에는 반려견과 걷는 주민들이 많다. 유명한 전망대나 포토존은 없지만, 벤치에 앉아 있으면 동네의 생활 리듬이 천천히 보인다. 솔직히 이런 시간이 여행의 사치처럼 느껴질 때가 있다.

해방촌의 언덕은 천천히 걸을 때 좋다

해방촌은 경리단길과 함께 묶여 이야기되곤 하지만, 나는 신흥시장 뒤편 언덕길이 더 좋았다. 녹사평역에서 올라가면 꽤 숨이 차다. 지도 앱으로 보면 짧아 보여도 실제로는 경사가 제법 있어서, 여름 한낮보다는 늦은 오후가 낫다.

신흥시장은 아주 큰 시장이 아니다. 몇몇 가게가 새로 들어오면서 분위기가 바뀌었지만, 여전히 골목 안쪽에는 오래된 간판과 낮은 천장이 남아 있다. 내가 갔던 평일 오후에는 열린 가게보다 닫힌 셔터가 더 많았다. 처음엔 조금 허전했는데, 그 허전함 덕분에 공간이 더 선명하게 보였다.

언덕 위로 조금 더 올라가면 남산타워가 갑자기 가까워진다. 명동이나 남산 케이블카 쪽에서 보는 풍경과는 다르다. 이곳에서는 빨래가 걸린 베란다, 작은 옥상, 전봇대 사이로 남산이 끼어든다. 관광지의 서울보다 생활 속 서울에 더 가까운 장면이다.

사람 적은 서울여행을 고르는 내 방식

서울에서 한적한 장소를 찾는 건 완전히 비어 있는 곳을 찾는 일이 아니다. 이 도시는 늘 누군가의 생활이 이어지는 곳이라, 아무도 없는 풍경을 기대하면 금방 실망한다. 대신 붐비는 방향에서 한두 골목 비껴나거나, 사람들이 몰리기 전의 시간대를 고르면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 주말보다 평일 오전을 고른다
  • 맛집 이름보다 지하철 출구와 골목 방향을 먼저 본다
  • 시장이나 유명 거리에서는 뒤편 주택가 길을 함께 걷는다
  • 카페 한 곳에 오래 앉기보다 30분 정도 느리게 이동한다

개인적으로 서울여행의 매력은 거창한 장면보다 작은 전환에 있다고 느낀다. 시끄러운 거리에서 모퉁이를 돌았을 뿐인데 갑자기 조용해지고, 높은 빌딩 사이를 지나온 뒤 낮은 지붕들이 보이는 순간이 있다. 그런 순간을 만나면 멀리 떠나지 않아도 여행이 꽤 깊어진다.

다음에 서울을 걷는다면 이름난 장소 하나쯤은 일부러 지나쳐도 괜찮겠다. 대신 지하철역에서 목적지까지 가장 빠른 길 말고, 조금 돌아가는 골목을 골라 걷는 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을 때가 많다. 서울은 아직도 그런 식으로 천천히 보여주는 얼굴이 많은 도시다.

서울여행을 골목으로 걸어봤더니, 관광지보다 오래 남은 동네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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