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10주년이라며 강릉 골목 횟집까지 천천히 걸어가봤더니

얼마 전 강릉에 갔을 때, 바닷가보다 골목 안쪽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았다. 드라마 도깨비가 어느새 10주년 이야기를 듣는다는 게 조금 신기해서, 촬영지처럼 많이 알려진 곳보다는 그 주변을 천천히 걸어보고 싶었다. 솔직히 주문진 방파제 앞은 여전히 사람이 많다. 사진 한 장 찍으려고 줄을 서는 분위기도 있고, 주말 오후에는 바람보다 사람 목소리가 먼저 닿는다. 그래서 나는 조금 비켜서 걸었다. 바다를 등지고 골목으로 들어가니 여행이 갑자기 조용해졌다.
유명한 장면에서 두 골목만 벗어나면
도깨비 촬영지로 알려진 주문진 쪽은 강릉 여행에서 워낙 익숙한 코스가 됐다. 그런데 재미있는 건, 사람들이 몰리는 지점이 꽤 좁다는 점이다. 방파제 앞에서 5분만 걸어도 분위기가 달라진다. 기념품 가게와 카페 간판이 줄어들고, 오래된 민박집 문패와 생선 말리는 냄새가 먼저 보인다. 바닥에는 모래가 조금씩 섞여 있고, 항구 쪽에서 돌아오는 작은 트럭들이 느리게 지나간다.
나는 이런 길이 좋다. 특별한 포토존은 없는데, 동네가 자기 속도로 움직인다. 관광객이 서둘러 지나가면 놓치는 것들이 있다. 담벼락에 기대어 놓인 고무장화, 낮은 의자에 앉아 그물을 만지는 어른들, 문을 반쯤 열어둔 작은 횟집 안의 형광등 같은 것들. 도깨비 10주년 여행이라고 해서 꼭 드라마 속 장면을 그대로 따라갈 필요는 없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히려 그 장면 바깥의 생활을 보는 일이 더 오래 남았다.
사람 적은 시간은 생각보다 분명했다
주문진에서 한적한 느낌을 원한다면 시간대가 꽤 중요하다. 내가 걸었던 날은 평일 오전 10시 30분쯤이었다. 점심 손님이 움직이기 전이라 횟집 골목도 조용했고, 항구 근처 주차장도 빈자리가 드문드문 있었다. 같은 길을 오후 2시쯤 다시 지나갔을 때는 단체 손님과 카페를 찾는 사람들이 확실히 늘었다. 체감상 오전과 오후의 차이가 두 배쯤은 됐다.
근데 너무 이른 시간도 애매하다. 횟집들이 아직 수조를 손보고 있거나, 메뉴판을 밖에 내놓지 않은 곳이 많았다. 11시 전후가 가장 편했다. 문은 열려 있고, 주방은 바쁘게 준비 중이고, 손님은 많지 않은 그 짧은 틈. 동네 식당의 표정이 가장 자연스러워지는 시간이었다.
- 평일 오전 10시 30분부터 11시 30분 사이가 가장 조용했다.
- 주말에는 촬영지 가까운 길보다 항구 안쪽 골목이 덜 붐볐다.
- 바닷가 바로 앞 가게보다 한 블록 안쪽 횟집이 차분했다.
간판보다 수조를 먼저 보게 된 횟집
점심은 항구에서 조금 안쪽으로 들어간 작은 횟집에서 먹었다. 이름난 맛집 리스트에 크게 오르는 곳은 아니었고, 입구도 화려하지 않았다. 플라스틱 물통, 오래된 메뉴판, 벽에 붙은 계절 생선 안내가 전부에 가까웠다. 그런데 수조가 깨끗했고, 사장님이 손님을 부르는 말투가 세지 않았다. 나는 이런 곳에서 마음이 조금 놓인다.
광어와 우럭을 섞은 작은 접시를 부탁했고, 매운탕은 나중에 추가했다. 가격은 관광지 중심가보다 아주 싸다고 하긴 어렵지만, 양과 분위기를 생각하면 납득이 갔다. 회는 두껍게 써는 편이었고, 초장보다 간장에 살짝 찍었을 때 단맛이 더 잘 느껴졌다. 사실 여행지 횟집은 기대가 크면 실망하기 쉽다. 그런데 이 집은 대단한 한 끼라기보다, 조용한 골목에서 바다 냄새를 곁들여 먹는 점심에 가까웠다. 그래서 더 좋았다.
혼자 앉아도 어색하지 않은 자리
가게 안에는 4인 테이블이 여섯 개 정도 있었다. 내가 들어갔을 땐 동네 분으로 보이는 두 사람이 이미 식사 중이었고, 20분쯤 지나서 여행객 한 팀이 들어왔다. 혼자 앉아 있어도 시선이 오래 머물지 않았다. 창밖으로는 큰 바다가 보이지 않았지만, 항구에서 들려오는 엔진 소리와 접시 내려놓는 소리가 섞여서 이상하게 편했다.
혼자 여행하는 사람에게 횟집은 은근히 문턱이 있다. 2인 이상 메뉴가 기본인 곳도 많고, 혼자 들어가면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이곳은 작은 접시 주문이 가능했고, 밥과 매운탕까지 더해도 부담이 과하지 않았다. 이런 사소한 점이 로컬 여행에서는 꽤 크다.
도깨비 10주년 여행을 조금 다르게 쓰는 법
도깨비를 좋아해서 강릉을 찾는다면, 촬영지는 당연히 한 번쯤 보고 싶어진다. 나도 그 마음을 안다. 다만 그 장면 앞에서 오래 머물기보다, 주변을 30분만 더 걸어보면 여행의 결이 달라진다. 드라마는 기억을 부르고, 골목은 현재를 보여준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나도 바다는 그대로인 것 같지만, 주변 가게와 사람들의 리듬은 계속 바뀌고 있었다.
나는 주문진에서 방파제 사진을 찍고 바로 떠나는 코스보다, 항구 안쪽 횟집에서 점심을 먹고 골목을 한 바퀴 도는 쪽이 더 마음에 들었다. 이동 거리로 치면 1km 남짓이다. 빠르게 걸으면 15분이면 끝나는 길인데, 중간중간 멈추면 한 시간이 훌쩍 간다. 바람이 세게 부는 날엔 모자를 단단히 눌러 써야 하고, 겨울에는 손이 금방 시리다. 그래도 그 불편함까지 포함해서 강릉의 북쪽 바다는 꽤 솔직하다.
다시 간다면 이렇게 움직일 것 같다
다음에 같은 코스로 간다면 오전 기차를 타고 강릉역에 내려, 버스로 주문진까지 올라갈 것 같다. 택시가 편하긴 하지만 버스 창밖으로 보이는 동네 풍경이 괜찮다. 주문진에 도착하면 촬영지 쪽은 짧게 보고, 바로 항구 안쪽 골목으로 빠질 생각이다. 점심은 사람이 몰리기 전 작은 횟집에서 먹고, 커피는 바다 앞 큰 카페보다 동네 안쪽 오래된 다방이나 작은 카페를 고를 것 같다.
유명한 여행지는 늘 사람을 끌어당긴다. 그런데 그 옆에는 조용히 남아 있는 길도 있다. 도깨비 10주년이라는 이름을 빌려 강릉에 갔지만, 내가 가져온 건 드라마의 장면보다 항구 골목의 낮은 소리와 작은 횟집의 점심 냄새였다. 이런 여행은 화려한 인증 사진은 적어도, 돌아와서 문득 생각나는 순간이 많다.
