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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10주년 여행길에 골목 횟집을 찾아가봤더니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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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깨비 10주년 여행길에 골목 횟집을 찾아가봤더니 남은 것들

얼마 전 강릉 바닷가 골목을 걷다가, 드라마 도깨비가 벌써 10주년 이야기를 듣는다는 말에 괜히 시간이 빠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명한 촬영지는 여전히 사진 찍는 사람들로 붐비지만, 저는 그런 곳에서 조금만 벗어난 골목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 바다를 보러 갔다가 결국 마음에 남은 건 작은 횟집의 불빛, 젖은 골목 냄새, 그리고 사장님이 툭 던진 말 한마디였다.

촬영지보다 조금 늦게 걷는 길

도깨비를 떠올리면 많은 사람이 주문진 방파제를 먼저 말한다. 실제로 그 주변은 평일 낮에도 사람들이 꽤 있다. 사진 한 장을 위해 줄이 생기고,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에도 같은 구도로 휴대폰을 드는 장면이 이어진다. 저도 잠깐 서 있긴 했다. 그런데 오래 머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큰길을 따라 걷다가 일부러 바다와 조금 멀어지는 골목으로 들어갔다. 관광객이 몰리는 해변에서 600m쯤 벗어났을 뿐인데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카페 간판은 줄고, 생선 상자와 고무장화가 보였다. 평일 오후 4시쯤이라 그런지 식당들도 한산했고, 문을 반쯤 열어둔 횟집 안에서는 TV 소리만 작게 흘러나왔다.

사실 이런 순간이 좋다. 여행지인데도 여행지처럼 꾸미지 않은 곳. 누군가에게는 그냥 장 보러 가는 길이고, 누군가에게는 퇴근 후 소주 한 잔 마시는 자리인 곳. 도깨비 10주년 여행이라는 이름으로 왔지만, 막상 발걸음은 드라마의 장면보다 동네의 리듬을 따라가고 있었다.

간판이 낡은 횟집에 들어갔다

제가 들어간 횟집은 바다 바로 앞의 커다란 식당이 아니었다. 네온 간판 일부가 흐릿했고, 유리문에는 오래된 메뉴판이 붙어 있었다. 광어, 우럭, 도다리 같은 익숙한 이름들. 가격은 2인 기준으로 5만 원대부터 시작했고, 혼자 온 손님에게는 회덮밥이나 물회도 가능하다고 했다. 저는 혼자였기 때문에 회덮밥 하나와 매운탕 작은 냄비를 부탁했다.

안쪽 테이블은 6개 정도였다. 손님은 동네 분으로 보이는 두 팀뿐. 한 테이블에서는 낮술을 마시고 있었고, 다른 쪽에서는 일을 마친 듯한 남자 두 분이 조용히 밥을 먹고 있었다. 관광지 식당 특유의 빠른 회전이나 큰 안내 멘트는 없었다. 물은 셀프인지 아닌지 몰라 두리번거리자 사장님이 웃으면서 “그냥 앉아 있으면 돼요”라고 했다.

회덮밥은 화려하지 않았다. 상추, 깻잎, 오이, 김가루, 그리고 꽤 도톰하게 썬 회가 올라갔다. 초장은 따로 나왔다. 저는 그게 좋았다. 처음부터 비벼져 있지 않으니 회 맛이 조금 더 살아 있었다. 매운탕은 작은 냄비였지만 생선 뼈가 제법 들어 있었고, 국물은 칼칼하기보다 맑은 쪽에 가까웠다. 솔직히 인생 맛집이라고 크게 말할 정도는 아니다. 그런데 여행 중 혼자 앉아 천천히 먹기에는 딱 맞는 온도였다.

도깨비의 장면보다 오래 남은 건 동네의 속도

밥을 먹는 동안 사장님과 몇 마디를 나눴다. 도깨비 촬영지 보러 온 사람이 아직도 많냐고 물었더니, 주말엔 확실히 많고 평일엔 날씨에 따라 다르다고 했다. 예전처럼 드라마 방영 직후의 열기는 아니지만, 기념일이나 재방송 이야기가 나오면 다시 사람들이 찾아온다고 했다. 10년 가까이 지난 장면이 아직 사람을 움직인다는 게 신기했다.

그런데 사장님은 촬영지보다 바람 이야기를 더 많이 했다. 겨울엔 바람이 너무 세서 오래 서 있기가 힘들고, 봄에는 미세먼지 없는 날 바다가 제일 맑고, 여름 성수기엔 골목까지 차가 들어와 정신없다고 했다. 이런 이야기는 지도 앱 리뷰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현지에서 오래 장사한 사람이 아니면 알기 어려운 감각이다.

저는 여행을 할 때 별점보다 이런 말을 더 믿는 편이다. 별점 4.8의 유명 횟집보다, 동네 사람이 “오늘은 여기 조용해요”라고 말해주는 집이 더 편할 때가 있다. 특히 사람 적은 여행을 좋아한다면, 목적지를 하나만 찍고 가기보다 그 주변 10분 거리의 골목을 천천히 보는 게 낫다. 유명한 장면은 금방 지나가지만, 느린 길은 생각보다 오래 남는다.

조용하게 다녀오고 싶다면 이런 동선이 좋았다

사람이 적은 시간을 고르려면 평일 오후가 가장 무난했다. 오전에는 촬영지 인증 사진을 찍으려는 사람들이 있고, 해질 무렵에는 바다색이 좋아져 다시 사람이 모인다. 오후 3시에서 5시 사이가 애매하게 비어 있었다. 식당도 브레이크타임이 끝나거나 저녁 장사를 준비하는 시간이라, 혼자 들어가도 부담이 덜했다.

  • 촬영지는 오래 머물기보다 10분 정도만 보고 골목으로 이동하기
  • 바다 바로 앞 대형 횟집보다 한두 블록 안쪽 식당 살펴보기
  • 혼자라면 모둠회보다 회덮밥, 물회, 매운탕 단품 메뉴 확인하기
  • 주말보다 화요일에서 목요일 사이가 훨씬 조용한 편
  • 겨울 바다는 예쁘지만 바람이 강하니 머무는 시간을 짧게 잡기

저는 촬영지에서 횟집까지 걸어서 이동했다. 대략 12분 정도 걸렸고, 중간에 작은 슈퍼와 방앗간, 문 닫은 민박집을 지나쳤다. 그 길이 의외로 좋았다. 관광 코스에서는 잘 말하지 않는 풍경인데, 실제로는 그런 장면이 동네의 표정을 만든다. 사진으로 남기기엔 평범하지만, 여행이 끝난 뒤 떠올리면 이상하게 선명한 것들이다.

10주년이라는 말이 어울리는 여행

도깨비 10주년 여행이라고 하면 처음엔 조금 거창하게 들린다. 하지만 꼭 팬심으로 꽉 찬 일정일 필요는 없었다. 촬영지를 잠깐 보고, 바람을 맞고, 골목 횟집에서 밥을 먹고, 해가 기울기 전에 다시 바다 쪽으로 걸어 나오는 정도. 그 정도가 오히려 좋았다.

유명한 장소는 이미 많은 사람이 같은 방식으로 기억하고 있다. 그래서 저는 그 옆의 덜 알려진 길을 걷는 일이 더 재미있다. 같은 드라마를 떠올리더라도 누군가는 방파제 앞에서 사진을 남기고, 누군가는 근처 횟집의 낡은 의자와 뜨거운 매운탕을 기억한다. 저는 후자 쪽에 더 마음이 간다.

다음에 다시 간다면 촬영지는 더 짧게 보고, 골목 식당을 하나 더 찾아볼 것 같다. 오래된 드라마의 장면을 따라간 여행이었지만, 결국 남은 건 화면 밖의 동네였다. 조용한 바다 동네에서 밥 한 끼를 천천히 먹고 나면, 여행이 꼭 멀고 특별해야만 하는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도깨비 10주년 여행길에 골목 횟집을 찾아가봤더니 남은 것들 - 요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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